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8일자 고양신문에는 눈길을 끄는 인터뷰 기사가 하나 실렸다. 과거 경제부총리와 경기도지사를 역임하고 현재 킨텍스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임창열 대표의 인터뷰였다. 지면으로 전달되었기에 임창열 대표의 열정 넘치는 어조까지는 느낄 수 없었지만, 킨텍스의 발전을 위해 종횡무진 공격적이고 의욕적인 행보를 내딛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와 닿았다. 경기도지사 시절 고양시로 킨텍스를 유치하는데 역할을 했고 고양시와의 인연도 특별하다고 하니, 이전과는 달리 시원한 물꼬가 터지지 않을까 기대를 품게 된다.

킨텍스에 대해서 얘기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킨텍스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전시산업의 고부가가치성을 가장 먼저 언급하곤 한다. 임창열 대표도 킨텍스로 인해 발생한 소비효과가 2014년 기준으로 연 4,500억 원에 이른다고 강조하며 킨텍스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높음을 역설했다. 또한 MICE산업 선진국인 싱가포르를 적극 벤치마킹해서 관광과 숙박 등을 통합한 복합 MICE단지를 개발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킨텍스 주변의 숙박 시설 확충이 매우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큰 틀 내에서 대부분 필자도 공감하는 내용들이었다.

그런데 고양 시민들이 실제 체감하는 킨텍스의 경제적 효과도 과연 그러할까. 킨텍스 관계자나 고양시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책담당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시민들은 킨텍스로 인해 고양시의 지역경제가 좋아졌다거나 유무형의 혜택을 입고 있다고 크게 느끼는 것 같지 않다. 적지 않은 시민들에게 있어 킨텍스는 그저 멋진 건축물이거나 고양시를 소개할 때 양념으로 곁들이는 재료 정도에 불과한 듯하다. 진짜 신나는 자랑거리가 아니라 영혼 없이 읊어대는 그런 뻔한 미사여구 같은 것 말이다. 킨텍스에 대해 정책관계자와 시민들 사이에는 이렇게 큰 심리적 괴리가 존재한다. 왜 그럴까.

한 마디로, 대부분의 고양 시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와 닿지 않는 때문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킨텍스 관련 업무에 종사한다는 이웃도 거의 보이지 않고, 전시회나 컨벤션 관련 일을 하고 있다는 사람도 찾기 힘들고, 전시컨벤션 기획업체나 전시장치업체 또는 전시용역업체도 보이지 않는다. 킨텍스가 아시아 최대 전시장이라는데, 고양시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시기획업체가 있긴 한지 들어본 적도 없다. 킨텍스로 인해 고양시민 자녀들의 취업환경이 좋아졌다거나 부가가치 높은 일자리가 많이 생겨났다는 리얼한 얘기는 접해보지 못한 것이다. 한국전자전이나 서울모터쇼와 같은 대형 전시회가 있을 때에도 킨텍스 주변만 북적거릴 뿐 고양시의 다른 지역은 너무나도 평온하다. 그 대단한 부가가치는 어디로 흘러들어간 것인지 시민들은 궁금해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토목과 건설 같은 하드웨어적인 발전만이 아닌 킨텍스와 연계된 일자리 창출 및 비즈니스 모델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 대한 세밀한 계획과 전략을 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이런 작업을 바탕으로 전시컨벤션 관련 업체들의 유치와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양시민들이 체감하는 이익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서 나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말이다. 킨텍스 또한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시민들과 친밀한 스킨십이 이루어질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과 시민 개방적인 경영 마인드를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고양시민을 외면하고는 킨텍스의 미래가 결코 밝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의 고양 시민들이 킨텍스에 대해 경제적 기대가 낮고 사실과 감정사이의 괴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킨텍스의 경제적 효과와 기대는 유효하다. 킨텍스를 저렇게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어찌되었든 킨텍스는 우리 고양과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야 할 중요한 자산 아닌가. 고양시의 미래 성장 동력과 도시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위해서 킨텍스만한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기대에 못 미쳤다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생각은 버리자. 2016년 새해에는 고양시가 무엇보다 앞서서, 점점 시들해져가고 있는 킨텍스에 대한 고양시민의 기대를 되살리고 그 기대를 현실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킨텍스 종합발전계획을 새로이 수립하여야 한다. ‘나무가 커야 그늘도 크다’는 속담이 있다. 킨텍스를 고양시의 큰 나무로 키우는 일은 킨텍스를 품고 있는 고양시의 시민이 하는 것이지 다른 지역의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아주 넓은 그늘을 줄 수 있는 건강한 나무로 킨텍스를 키우는 일에 시민과 시 관계자, 그리고 킨텍스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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