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시장의 주요 공약사항이었던 고양시 인권증진위원회가 마침내 출범했다. 환영할만한 소식이다. 이로써 고양시도 서울 성북구, 수원시 등과 같은 인권도시 추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사실 지난 20년간 고양시 역사에서 인권이라는 주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90년대 초 금정굴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운동을 시작으로 성폭력, 노동인권,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인권활동을 펼쳐왔다. 시민들의 인권의식도 높은 수준이다. 최근 세월호 참사 이후 인간의 존엄성을 이야기하는 ‘4.16 인권선언’에 고양시민 상당수가 참여하고 있는 것도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인권은 이제 과거 권위주의적 통치와 억압으로부터 개인과 소수자의 자유를 보호하던 소극적 의미에서 시민들의 일상생활에서 삶의 질을 증진하는 적극적 의미로 발전해 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정작 고양시 공무원들의 인권감수성은 아직까지 많이 부족해 보인다. 인권증진위원회 위촉식 및 첫 회의가 열렸던 지난 16일 이 문제는 여실히 드러났다. 당초 회의장소로 공지된 고양시청 2별관은 휠체어 장애인이 출입할 수 있는 오르막계단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었다. 엘리베이터조차 없었다. 인권위원들의 항의로 회의장소는 급하게 옮겨졌지만 그사이 장애인 인권위원 1명은 건물 밖에서 비를 맞은 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인권평화도시의 첫 시작을 알리는 회의모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운 풍경이었다.

인권위원 구성과정에도 논란이 있었다. 5.18민주화운동과 세월호 유족폄훼로 지탄받았던 김홍두 의원이 당연직인 시의회 추천위원으로 배정된 것이다. 인권위원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 같은 논란은 위촉식이 있기 전 김 의원이 자진사퇴의사를 나타내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지만 자칫 고양시 인권위원회가 전국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몇 달전 인권도시 기획취재를 위해 만났던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시 담당자 한스 사컬스 씨는 “인권도시운동은 단순히 제도적인 영역을 넘어 지역의 인권문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평화인권도시를 준비 중인 고양시에서도 새겨들을 만한 대목이다. 인권위원회 회의에서 한 인권위원이 지적한 것처럼 “말로만 하는 인권이 아닌 실질적인 인권감수성이 높아지는 고양시”가 됐으면 한다.  

남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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