부부의 내밀한 사연을 듣기는 힘들다. 남 앞에서 부부사이의 일을 주저리주저리 다 말하는 것은 얼마나 남세스러운 일인가.

고양신문이 올해 첫주부터 지금까지 39쌍 부부 이야기를 단 한 주도 쉬지 않고 연재하다가 이번 주에는 지면 사정상 쉬게 됐다.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인터뷰를 거절하면 성사가 되지 않는 코너이기 때문에 부부 섭외는 큰 부담이었다 .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서 일으키는 ‘드라마’야말로 드라마 중의 드라마라고 늘 생각해왔다. 현실에선 충족하지 못하는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어느 정도 충족하기 때문에  TV 드라마 앞에 우리는 쪼그리고 앉아 있다. 우리는 이렇듯 ‘이야기’에 늘 배고파 한다.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서로 가슴 설레는 부부가 ‘실존’하는 반면 한시라도 서로 인정하지 못하다가 파경에 이르는 부부도 있다. 이 격차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다른 듯 닮은 부부이야기’를 통해 부부의 그 비밀을 엿보고 싶었다. 부부 사이를 좋게 만드는, 모든 좋은 부부를 관통하는 삶의 원칙이 있다면 이에 접근해보고자 하는 욕심도 가졌다. 결혼은 숙명도 아니고 인류가 만들어낸 제도, 그것도 불안전한 제도일 뿐이어서 시간이 갈수록 끓임 없이 위협을 받고 있다. 아마 연재한 부부이야기는 결코 드러내서는 안되는 일은 숨기고 공개해도 감당할 정도의 일만 드러낸 것이리라. 부부 이야기는 부부의 금슬을 자랑하는 코너가 결코 아니다. ‘우리 이렇게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아요’라는 급히 조작해낸 이미지들만이 있었다면 어떻게 이처럼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겠는가. 

부부사이의 갈등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결혼한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표출되지 않는다면 어느 한쪽 일방이 희생을 감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건강한 결혼생활은 갈등을 어떤 양태로 표출하고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느냐에 달려있다. 싸움은 비로소 부부사이의 ‘깊이’를 생기게 한다. 어떻게 보면 결혼생활의 본질은 부부싸움에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본다. 그리고 결혼생활은 ‘잠재적 이혼’ 상태의 연속이라고도 생각해본다. 

가장 가까운 가족, 특히 부부 사이가 가장 사랑스럽지만 폭력적일 수 있다. 애착관계가 깊을 수 있고 이에 대한 기대감 역시 클 수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가장 폭력적일 수 있는 사이가 부부 사이다. 

이 세상에서 오해받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지만 남편 혹은 아내로부터도 오해를 받는다면 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이혼할 이유가 딱히 없어서, 혹은 이혼에 따르는 사회의 부정적 시선이 두려워서 결혼생활을 근근이 이어가는 부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행복하려고 결혼했지만 같이 살아서 두 사람 모두 불행만 거듭해서 이혼을 감행하는 부부도 흔해졌다. 
 
이는 통계로도 뒷받침 된다. 고양시정 통계에 따르면 고양시민 중 지난해 결혼한 사람은 5502명이고 지난해 이혼한 사람은 2456명이다. 이혼자수가 결혼자수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묵은 갈등과 더불어, 권태와 더불어, 자식 걱정과 더불어, 불안한 미래와 더불어, 똑같은 걱정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부부생활이라 생각해본다. 부부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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