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지방교육행정을 관장하는 시도교육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본연의 업무인 학생들 교육과정 운영이나 학교교육 지원을 위한 사업 때문이 아니다. 누리과정이라 일컫는 3~5세 유아 교육을 위한 무상보육비를 놓고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수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이 필요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무상보육비 전체 예산은 4조원 가량이다. 그런데 1년치 무상보육비 예산을 모두 편성한 교육청은 단 한 곳도 없다. 서울, 경기, 인천, 광주, 전남을 비롯한 7개 시도교육청은 무상보육비를 전혀 편성하지 못하거나 어린이집을 제외한 유치원 보육비 일부만 편성했다. 나머지 교육청도 짧게는 2달에서 길어야 8개월 정도치만 예산을 마련해두었다.

지금 이 상태로 가게 되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의 부모들은 상당한 곤란을 겪게 될 것이다. 달마다 받던 22만원 가량의 무상보육비 혜택이 사라지고 부모들이 보육비를 부담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에 대비하고 유아들의 교육과 보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나선 무상보육비 정책이 왜 이렇게 혼선을 겪고 있는 걸까. 복지혜택을 줬다가 뺏는 가장 나쁜 행태가 일어나려는 것인가.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예산 마련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없이 정책부터 실행한 중앙정부의 과욕 탓이다. 이미 밝혀진 것처럼 5세 유아만 진행하던 무상보육을 3~4세 유아까지 확대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무상보육비를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것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방송연설과 선거공약을 통해 약속했다. 물론 이같은 무상보육 공약을 통해 상당한 지지와 효과를 누렸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서 무상보육비에 대한 부담은 차츰 중앙정부가 아닌 시도교육청으로 떠넘겨졌다. 처음에 5세 유치원 원아에서 시작한 무상보육비는 지난해에 3~4세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아들까지 100% 교육청이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였다. 경기도교육청만 해도 해마다 1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편성하여 무상보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약은 대통령이 하고, 책임은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시·도교육청이 학교교육을 위해 써야 할 예산을 보육까지 책임지게 되면서 그 피해는 초·중·고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학교 기본필수 경비인 학교운영비가 줄어들고 학교환경개선이나 기간제교사 대치예산까지 줄여야 하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제도 개선 대신 시·도교육청에게 아예 재정 부담을 떠맡기는 방식을 세웠다. 2015년도에 들어 국무회의에서 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누리과정 무상보육비를 시도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의무적으로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그 뒤 교육부는 2016년도 무상보육비 특별예산을 요청해야 한다는 교육청과 야당의 요구를 외면한 채 시도교육감들에게 예산을 의무적으로 편성하라며 갖은 방법으로 압박했다.

지금 시·도교육청 교육감들은 적어도 어린이집 무상보육비 2조원에 대한 국고 지원과 교육재정교부금 확대를 위한 제도적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정부가 예비비나 추경을 통한 추가 예산을 내려보내고 교육부 특별교부금 비율을 2%로 하향 조정, 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을 내국세의 25,27%로 상향시키는 법률 개정 등을 통해 일시적인 아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주문하는 것이다. 또한 이를 위한 대통령과 관계부서 장관 협의와 사회적 합의기구도 제안하고 있다.

정부는 우월적 지위에서 시·도교육감만을 압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대화에 응하고 무상보육비 확보 대책을 근본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초·중등 교육과 유아교육을 함께 살리고 무상보육비 불안에서 걱정하는 유아 학부모들과 교육기관을 안정시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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