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행복한 밥상을 찾아주자

‘오늘 저희 반 학생 5~6명이 점심시간에 급식반찬으로 나온 돼지고기에서는 비닐이, 김치에서는 염색이 되어진 남자의 짧은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들고 왔더군요.’

‘벌레, 수세미, 애벌레. 모두 3학년 급식에서 며칠 사이에 나온 것이랍니다.’

‘**학교 영양사입니다. 국에서 락스 냄새가 나는 이유는 급식기구를 락스 소독을 하기 때문입니다. 지적된 이후로는 식품과 기구에 락스는 하지 않고 바닥만 청소할 때 씁니다.’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이야기들이다. 벌레, 머리카락 등 이물질이 나왔다는 학생들의 불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음식에서 락스 냄새가 난다는 불평에 영양사는 락스로 그릇을 닦기 때문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학교급식의 문제점들이 계속 지적되고 드러나면서 여성단체와 학부모들이 개선을 요구하며 대안찾기에 나서고 있다. 고양시민단체 연대회외의 환경운동연합은 12일 ‘학교 급식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직영과 위탁급식에 대한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에 앞선 11월 29일에는 한국여성민우회가 역시 학교급식 토론회를 열어 일산대진고의 사례가 발표됐다.

“홈페이지에 아이들이 급식에 대한 불평이 계속 올라왔어요. 우리집 아이도 집에 와서 도저히 못먹겠다고 도시락을 싸달라고 하는 거에요. 그래서 보니 정말 너무 형편이 없어서 교장선생님과 위탁업체에 개선을 요구했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구요.”

지난달 11월 29일 열린 한국여성민우회 생협 ‘우리 농산물 이용확대를 위한 학교 급식 토론회’에서는 대진고교의 급식 개선 사례가 발표됐다. 이날 발표는 김인숙 대진고 학교운영위원장이 맡았다.

대진고 학부모들이 나서 바꿔

일산대진고교는 8년전 개교 때부터 위탁급식을 실시했다. 강당 지하의 조리실과 식당을 설치해 학생들이 점심과 저녁을 이곳에서 해결하고 있다. 대진고의 급식의 질과 맛은 초기에는 다른 학교들이 견학을 올 정도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 3년전부터 질이 떨어지기 시작해 작년에는 심각한 학교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학교운영위는 작년 급식문제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정하고 개선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우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급식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80%이상의 학생들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응답을 했다. 학생들의 요구사항은 ‘반찬을 원하는 만큼 더 줄 것’‘식기와 소독을 철저히 할 것’‘음식물 쓰레기는 바로 처리할 것’‘식단 결정시 학생들과 학부모의 의견을 참고할 것’등 너무나 당연한 내용들이었다.

운영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위탁업체에게 전달하고 일주일내로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업체 측은 급식 가격이 너무 낮기 때문에 요구사항을 들어주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밀고 당기는 협상이 지연되면서 학부모들은 계약 해지를 검토하자고 주장했지만 학교측이 그렇게 되면 직영을 해야 한다며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주었다.

“결국 급식업자를 직접 만나 설득했죠. 학부모들의 입장을 전달하고 인간적으로 다가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2004년까지 계약이 보장돼있어 업체 측에 요구를 관철시키기가 어려웠다. 운영위에서는 ‘학교급식 특약’을 계약서에 추가하도록 했다. 추가 내용은 식재료 구입비용은 전 급식자 급식비의 65%이상이어야 한다, 모든 재료는 국내산 상등품을 기준으로 한다, 월 식단은 시행 1주전까지 작성해 학교운영위에 제출하고 심사하도록 한다는 등의 것이었다. 식품에서 이물질이 월 2회이상 발견될 경우 위반사항에 서명날인하고 전학년의 월 급식비중 1일분을 차감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노력으로 올해 6월에 다시 실시한 급식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 70%이상의 학생들이 만족을 표했다. 급식업체에게는 급식비도 인상시켜주었다.

“급식업체에 인스턴트 식품이 60%이상이라고 항의하니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더군요. 결국 직접 돈까스같은 것을 만들도록 하고 엄마들이 새벽에 나와 음식만드는 걸 도왔죠. 인스턴트 식품을 20%만 사용하게 됐죠.”

김인숙 위원장은 학교 급식개선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급식소위, 재료구입까지 꼼꼼 감사

‘밥상에 생명을 차리자’란 주제로 마련된 12일 환경운동연합 토론회에서도 3년 이상 장기 계약을 맺고 들어오는 위탁급식 업체에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지적됐다.

학교급식 전국네트워크 사무처장 이빈파씨는 “학부모가 납부하는 교육비로 예산을 짜면서도 급식에 학부모들이 관심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생각하는 교육자들이 많다”며 “급식소위원회를 구성해 식단과 식재료 검수는 물론이고 생산지와 생산자, 유통과정, 조리실과 조리종사자에 대해서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빈파씨는 급식도 학교교육의 일환임을 강조하며 교육적 철학을 가진 업체에게 위탁을 맡겨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학교 직영으로 전환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우리농산물과 유기농 제품 사용등 급식의 질적 개선에 대한 요구도 제기됐다. 전주한울생협 이은순 교육이사는 전북의 사례를 들어 급식 조례로 ‘국산 농산물 사용’을 명기할 것을 제안했다.

경기도 최창의 교육위원은 “교사들이 가장 고통스런 시간이 점심시간이라고 할만큼 급식환경이 나쁘다”며 “환경개선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참교육학부모회 고양지회 박이선 회장은 “학부모들이 조리실 위생검사를 정기적으로 하게 하고 시식기회를 줘야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사단법인 학교급식관리협회 부회장도 참석해 “학교급식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오히려 안전한다”며 “양심적이고 교육적인 민간업체에 위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급식 개선 토론회들은 하나의 결론은 없었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먹여야 하며 급식 자체도 교육의 일환이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었다. 김치에 락스 냄새가 났다고 하는 학생에게 배추절인 냄새라고 우기는 영양사,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하니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는 급식업체가 있다. 학부모들의 관심과 실사를 월권이라며 감추려든다면 급식개선, 교육개선은 먼 얘기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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