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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산, 오늘은 니가 주인공이야주말 나들이 여기 어때요? 창릉천 하구에 숨은 봉대산과 강매석교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5.12.09 09:51
  • 호수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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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에 살면서도 봉대산을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봉대산은 고양누리길 4구간인 행주누리길이 지나는 코스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고양누리길을 좀 걸어본 이들도 봉대산은 그저 성사천길과 행주산성이 자리한 덕양산을 이어주는 숲길 정도로 여길 뿐, 그 자체를 나들이의 목적지로 삼아 찾지는 않는 듯하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길은 제각각 자신만이 가진 고유한 표정이 있다. 봉대산도 그렇다. 오늘은 한강과 덕양산을 지천에 두고 수줍은 듯 숨어있는 봉대산을 천천히 돌아보자.

   

속도와 속도의 다중 교차점 , 강매고가
봉대산에 접근하기는 아주 쉽다. 경의중앙선 강매역에서 내리면 바로 강매고가가 보이고, 고가를 넘으면 곧바로 봉대산 입구다. 경의선 기찻길로 단절된 행신동 아파트단지와 강매마을 자연부락을 잇는 강매고가는 상하는 물론 좌우로도 큰 아치를 그리는 맵씨 있는 고가도로다. 다리 가운데에서 사방을 살펴보면, 탁 트인 전망이 시원하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고가 아래로 다양한 길들이 교차한다. 경의선 전철길과 KTX 전용 철길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고, 그 옆으로는 아파트 옆 이면도로가, 그 아래로는 권율대로를 내달려 방화대교로 이어지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지하로 통과한다. 고가는 그 모든 길들을 발 아래 깔고 허공을 가로지른다. 심지어 두어 해 전까지는 머리 위로 항공대의 파일럿 연습생들을 태운 경비행기가 날아다니기도 했다. 이렇듯 서로 다른 제한속도를 가진 여러 종류의 운송수단들이 GPS상의 한 지점을 이중 삼중으로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그 흥미로운 구간을 바쁠 것 없는 나들이객은 두 발로 통과한다.

   
행신동과 강매마을을 연결하는 강매고가도로.

 

   
강매고가 위에서 바라본 북한산. 가까이에 망월산이, 중간에는 서오릉을 품고 있는 앵봉산이 보인다.

 

 

수도권 야산에서 마주치는 익숙한 풍경들
강매고가를 넘으며 곧바로 우측의 이정표를 따라 봉대산 숲길로 들어선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나무계단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이내 완만한 능선길로 이어진다. 수도권 외곽의 야산을 걸으면 반드시 만나야 하는 세 가지 익숙한 풍경들이 있다. 첫 번째는 참 열심히도 조성해 놓은 군사시설들. 마대자루나 폐타이어를 이용해 쌓은 진지와 통행로가 수시로 숲길을 가로지르기 일쑤고, 시커먼 어둠을 품은 초소도 잊을 만하면 나타난다. 두 번째는 터가 좋다 싶으면 어김없이 자리를 잡고 있는 수많은 무덤들이다. 마지막으로 날이 갈수록 모양과 기능이 복잡해져가는 야외용 운동시설들과도 몇 번은 조우해야 한다. 이 세 가지 풍경들을 봉대산에서도 순서대로 목격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이런 것들이 숲길 나들이의 운치를 방해한다며 투덜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잘날 것 없는 동네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어서 오히려 편안함을 준다. 그런 것들이 좀 등장해 줘야 사람 다니는 길 맛이 난다고나 할까. 군사시설과 운동시설과 무덤들이 각각 푸른 제복의 청년기,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중년기, 그리고 흙 냄새가 친근해지는 노년기를 상징한다고 갖다 붙이면 너무 억지스러우려나.

   
산길이 시작되는 봉대산 입구의 이정표  

 

   
고급 피트니스센터 부럽잖은 노천 체력단련장

 

한강과 덕양산의 수려한 경치, 봉대산 정자
느긋하게 걸었는데도 금세 정상이다. 시야가 활짝 열린다. 아래로는 봉대산 옆구리를 휘감아 흐르는 창릉천이 한강을 향해 이어진다. 창릉천과 한강이 만나는 하구에 행주산성을 품은 덕양산이 보인다. 산세는 크지 않지만 고양땅의 들녘 끄트머리에 옹골차게 솟아오른 형세가 한눈에 봐도 천혜의 명당이다. 강 건너로는 강서구의 개화산이 마주하고 있고, 그 너머로 인천의 계양산도 조망된다. 찬찬히 살펴보면 행주대교, 강변북로, 신공항철도 등을 찾을 수 있다. 붉은 아치를 얹은 방화대교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눈에 띄는 곳에 서 있는 설명해설판을 읽어보니, 봉대산은 예전에 봉화대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아무리 이름 없는 산이라도 모든 산에는 정상이 있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각각의 산들이 품은 마지막 비장의 무기인 경우가 많다. 봉대산 정상이 선물해주는 조망도 제법 일품이라서 이제까지의 시시함을 싸잡아 용서해줄 만하다.

 

 

   
탁 트인 풍광을 감상하며 땀을 식히기에 좋은 봉대산 정상의 정자

 

   
봉대산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정상의 조망. 덕양산과 한강, 강 건너 개화산과 계양산이 보인다.

   
북적이던 새우젓 나루의 흔적, 강매석교 
봉대산을 내려와 창릉천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고양시 향토문화재인 강매석교를 만날 수 있다. 1920년에 건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양시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다. 화강암을 다듬어 견고하게 이은, 불필요한 꾸밈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단아한 모습이 아름답다. 강매석교를 둘러볼 때 꼭 기억해야 할 게 있다. 다리 앞에 놓인 문화재 안내판에도 나오지 않는 알짜 팁이니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주시길. 안내판의 설명을 읽어보면 강매석교가 일산, 지도, 송포에 살던 사람들이 서울을 오갈 때 이용하던 다리라고 적혀 있다. 처음에 이 설명을 읽고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강매석교는 길이가 고작 20여m에도 못 미치는 짧은 다리다. 다리가 놓인 자리를 살펴봐도 창릉천 본류를 가로지르기는커녕 강둑과 하천 안의 갈대섬을 잇는 샛강다리임이 분명하다. 물풀이나 우거진 샛강에 뭣 하러 힘들게 품을 팔아 다리를 놓은 걸까? 궁금증은 몇 달 전 함께 이 길을 답사했던 고양고릉제 제전위원장 최경순 회장의 설명을 듣고서야 풀렸다. 오래 전 이곳 강매마을은 한강을 따라 들어온 새우젓배들이 창릉천 하구에 들러 고양지역 사람들에게 판매할 새우젓을 내리던 동네였단다. 그 나루터가 바로 샛강 건너의 갈대섬이었던 것. 깊은 수심에 접해 있어서 배를 대기 용이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갈대섬에서  강둑으로 샛강을 건너는 게 꽤나 불편했던 모양이다. 이러한 사정을 헤아리며 강매석교를 살펴보니 새우젓을 유통하는 상인들이 자금과 인력을 모아 튼튼한 다리를 놓을 만한 이유가 분명해진다. 또한 강매석교의 옛 이름이 해포교(醢浦橋 : 젓갈나루다리)였다는 설명도 온전히 이해가 된다. 배가 들어오면 활기차게 돌다리 위를 오갔을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다보면 강매석교 위에 여전히 짭쪼름한 새우젓 냄새가 배어있을 것만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답사의 제 1원칙은 소박한 동네 나들이에서도 유효한가보다.  

 

   
강매석교로 향하는 창릉천 하구의 갈대숲.

 

   
배가 들어오면 새우젓 상인들의 발길이 북적였을 강매석교.

봉대산 나들이길의 유일한 쉼터, 뚝방슈퍼
강매석교를 지나 강고산 마을로 향하면 전형적인 80년대 변두리 구멍가게 스타일의 가게가 나타난다. 이름에서부터 포스가 넘쳐나는 뚝방슈퍼다. 건물은 허름하지만 외부에 다양한 메뉴판을 열심히도 붙여놓았다. 식사와 국수와 각종 안주에 생맥주까지 눈에 띈다. 메뉴판대로라면 이름만 슈퍼지 식당과 포차와 호프집을 아우르는 종합 외식업체다. 도대체 누가 뚝방슈퍼에 들러 매상을 올려주고 가는 걸까? 바로 자전거족들이다. 한강 둔치의 자전거길을 따라 행주산성까지 달려온 자전거 동호인들 중 몇몇이 내친김에 창릉천길을 타고 올라와서 간단한 요기를 하며 목을 축이고 가곤 한단다. 하지만 모든 메뉴가 주문 가능한 시즌은 어디까지나 봄, 가을 성수기의 주말 정도다.  산 같지도 않은 산을 탔으니 많이 출출할 일이야 없겠지만, 구멍가게를 겸한 식당에서 막걸리 한 잔으로 나들이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것도 나름 운치있겠다 싶으면 사장님을 불러 주문 가능한 메뉴를 상담해보자. 슈퍼에서 뚝방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덕양산이지만, 오늘의 나들이는 이쯤에서 마치기로 하자. 오늘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봉대산이니까.

   
허름한 외양과는 달리 다양한 메뉴를 거느린 뚝방슈퍼.

 

   
뚝방슈퍼에서 마을로 내려서면 나타나는 마을버스 정류장. 40분에 한 대씩 화정으로 나가는 버스가 운행된다.  누군가 가져다놓은 의자에 붙여놓은 시간표를 살펴보고, 시간이 맞지 않으면 그냥 마을길을 따라 걸어나와도 괜찮을 듯.

 

   
마을길에서 바라본 봉대산의 나즈막한 능선.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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