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정길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
나의 살던 고향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일까? 아니다. 내가 태어난 곳은 모 병원이고, 나의 살던 고향은 ‘000아파트 0동 000호’이다. 부모세대들이 불렀던 노래의 대부분 주제가 ‘고향’과 ‘사랑’인데, 이제 동요에도 대중가요에도 ‘고향’이 없어진 지 오래다.

집은 아파트 값이나 학군에 따라 이사 가면 그만이다. 한 집, 한 지역에서 10년 넘게 사는 경우가 많지 않다. 여우도 죽을 때는 고향을 향해 눕는다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제 우리 아이들은 그리워 돌아가고 싶은 고향이 있을까? 고향이 없어진 시대는 따뜻한 인정과 그리움이 사라진 시대다. 이제 모두 떠돌이인 것이다. 유랑민이자 노마드의 삶이다.

과거 부모세대들은 가문을 이루면서 수백 년 동안 고향에서 지역붙박이로 살아왔다. 그래서 계로, 두레로, 향약으로 나의 일, 너의 일 구분 없이 돕고 살았다. 과부나 노인, 장애인 등 어려움에 있는 사람을 마을과 공동체가 돌보고 지켜주었고 함께 두레로 놀았다. 고향이 있는 삶은 곧 ‘붙박이의 삶’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제는 모두 ‘떠돌이의 삶’이다. 이사할 때 정 떼기 힘들어 굳이 이웃과 말 트고 싶어하지 않는다. 동네에 쓰레기 오염이나 자연환경이 심각해도 이사 가면 그만이기 때문에 구태여 책임질 필요가 없다. 이웃 사람이나 지역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다. 오로지 돈 버는 일만 관심 있을 뿐이다.


미래사회 키워드는 ‘공동체 만들기’
세계를 거론할 것도 없이 한국사회도 이미 저성장, 제로성장, 마이너스성장시대에 들어섰다. 성장은 물직적 풍요이며 행복은 경제적 발전과 돈벌이를 뜻했던 과거는 그야말로 개인이 중심이고 돈이 중심인 사회였다. 돈에 의존하던 성장시대가 막을 내렸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과연 방법이 있기나 한 것일까?

있다. 돈에 의존하지 않고 사는 유일한 방법. 그것은 ‘사람’에 의존하는 것이다. 사람끼리 협력하고 나누면서 관계를 고도화시키는 방법 외엔 없다.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이 사는 방법은 곧 자신들끼리 의존하고 협동하는 것이다. ‘성장의 사회’가 아닌 ‘성숙의 사회’에서 ‘관계’를 심화시키는 사회다.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은 사람끼리의 협력과 상호의존을 통해 경제와 지역을 살리는 방법밖에 없다는 사람에 의해 창안된 시스템이다. 이미 10년여 동안 다양한 ‘공동체적 생활양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마포의 성미산 마을, 은평구의 산새마을, 성북구 장수마을, 부산의 물만골 등의 마을공동체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2015년부터 농촌으로 돌아가는 귀농귀촌자들이 이농자비율과 역전하면서 농촌지역공동체를 구상하는 사람들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미 ‘마을공동체지원센터’, ‘귀농귀촌지원센터’ 등이 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의 도시와 자치체에서 풀뿌리 자치와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행정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순환과 지속가능성, 공유의 사회 만들기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대부분 지역에너지 공급방식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앞으로 쓰레기 문제도 지역내에서 해결해야한다.

지산지소(地産地消), 로컬푸드(Local Food)등 모두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여, 지역에서 폐기하는 공동체, 지역에서 물질과 에너지가 순환하는 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흐름들이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사람들끼리 서로 주고받고 협력에 의존해 사회를 이루고 싶은 것이다.

각자의 책을 공유하고 옷과 장난감을 공유하고, 지혜와 지식, 재능을 공유하고 자동차와 집도 공유하는 지역내 공유사회가 되는 것, 이것이 인정을 만들고 자연을 지키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살던 ‘마을’을 ‘고향’으로 만드는 일. 그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미래다. 그래서 우리 고양시를 고향으로 만드는 수많은 마을 공동체 활동들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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