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석 시장님, 시장님이 고양시장으로 취임한지도 어언 반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생소한 동네에 들어와 나름대로 감을 잡느라 고생이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사실 시장님이 지난 지방선거 때 혜성같이 나타나 같은 당 소속의 시장과 박빙의 경합을 벌이고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될 때까지 강현석이라는 인물이 누구이고 어떤 경력의 소유자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당시는 한나라당 공천이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분위기였기에 강시장님에 대한 관심은 급속히 높아졌습니다. 고향은 어디이고 어느 학교를 졸업했으며,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등등을 선거 홍보물을 통해 알게 되었고, 사람 좋고 겸손하고 소박하다는 것 역시 입에서 입으로 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고양시장에 취임했고 6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선거 기간부터 지금까지 시장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행정경험이 없다는 것이지요. 필자는 그 소리를 여러 곳에서 접했지만 그래도 본인의 머리와 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극복될 수 있는 사항이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필자에게도 “어쩌면 그 우려의 목소리들이 사실이 아닐까”하는 의문이 강하게 들고 있습니다. 다른 것은 접어두더라도, 금정굴과 연관된 문제, 백마사격장 이전 문제 그리고 특히 ‘분구’에 관한 문제 등등에서 과연 시장의 행정 추진력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다는 것입니다.

11월19일에 시장님은 ‘일반구 추가설치(분구)에 따른 시의 방침’이라는 것을 발표했습니다. 살고 있는 아파트 현관 게시판에도 부쳐 있더군요. 얼마 전부터 ‘분구’에 따른 말들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일산3동에는 현수막도 걸려 있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시장님이 발표한 글을 보고 기절초풍 할 뻔했습니다.

“구의 증설은 앞으로 많은 시민들께서 구의 증설을 요구할 때까지는 구 증설논의 자체를 중단하고자 합니다”라는 문구를 접한 순간 필자의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바로 앞에서 구 증설계획(안)은 “행정수요가 급증함으로써 시민들이 제때에 행정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형편에 이르렀기” 때문에 “고양시의 발전과 일산주민의 편익증진을 위해”, “시민들의 행정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다고 하면서도, “많은 시민들께서 구의 증설을 요구할 때까지는 구 증설논의 자체를 중단”하겠다니.

이 말을 좀 삐딱하게(?) 해석하면 다음과 같이 될 것 같습니다. “시민들, 당신들의 편의를 위해 어렵사리 도지사에게 부탁해서 구 증설을 하려고 하는데 왠 말들이 그리 많소. 그러면 나도 당신들이 도저히 불편해서 안되겠다고 할 때까지 가만히 있겠소. 당신들이 불편하지 내가 불편한가. 내가 인심 잃어가며 이 일을 계속할 이유가 없소이다.”

강시장님, 여기에도 좋고 저기에도 좋은 것이 행정가의 제일 덕목일 수 없습니다. 유능한 행정가는 명석한 판단력과 강인한 추진력의 소유자일 것입니다. 모든 공적인 일에는 저항이 있기 마련입니다. 진정한 행정가는 저항세력을 이성적으로 설득하여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일을 추진하는 자이지, 저항에 굴복해 포기하거나 목소리가 큰 사람의 손을 들어주는 자가 아닙니다. 민원 직통전화 설치하고, 무엇을 만들어 냄이 없이 그저 적당하게 처신하는 것은 아류 정상배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당료 출신의 시장님이라 훗날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시민은 결코 우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는 것은 아무리 유념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제 반년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시간은 많습니다. 시장님을 선택한 고양시민이 결코 우민이 아니었음을 이제부터라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한양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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