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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내 책 읽으면 정신이 맑아져”덕양구 수역이길 91세 박정숙 할머니
  • 박영선 전문기자
  • 승인 2015.12.29 16:18
  • 호수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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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자기 전 규칙적으로 책을 읽었더니 눈과 정신이 맑아졌다”는 박정숙 할머니가 아들인 강효희 원당농협 조합장, 며느리 최정난씨와 함께 책을 보고 있다.

2016년 병신년 붉은 원숭이 해에 91세가 되는 박정숙 할머니는 “지금도 눈이 밝아” 책을 읽고 바늘귀에 실을 잘 꿴다. 박 할머니는 지금의 호수공원 건너편 장항동에서 태어났다. 결혼해 대장동 부근에 살던 친정언니와 시어머니 될 분의 친정식구 소개로 박 할머니는 18세에 동갑이던 강광엽(31년 전 작고)씨를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친정에서는 남편이 외아들이라고 무척 걱정했었다. 그래도 얼굴도 안보고 언니 말만 듣고 혼례를 치른 첫날밤이 돼서야 얼굴을 봤다. 박 할머니는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혼례를 올렸는데, 신랑 얼굴을 보니 잘생겼고, 키도 커서 마음을 놓았다”며 그때의 설레었던 마음을 전했다.
혼례 후 어린 신랑은 부지런히 소로 논을 갈고 언덕배기 밭을 일구고, 동갑내기 신부는 씨앗을 심었다. 두 사람 모두 부지런한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땅을 넓힐 수 있었다. 그만큼 신바람이 났다. 그런데 둘째 딸을 낳은 직후 남편이 입대했다. 
박 할머니는 “중풍으로 몸이 불편한 시부모를 모시고 남편을 기다렸다”며 “연약한 여자 몸으로 비를 맞으며 풀을 베고 소를 끌고다니며 논과 밭까지 갈았다”고 회상했다. 박 할머니는 남편이 4년만에 집에 돌아올 때까지 그렇게 농사일과 집안일을 두루 책임졌다. 이후 군에서 돌아온 남편과 함께 다시 농사일을 하며 오순도순 잘 살았다. 그러던 중 환갑 지나고 한 달 있다가 집안 어르신 장례를 치르고 오는 길에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그 무렵 군 제대 후 복학생이던 아들 강효희 조합장은 가업인 농업을 잇고 있었다. 며느리 최정난씨는 “결혼해서 오니까 어머니는 그저 아들 잘 되라고 새벽마다 정화수 떠놓고 기도하고, 보신탕도 안 드셨다”며 아들을 지극정성으로 뒷바라지하던 시어머니의 그때를 떠올렸다.

박 할머니는 “조합장 당선소식을 듣고 날아갈 듯이 기분 좋았다”며 “고단하고 매웠던 기나긴 시집살이를 이제 와서 다 잊게 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박 할머니 슬하에는 아들·딸에 손자·손녀까지 31명의 자손이 있다. 이들은 7년째 1년에 한 번 겨울에 대형 관광버스를 대절해 박 할머니를 모시고 전국 명소를 찾고 있다. 최근엔 동해를 찾아가 가족애를 듬뿍 쌓았다. 고령의 나이에도 박 할머니가 건강하게 여행할 수 있는 까닭은 규칙적인 생활 덕분이다.
요즘도 9시면 잠을 청하는데, 손녀딸이 초등학교 때 공부하던 ‘생활의 길잡이’ 등의 교과서를 큰소리로 읽은 후 잠자리에 든다.
아침 6시3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아침식사 후 동네 한 바퀴를 돈다. 하루 세 끼도 꼬박꼬박 챙긴다. 마당 텃밭의 풀을 뽑고 가능한 한 직접 가꾼 채소를 섭취하는 것도 즐거움이자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 중 하나다. 감기예방을 위해 직접 농사 지은 호박과 도라지 달인 것도 잘 챙겨 먹는다.
“3대가 함께 살고 있어 푸근하다”는 박 할머니는 “소리 내 책을 읽으면 정신도 맑아지고 치매 예방에도 참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영선 전문기자  ysun65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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