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송포 가와지볍씨축제 킨텍스에서 열려

킨텍스의 넓은 전시장에 두렛소리와 아리랑 가락이 울려퍼졌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2호인 고양송포호미걸이보존회(회장 조경희)가 주최하고 고양가와지 문화예술원이 주관한 제10회 고양 송포 가와지볍씨축제가 지난 21일 킨텍스 제2전시관 9홀에서 개최되어 3시간 가까이 구성지면서도 신명나는 공연을 선보였다. ‘5020 가와지볍씨 아리랑 소리로 이어가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이번 공연은 세계 각국의 손님들이 참가한 2015 슬로푸드국제페스티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획되어 예년의 행사에 비해 규모와 내용면에서 더욱 성대하고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킨텍스를 찾은 관객들이 학생 출연자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열린 공간의 자유로운 활용

우리의 전통 공연은 출연자와 관객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 특징. 무대와 객석이 섞일 수밖에 없는 킨텍스 전시장의 특성은 오히려 가와지볍씨 공연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적 구성을 가능케 했다. 또한 슬로푸드페스티벌을 구경 온 관객들과 다양한 국적의 해외 참가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우리의 전통 문화 공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객석의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공연의 문을 연 길놀이를 시작으로 연주와 노래 등은 무대에서 펼쳐진 반면, 두렛소리 공연이나 십이지신 불한당놀이 등은 넓은 홀에서 마당놀이처럼 펼쳐졌다. 마치 놀이패들이 동구밖에서 들어와 마을의 안팎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신명나는 놀이판을 벌이는 듯했다. 이러한 변화무쌍한 공간 활용으로 관객들 역시 수시로 시선과 동선을 바꿔가며 흥미롭게 공연에 몰입할 수 있었다.

 

넓은 홀을 마당 삼아 펼친 가와지소리와 불한당몰이놀이 공연  


전통과 현대의 어우러짐

공간 구성의 특징이 열림과 넘나듦이었다면, 내용적 특징 역시 전통과 현대의 어우러짐이었다. 길놀이에 이어 공연의 서두를 장식한 창작민요 ‘고양가와지볍씨 아리랑’은 이날 공연의 주제를 잘 보여준 시그널이었다. 하모니카 연주자이자 장승조각가로도 유명한 이낙진 선생의 연주에 맞춰 송포호미걸이보존회 조경희회장의 소리로 첫선을 보인 ‘고양가와지볍씨 아리랑’은 고양땅에서 오천년 동안 이어져온 농경의 역사를 한민족 정서의 고갱이인 아리랑에 실어 표현한 노래로서, 재즈 선율을 연상시키는 현대적인 감각과 민요의 구성진 가락이 세련되게 어우러져 듣는 이들을 매료시켰다.

이어진 공연에서도 호미걸이 보존회와 고양 가와지예술단에 속한 전통 문화 계승자들과 고양예고 무용단, 고양시 태권도 시범단의 젊은 출연진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농경을 중심으로 한 조상들의 삶과 정서를 다채로운 방식으로 표현하였다. 무엇보다도 초, 중, 고, 대학생과 성인 전수자들 100명이 공연장 마당을 가득 채우고 함께 합주한 고양가와지 12채 농악 앉은반 공연은 세대를 넘어 계승되는 전통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 무대였다.   

전통과 현대가 행복하게 만나 새로운 멋을 창조해 낸 가와지볍씨 아리랑

다양한 연령층의 100인 전수자들이 함께 협연한 고양 가와지농악 12채 앉은반 공연

성대한 시작, 정겨운 마무리

슬로푸드 국제페스티벌 행사와 연계해 열린 이날 공연의 전반부에는 수많은 관객들이 공연을 함께 관람했다. 하지만 공연이 페스티벌의 폐장 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 가까이 진행되면서 일부 관객들이 귀가를 서두른 탓에 후반부에는 관람객 숫자가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공연에 대한 집중도는 오히려 높아지면서 마치 출연진과 관객들 모두가 한 마을의 이웃인 것처럼 정겨운 장면들이 연이어 연출되기도 했다. 솜씨 좋은 입담으로 진행을 한 정표씨는 공연 중간 중간 가와지 햅쌀과 에코백 등을 관객들에게 선물로 나눠주며 참여를 유도했고, 후반부에는 공연단원들이 직접 쟁반을 들고 관객들 사이를 누비며 따끈따끈한 시루떡을 돌리기도 했다. 객석 주변의 테이블에서는 자연스럽게 막걸리잔이 오가며 신명을 더했고, 평생 고양의 전통 계승에 앞장서온 이은만 전 문화원장이 젊은 외국인 관객의 손을 이끌고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기도 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은 공연은 출연자 전원과 모든 관객들이 함께 놀이마당으로 나와 대동축제를 벌이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로 꼭 10회째를 맞이한 가와지볍씨 축제는 형식과 내용과 면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도 한민족 먹거리문화의 핵심인 벼농사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발달한 다양한 민속놀이를 소개한 것은 진짜농부와 진짜먹거리를 돌아보자는 국제 슬로푸드운동의 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문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공연 관람 자체를 목적으로 킨텍스를 찾아와 끝까지 자리를 지킨 관객들이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듯, 전통 문화 향유계층의 얕은 저변은 여전한 숙제로 남았다. 그러나 젊은 예술단원들이 열정과 기량을 발휘하며 고양의 전통문화의 계승에 대한 믿음을 더해줬다는 면에서 희망을 예감케 한 자리이기도 했다.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있는 신세대 전수자들의 신명나는 연주 무대

 

출연진과 관객들이 함께 어울려 대동놀이를 벌이며 흥겨운 잔치를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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