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양구 혜음로 ‘즐거운 그림마을’ 정병길 화가

“디지털 그림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정병길(63세)씨. 그는 농협중앙회에서 30여 년간 근무하다 2010년 지점장으로 퇴직했다. 2011년엔 『내 아이 이웃과 함께, 더 큰 세상으로』 라는 수필에 이어 2013년에 『이젠 아빠를 부탁해』란 책도 냈다.


출간한 책이 큰 호응을 얻자 SNS를 배워 홍보할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서울 은퇴자협동조합 모임에서 SNS코칭 전문가인 ‘맥아더 스쿨’ 정은상 교장을 만나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제작 활용법을 배웠다. 아이패드 그림 앱으로 그림을 그리고 판화로 출력해 선물도 해보고 구매 주문을 받기도 했다. 이에 탄력을 받아 2014년 6월 대자동 강강술래 늘봄농원점에서 10여 일 동안 아이패드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었다. 정씨는 “디지털 그림만으로 개인전을 연 건 국내 처음일 것”이라며 “주변 반응이 뜨거웠다”고 회상했다.

이때부터 그에겐 ‘아이패드 화가 1호’, ‘태블릿PC 화가’ 등의 별칭이 따라붙었다. 최근엔 삼성전자의 펜업(PEN.UP)팀 지원으로 주로 ‘갤럭시노트 프로’의 앱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면서 ‘갤럭시 화가’란 닉네임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그림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학창시절 줄곧 미술부 활동을 할 정도로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늘 그림 그리기를 가까이해 전시회도 여러 번 참여하고 그림과 관련한 상도 종종 받았다.

최근엔 디지털 그림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참여가 늘어나면서 전문가뿐 아니라 초보자나 아마추어들도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개척해야 할 여지가 많은 분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정병길씨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속 어린왕자 그림이 우리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건 그림 실력이 다소 어눌하긴 해도 개성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라며 “비록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자기만의 이야기가 담긴 재미있고 개성있는 그림을 그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손꼽는 디지털 그림의 장점은 본래의 그림 그리기보다 간편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주도에 가서 유화 작업을 하려면 그림물감, 캔버스, 이젤 등 그림도구를 한짐 메고 공항 검색대를 거쳐 제주도에 가야 한다. 반면, 디지털 그림은 패드와 터치 펜(전자펜)만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언제든 그리면 된다. 활용도도 다양하다. 시화전의 컷, 책의 컷, T셔츠 디자인, 기념품 등 쓰임이 많고 전시회도 가능하다. 정씨는 강강술래 상계점 초대전(지난해 6월)을 비롯해 서울 아산병원 갤러리 전시(지난해 12월) 등 지금까지 개인전 10회와 다수의 그룹전을 가졌다.

상도 여러 차례 받았다. 2014 시니어 IT일자리 사례 공모전 최우수상, 한국 현대미술 북경 아트페스티벌 우수 작가상(2013), 행주 미술대전 특선(2012) 등도 디지털 그림 덕분에 수상한 상이다. 제 4회 서울 앱 페스티벌(2015), 서울 기프트 쇼(2015) 등의 행사에도 참여했다.

아울러 그룹 또는 개인별 아이패드 그림 강좌도 지속적으로 열고 있고, 지난해 12월에는 삼성전자 펜업 초청으로 드로잉 토크쇼에도 참여했다. 정병길씨는 “작품 활동을 즐기면서 디지털 미술세계를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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