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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앞장서고 지자체가 밀어준 시흥시 청년기본조례
  • 남동진 기자
  • 승인 2016.01.19 10:13
  • 호수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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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 공포를 기념해 시흥시는 ‘2016 SiHeung Youth Award’라는 테마로 시흥ABC행복학습타운 지혜관에서 지난 7일 기념식을 개최했다(사진제공 시흥시청)
지자체 중 처음 주민발의로 조례제정
봉사활동 청년그룹 주도로 제정추진
시, 전폭지원으로 청년만의 목소리 담아
청년정책 심의뿐 아니라 의결권도 가져
“청년의 사회적 현안 포괄한 정책필요”

지자체 중 처음 주민발의로 조례제정봉사활동 청년그룹 주도로 제정추진시, 전폭지원으로 청년만의 목소리 담아청년정책 심의뿐 아니라 의결권도 가져“청년의 사회적 현안 포괄한 정책필요”

 

지자체 중 처음 주민발의로 조례제정봉사활동 청년그룹 주도로 제정추진시, 전폭지원으로 청년만의 목소리 담아청년정책 심의뿐 아니라 의결권도 가져“청년의 사회적 현안 포괄한 정책필요”

 

시흥시는 지난 7일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주민발의로 청년기본조례를 공포했다. 청년의 참여확대, 학습권보장, 능력계발, 고용확대, 부채경감, 주거안정, 청년공간마련 등 청년의 권익증진과 권리보호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된 시흥시청년기본조례는 특히 당사자인 청년들이 직접 나서 주민청구 방식의 조례제정운동을 벌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조례서명을 주도한 시흥청년아티스트뿐만 아니라 나눔자리문화공동체, 청년감자, 청년쌀롱, 청춘동행, 체인지메이커, 하이퀄리티 밴드연합 등 수많은 지역 청년단체들이 힘을 합쳐 이룬 눈부신 성과였다.

공익활동 지원 조례의 한계서 출발
변화는 항상 예기치 못했던 작은 움직임에서부터 시작한다. 시흥시 청년조례의 사례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례서명운동을 주도한 시흥청년아티스트는 본래 시흥시정을 디자인하는 청년그룹의 형태로 2014년 11월 출범한 단체였다. 초창기 활동 또한 지역 내 공익캠페인운동 같은 일종의 봉사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조례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온 것은 이듬해 1월 내부 워크숍에서부터였다. 시흥청년아티스트 멤버인 홍헌영(29세)씨는 “모임을 통해 다양한 사업아이디어가 나왔는데 막상 추진하려고 보니 행정에서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 제도적, 정책적 기반 없이 자원봉사 형태의 활동만 지속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청년을 위한 지원근거와 관련부서 마련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후 청년유니온, 권지웅 서울시 청년명예부시장 등을 만나며 청년정책 민관거버넌스 사례를 접하기 시작한 이들은 서울청년기본조례와 같은 청년조례의 필요성을 깨닫게 됐다.

사실 시흥청년아티스트에서 처음 생각했던 것은 ‘청년공익활동을 위한 지원조례’의 형태였다. 하지만 이후 청년실태조사와 청년세미나 등을 거치면서 더 많은 청년문제들을 포괄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반딧불이 캠페인(퇴근길 함께 가주는 활동)을 하면서 시화공단에서 일하는 청년들을 많이 만났었어요. 그런데 그 친구들은 청년활동이 문제가 아니었어요. 당장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공장에서 2교대로 일하고 현실문제에 치여 사는데 모임이나 활동지원에 관심이 생길 수 없죠. 우리가 청년문제를 너무 한쪽 측면에서만 바라봤구나 싶어 그때부터 지역 내 다양한 청년들을 만나기 시작했죠.”- 시흥청년아티스트 김광수(24세)

“정말 수많은 고민과 욕구들이 있었어요. 청년을 위한 공간부터 주거, 교육, 일자리문제까지.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공익활동 지원만을 바라는 조례를 만들면 정말 반쪽짜리밖에 될 수 없는 거죠. 그때부터 청년들의 활동지원 뿐만 아니라 권리문제에 대해서도 관심갖기 시작했어요.”- 시흥청년아티스트 홍헌영   

서명인원, 주민발의 기준 훌쩍 넘어
각종 모임과 2차에 걸친 청년실태조사를 거치며 시흥청년아티스트 멤버 10명은 단순한 청년활동 지원이 아닌 시흥청년들의 전반적인 문제를 포괄하는 기본조례를 제정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여기에 청년들은 한 걸음 더 나갔다. 조례제정을 주민청구방식으로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시흥청년아티스트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조은주 시흥시 정책기획단 사무국장은 “처음에 조례제정하는 법을 알려달라고 하기에 집행부 발의, 시의원 발의, 그리고 주민발의가 있다고 알려줬더니 주민발의가 본인들의 목적에 가장 부합한다고 조례서명을 받겠다고 했다”며 “어렵다고 만류하기도 했지만 다들 의지가 확고해서 그냥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덜컥 시작하게 된 조례서명운동. 지난해 8월 5일 접수를 시작해 3개월만에 시흥시민 6125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 그야말로 고난도의 미션이었다. 서명운동 자체가 생소했던 이들은 처음에는 무작정 맨몸으로 서명판을 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기만 했다. 2주차 주말까지 받은 서명은 고작 40명 남짓. 대표발의자였던 김광수씨는 “처음에는 다들 경험도 없고 어색해서 서명운동이 진척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목표치를 정하고 서로 독려하면서 하다보니 점점 역할분담도 되고 요령도 생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홍헌영씨는 시흥시의 대표 등산지인 소래산에서 서명운동을 받았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냥 무작정 받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찾다가 그곳을 갔어요. 등산객들에게 커피를 타 드리면서 내용을 설명하고 서명을 받는 식이었죠. 다행히 반응들이 좋으셔서 200명 넘게 서명 받아 큰 힘이 됐어요. 조례취지를 설명하는 종이도 나눠드렸는데 그냥 산에 버렸을까봐 걱정돼서 쫓아가 쓰레기를 주워왔던 것도 기억나고….”

청년들의 조례서명운동이 차츰 지역에 알려지면서 도움의 손길들도 닿기 시작했다. 시흥시는 지역의 크고 작은 축제마다 시정홍보부스를 조례서명을 위해 기꺼이 내줬다. 시흥시 몇몇 기관장들과 지역유지들은 서명권한을 위임받아 함께 서명운동에 동참해줬다. 다른 청년단체와 개별적으로 관심을 나타낸 청년들까지 조례서명운동에 동참하면서 나중에 위임자 수는 87명까지 늘었다고 한다. 그러던 사이 서명인원 또한 발의기준인 6125명을 훌쩍 넘은 1만4372명까지 도달했다. 

 

   
김광수씨는 “사실 처음 서명운동할 때는 오히려 청년층의 반응이 더 냉담해서 당황하기도 했다. 한 청년은 사회적기업활동하시는 분이셨는데 ‘조례제정 한다고 뭐가 바뀌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분도 우리가 계속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는 나중에 서명운동에 적극 동참해서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조례서명운동 과정에서 새롭게 만난 청년들과 청년단체들은 조례제정 이후에도 함께 만나며 시흥시 청년정책에 참여하고 있다.

 

전폭적인 시 지지도 한몫
시흥시 청년기본조례 주민발의가 성공했던 또 하나의 요인은 바로 김윤식 시흥시장을 비롯한 시흥시의 전폭적인 지원이었다. 조은주 사무국장은 “시흥청년아티스트라는 단체가 만들어질 때부터 시의 기조는 지원을 하되 일체의 간섭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청년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노력했는데 기대 이상의 활동모습을 보여줘 행정에서도 뿌듯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청년조례 주민발의의 경우에도 그는 타 시군 사례나 행정절차와 같은 정보들을 제공하는 등 뒤에서 묵묵하게 지원해 왔다. 시흥청년아티스트 청년들이 지금까지도 고마워하는 부분이다.

김윤식 시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청년들과의 간담회 때도 본인의 의견 대신 청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대로 반영하는 식이었다. 청년활동을 적극 지원하면서도 행여나 본인의 치적삼기로 오해받을까 매우 조심스러워 했다고 조은주 사무국장은 전했다. 심지어 조례제정운동 중 열린 공청회에서도 몰래 뒷자리에 앉았다가 내용만 듣고 돌아갔다는 후문이다.

홍헌영씨는 “시장님과 시 집행부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덕에 어느 누구의 개입 없이 청년들만의 목소리를 담아낸 조례안을 만들 수 있었다”며 “조례서명운동이 진행되면서 시의원들도 여야 할 것 없이 우리의 활동을 지지하고 힘을 보태줘서 큰 원동력이 됐다”고 전했다.

시흥청년아티스트는 조례서명운동을 진행하면서 한편으로 좀 더 많은 청년들의 요구와 내용을 조례에 담아내기 위해 힘썼다. 두 차례의 공청회와 함께 다양한 청년그룹과 간담회를 가지면서 조례내용을 수차례 고쳐나갔다. 그 결과 시흥시청년기본조례는 주민발의라는 상징성뿐만 아니라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진일보된 형태를 띠고 있다.

대표적으로 조례에 명시된 시흥시 청년위원회는 시의 청년정책을 심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결권까지 가지고 있어 타 지자체에 비해 역할과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청년정책 민관거버넌스 기구인 청년정책협의체의 경우 청년의 참여확대 및 연대강화 조항을 집어넣어 다양성과 포용성에 초점을 맞췄으며 일자리문제, 주거문제, 공간마련문제뿐만 아니라 학습권 보장 및 능력계발지원을 명시한 점이 시흥시 청년기본조례의 독창적인 부분이다.

김광수씨는 “시흥시의 경우 몇몇 인문계 고등학교의 대학진학률이 50%가 안될 정도로 미진학 청년들이 많이 있다. 이들 대부분이 현실적인 문제로 꿈을 접고 일찍 공장에 취직하는데 이들에게 인문 소양 등 다양한 능력을 계발하고 교육할 수 있는 청년학교에 대한 내용도 넣었다”고 이야기했다. 홍헌영씨는 “적어도 우리가 만난 청년들, 특히 사회를 일찍 접한 청년들은 스펙을 쌓아서 대기업에 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진로를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적어도 이들에게 선택의 기회는 줘야한다는 것이 청년 학습권 보장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올핸 청년정책 구상하고 실현하는 원년
주민발의로 이뤄진 시흥시청년기본조례는 지난해 12월 18일 시의회에서 원안이 가결돼 지난 7일 정식으로 공표됐다. 시흥시는 조례제정에 맞춰 2016년 사업 예산으로 25억여원을 확보했으며, 커뮤니티 활성화 사업, 인생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청년학교 운영, 마을기획 활동 및 골목경제활성화를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 등이 포함된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지난해 10월 Next경기 창조오디션 시즌2에서 청년협업공간 조성을 통해 청년들과 전문가와의 네트워킹을 통해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청년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내용의 ‘경기청년 협업마을 만들기’로 75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시흥시 대야동 ABC학습센터(구 가스안전공사 부지)에 조성되는 ‘경기청년협업마을’은 서울시 청년허브센터와 같이 청년 혁신일자리 창출의 허브를 구축하고 지역네트워킹과 전문가 멘토링을 통해 사회적 창업을 확대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조은주 사무국장은 “무엇보다 청년들과 함께 만드는 청년정책이라는 기조를 이어나갈 예정”이라며 “청년정책에 관한 기본계획마련을 위해 정책수립과정부터 청년, 공무원이 함께 모여 7가지 키워드를 설정하고 키워드별로 학습모임을 진행해 10월경에 발표할 계획이다. 올 한 해는 정책을 구상하고 실험하는 단계로 정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청년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헌영씨는 “청년문화활성화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처해있는 구조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정책 사각지대에 위치한 사회 밖 청년들을 지역사회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일자리뿐만 아니라 참여, 교육, 주거 부채문제 등 다양한 현안들을 포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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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고해성사방에 민방위 새벽소집까지 돌며 서명받아”

   

시흥시 청년조례주민발의운동을 주도한 홍헌영, 김광수씨는 다소 특이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시흥시 장애인복지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군복무를 하던 중 자체적으로 만든 장애인 봉사단체 활동을 하면서 지역사회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 “직원 수와 사회복무요원 수가 비슷한 곳이었어요. 그러다보니 복지관의 주요업무도 맡게 되고 장애인문제에 대해서도 남들보다 관심을 많이 가질 수 밖에 없었죠. 마침 NGO활동에 꿈이 있었던 한 선임의 제안으로 봉사단체까지 만들어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공익활동에 눈을 뜨게 됐어요.”


2년간의 사회복무를 마친 두 청년은 시흥시 정책기획단에서 일하던 조은주 사무국장의 권유로 시흥청년아티스트에 참여하게 됐다. 조 사무국장은 지역에서 13년 넘게 청소년활동을 해오다가 2014년 8월부터 시흥시 별정직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유연한 사고를 지닌 활동가 출신의 공무원과 참여의식이 높은 청년들의 만남. 자연스럽게 손발이 척척 맞을 수 밖에 없었다.

젊음의 패기와 열정으로 조례서명운동을 시작했지만 힘든 순간도 많았다고 한다. 시흥청년아티스트의 맏형이었던 홍헌영씨는 “‘이런 걸 해서 뭐하냐’, ‘공부나 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처도 많이 받았다. 서명을 해주려다가도 주민번호 기입 때문에 발길을 돌린 이들도 많았다.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아 9월말까지 2500명을 모으지 못하면 그냥 포기하자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행사장을 다니며 열심히 서명운동을 벌인 결과 조금씩 성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급한 마음에 나중에는 교회나 성당 고해성사방까지 돌면서 서명운동에 나섰다고 한다. “한번은 성당에 찾아갔는데 신부님이 외국인이셔서 당황한 적도 있었어요. 다행히 저희들의 활동에 흔쾌히 동의해주시고 직접 신도들에게 홍보할 기회까지 주셔서 큰 힘이 됐죠. 한 교회에서는 예배시간에 목사님이 직접 공지해 준 적도 있고 나중에는 민방위훈련 새벽소집장소까지 찾아가서 서명을 받기도 했어요.”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만큼 성과도 돋보였다. 주민들이 직접 발의한 조례라는 상징성 덕에 다소 혁신적인 내용이 포함됐음에도 시흥시청년조례는 시의회에서도 원안 그대로 통과될 수 있었다. 김광수씨는 “넣을까 말까 고민했던 내용들도 무조건 넣었는데 결과적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조례시행과정에서 잡음도 많겠지만 지역주민들이 공감하고 함께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함부로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조은주 사무국장은 “시 집행부 사이에서도 사실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는데 이번 조례제정을 계기로 인식들이 많이 바뀌게 됐다. 일단 청년들에게 맡겨놓으면 스스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것 같아 뿌듯하다”며 내년에는 민관거버넌스를 통해 청년정책이 올바르게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전했다.

 

남동진 기자  xelloss11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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