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초 엄마 연극동아리 ‘미르모’... 각본에서 연기까지 엄마가 챙겨

▲ 황룡초 학부모들이 3일 금연을 주제로 한 연극 연습이 한창이다. 학부모들은 각본에서 무대장치, 의상, 녹음 등 모든 일을 손수 챙겼다.

“이 바보 같은 호랑이 놈아! 내가 이제부터 담배가 왜 나쁜 건지 차근차근 알려 줄 테니까 귀를 요로케 열고 잘 들라잉.” 

지난 3일 오전 9시30분경, 일산서구 탄현동에 있는 황룡초등학교에서는 연극연습에 한창 몰두하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30분 후 공연될 연극 ‘팥죽할멈과 담배 피우는 호랑이’를 위해 최종 리허설을 하는 이들은 황룡초 학부모들로 구성된 연극동아리 ‘미르모’. 학교 이름인 황룡의 한 글자인 용을 지칭하는 순우리말 ‘미르’에다 어미 ‘모’자를 결합한 이름이다.

황룡초 재학생 엄마들로 구성된 미르모는 자녀들에게 담배의 해로움을 알리고 금연을 도와준다는 내용의 이날 연극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연기는 물론 각본부터 무대 디자인과 분장·의상 준비까지 모두 외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엄마들이 손수 준비했다. 공연장에는 무선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엄마들이 직접 목소리를 사전에 녹음도 했다.

황룡초에서는 학부모들이 10년 이상 ‘책의향기’라는 모임을 통해 각 학급 자녀에게 책읽어주기를 진행해왔다. 그리고 ‘책의향기’ 회원 중 일부 엄마가 책읽기라는 방식보다 효과적으로 가르침을 전달하기 위해 연극을 하기로 결정한 것. 이렇게 결성된 ‘미르모’ 회원은 17명이다.

각본은 장은주씨가 쓰고, 무대 디자인은 김정민씨가 맡고, 연극 주인공인 호랑이 역은 한영애씨가 맡는 등 이번 연극을 위해 엄마들이 각자 가장 잘하는 분야를 한 가지씩 책임졌다. 거듭되는 연습 속에서, 미르모 회원들은 더 나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극에 자연스럽게 베어나오도록 끊임없이 연구했다. 연극 경험이 전혀 없는 엄마들이었지만 연습이 이어지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자신의 숨겨진 재능과 끼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연극에서 할머니를 돕는 알밤, 자라, 개똥, 송곳, 지게, 멍석 등의 등장인물들은 각 지역의 사투리로 말하면서 그 인물의 성격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미르모 회장인 김정민씨는 “엄마들이 가정일에 바쁘지만 틈틈이 시간을 내 일주일에 1~2번 모여 연극 연습을 해왔다”며 “자녀들에게 책읽어주기와 다른 재미를 주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강영구 황룡초 교장은 “그림자극, 인형극을 하는 다른 학교와 차별화해 어머니들이 직접 연극을 하는 경우는 초등학교에서 매우 드물다”며 “자녀를 위해 어머니의 시간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이번 동극 공연은 재능 기부 형식으로 인근 지역 4개의 유치원생들에게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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