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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찬 삶의 쉼표처럼 찍혀 있는 섬 ‘청산도’내면을 보고 싶거든 ‘느릿느릿’ 청산행 배를 타라
  • 청양신문 이진수 기자
  • 승인 2015.11.03 15:00
  • 호수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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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범바위. 날씨만 좋으면 제주도까지 볼 수 있는 장소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전남 완도군에 있는 한 점 섬, 청산도는 고려 말 나옹선사가 쓴 것으로 알려진 이 시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다. 쉼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쉼을 주고 내려놓을 것이 많은 사람에게는 그만큼의 공간을 내준다.


 가슴을 푸르게 적시는 ‘느림의 종’

존재 자체가 보물 같은 청산도는 지난 2007년 12월 아시아 최초 국제슬로시티로 선정됐으며, 2011년 세계슬로길 1호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2012년에는 미국 방송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33선 중 4위에 이름을 올렸고, 2014년엔 ‘구들장논’이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이는 청산도의 자원이 세계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청산도에서는 느림보 걸음으로 발짝을 떼어야 그 속살을 대할 수 있다. 11가지 슬로길 코스 모두에 역사와 전통, 섬의 고유문화와 갖가지 이야기가 숨어 있다. 1코스에서 11코스까지 어느 길을 가도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6코스를 걷다보면 폐교가 된 중학교를 되살린 ‘느린섬 여행학교’를 만난다. 이곳엔 ‘느림의 종’과 ‘느림 우체통’이 있다. ‘느림의 종’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 ‘뗑그렁!’ 울려본다. 가슴 속으로 푸른 종소리가 번지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듯 즐거워진다. 몇 발짝 걸음을 옮겨 ‘느림 우체통’에선 1년 후에 받아볼 편지를 부칠 수 있다.

느린섬 여행학교 안에 (사)슬로시티 청산도 주민협의체가 있다. 이 협의체는 청정하고 아름다운 자연, 섬 고유의 전통문화, 시간과 정성이 깃든 먹을거리를 기반으로 주민중심의 ‘느리게 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느림을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축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한국 최고의 슬로시티로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청산도 주민협의체는 지난달 16일 경북 청송에서 개최된 ‘제1회 국내슬로시티 주민협의회 활동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날 정일영(58세) 사무국장은 ‘슬로시티와 주민참여’라는 주제로 그동안의 사업성과를 발표, 큰 박수를 받았다.

   
청산도 도락마을에서 바다를 바라본 풍경. 청산도 어디에서든 하늘과 바다와 섬이 맞닿아 있는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섬 곳곳 관광객 유인요소 가득

청산도를 다녀가는 한 해 관광객은 34만 명을 넘어섰다. 완도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들어온 방문객들은 슬로길을 따라 섬 곳곳을 돌며 고요와 행복을 만끽한다.

청산도가 가진 관광객 유인요소 1순위는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다. 두 촬영지는 슬로길 1코스에서 만날 수 있다.

서편제 촬영지는 청산도항에서 해안선을 따라 오른쪽으로 보이는 언덕길에 있다. 이곳에서 주인공 유봉과 송화, 동호 세 사람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돌담길을 내려오는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5분 롱테이크로 촬영됐다. 길 옆엔 촬영 당시의 초가집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봄의 왈츠 촬영지인 당리마을 언덕에는 세트장으로 사용된 ‘언덕 위의 하얀 집’이 자리하고 있다. 봄이면 세트장을 배경으로 노란 유채꽃과 청보리가 어우러진 풍광을 자랑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도락마을 전경 또한 일품이다.

슬로길 2코스에서 보게 되는 ‘초분’은 일종의 풀무덤으로 섬지역의 장례문화를 보여준다. 시신을 땅에 바로 묻지 않고 관을 땅 위에 둔 뒤 짚, 풀 등으로 엮은 이엉을 덮어 두었다가 2~3년 후 뼈를 골라 땅에 묻는 방식이다.

슬로길 3코스에서는 고인돌과 청산진성을 볼 수 있다. 청동기시대 대표적 무덤인 고인돌은 읍리에 있으며, 청산도의 오랜 역사를 말해준다. 남방식 고인돌의 원형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청산진성은 조선 고종 때인 1866년 축조됐다. 흔적만 남아 있던 것을 2010년 복원했고, 성곽에 오르면 청산도의 아름다운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청산도의 가을 단풍

권덕리에서 청계리로 가는 산길을 오르면 범바위를 만날 수 있다. 청산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거문도, 제주도까지 볼 수 있다.

|느린섬 여행학교는 구들장논과 다랭이길이 있는 슬로길 6코스에 있다. 이 학교는 여행자를 위한 슬로푸드 체험관, 숙박동, 홍보관 등을 갖춘 다목적 복합시설로 폐교된 청산동중학교를 2009년 리모델링 해 개관했다.

구들장논은 청산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인상적인 풍경으로 손꼽힌다. 논바닥에 구들처럼 돌을 깔고 그 위에 흙을 부어 만든 논이며, 자투리땅도 소중히 했던 조상들의 지혜를 헤아릴 수 있다. 혁신적인 관개 시스템인 구들장논은 2013년 1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고, 2014년 3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느린섬 여행학교. 폐교가 된 중학교를 되살린 곳으로 여행객들의 체험활동이 가능하다.

슬로걷기 축제와 슬로라이프 체험

청산도에서 ‘빠름’은 반칙이다. 천천히 즐기며 걷는 것이 원칙이다. 청산도의 옛 모습이 그대로 간직되기를 원한다면 교통과 숙박의 불편함을 여유롭게 받아들여야 한다.

산, 바다, 하늘이 온통 푸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청산도. 주민들은 매년 4월 한 달 동안 슬로걷기 축제를 연다. 주제는 ‘느림은 행복이다’이다. 축제는 ‘청.산.완.보’ 하기, 슬로체험 프로그램, 문화예술 프로그램, 홍보이벤트 등으로 구성된다.

청산도에서는 다양한 슬로라이프 체험도 가능하다. 느림우체통 편지쓰기, 조개공예체험, 슬로푸드체험, 휘리체험, 양지리 구들장논 체험, 자전거 여행 등이 방문객을 반긴다.

느림우체통은 봄의 왈츠 세트장, 조개공예품 판매장, 범바위 전망대, 느린섬 여행학교, 느린걸음 느림카페에 있다.

조개공예체험은 느린섬 여행학교와 조개공예품 판매장에서 가능하고, 청산도에서 자생하는 천연 빛깔의 조개로 목걸이, 브로치 등 자신만의 기념품을 만들 수 있다.

슬로푸드체험은 느림의 미학(味學)을 맛볼 수 있으며, 청산도에서 나는 청정 식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슬로푸드를 직접 만들어 먹어볼 기회를 선사한다.

휘리체험은 얕은 바다에 배로 그물을 친 후 해안에서 마치 줄다리기를 하듯 끌어당겨 고기를 잡는 청산도 전통어로 방식을 경험해보는 것이다.

시간이 부족한 방문객을 위한 자전거 여행도 추천할 만하다. 걷는 것과는 또 다른 상쾌함을 느끼게 한다. 신분증을 제시하면 전기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다.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된 청산도의 구들장논. 논 바닦에 구들처럼 돌을 깔고 위에 흙을 덮어 만든 계단식 논이다.


 인터뷰 ㈔슬로시티 청산도 주민협의회 정일영(58세) 사무국장

“슬로시티, 청산도 경제에 큰 도움”


   
슬로시티 운동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청산도는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됐다. 그때부터 관광객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는데, 이후 전라남도에서 슬로시티 지정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약간은 늦게 참여하게 됐다. 지정되기까지 기반조성 등은 완도군이 주도했다고 할 수 있다.

주민협의체 구성 등 추진 초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처음에 주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설득작업이 어려웠다. 우여곡절 끝에 주민협의체를 구성하면서 완도군과 협조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물론 주민 전체가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반발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슬로시티 지정이 관광산업 활성화로 이어지면서 혜택을 받게 된 대부분의 주민들이 만족해하고 슬로시티 운동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슬로시티 지정 이후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인 것은.

숙박업,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소득이 전에 비해 많이 늘어났다. 섬인 청산도뿐만 아니라 육지인 완도읍 지역경제에도 큰 보탬이 되었다. 지정 이후 지난 7년간 관광객이 늘다보니 특산물 판매량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관광객 증가에서 오는 폐해가 있다면.

쓰레기 버리지 말고 고성방가 좀 삼가달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도시에서처럼 나만 생각하지 말고 기왕 섬에 왔으니 섬에 젖어들어 섬사람들과 교감을 나누는 자세가 필요하다. 슬로시티는 쉬러 오는 곳이고 힐링을 위해 오는 곳인데 여느 관광지에서처럼 단체로 술 마시고 떠드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숙박시설 신축이 가져오는 부작용은 없나.

관광객 수용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는 해도 주위 경관을 무시한 채 무분별하게 지어지는 것은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호객을 위한 총천연색 치장은 청산도 자연의 고요함을 파괴한다. 대부분 외부 자본이 투자되는 것인데 여러 걱정을 하게 한다.

청산도 슬로시티의 발전방향은.

주민들의 의식 변화와 노력이 아직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방문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또 우리 청산도가 가진 자원을 소중히 여기고, 개발보다 보존이 슬로시티의 강점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런 뜻에서 발전방향보다는 보존방안을 더 고민하고 있다.

지역신문 연합취재단<고양·청양·태안·한산신문>
청양신문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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