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구치소
-구치소 부근 17
조연향

나는 구치소
푸르른 담벽을 끼고 산다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죄를 지었지만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을 뿐
어떤 법조항으로도 얽어맬 수 없었을 뿐
저 날아다니는 새들은 알고 있을거야
허공에 뜬 흰 감시탑을 지나노라면
내 안에도 가시철조망 높이 솟아 있어
움찔 놀라 멈춰선다
내가 그토록 오래된 미결수였다니!
저기 혹 내게 면회온 사람?
철커덕 길고 긴 복도를 지나
쇠창살을 열고 나가면 소스라치게
그리웠던 햇빛
맨드라미 채송화 푸르른 담벽 아래
바람 한 페이지 받쳐들고 있다

조연향 시인은 94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당선 , 2000년 시와시학 신인상 당선, 경희대 대학원 국어국문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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