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신문 편집장에서 유통 대기업 사장까지

‘아내가 어리석다고 탓하지 마라. 어쩌면 그래서 당신같은 남편을 만났을지도 모른다.’

평범한 단어가 이어져 문장이 되면서 남편과 아내들의 무릎을 치게 만든다. 어려운 단어도 잘 쓰지 않고 짧게 끊어지는 얘기들은 아빠노릇, 남편 노릇,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한 구구절절 옳은 얘기들이다.
고양신문과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김승호의 휴스턴 통신’을 연재하고 있는 김승호(38)씨가 일산을 찾았다. 업무차 한국을 찾아 처가집인 일산 후곡마을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서리 맨입니다. 제가 망하는 회사 살리는 사람이죠.”

김씨는 자신의 직업을 이렇게 설명했다. 따뜻한 아빠, 행복한 남편의 이미지와 달리 그는 지금의 성공을 위해 다양한 경험을 했고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기도 했다고. 10년 전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떠나 그가 처음 한 일은 지역신문 편집장. 한인 교포들을 대상으로 7명의 친구들과 함께 만들었던 지역 신문의 경험으로 그는 고양신문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미국에선 인구 1만평, 3천가구 정도만 되면 마을 신문이 만들어지는데 다들 보죠. 광고 효과도 크기 때문에 지금 제가 운영하는 마트들도 그곳에 광고를 냅니다.”

지역신문을 접고 그는 경영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00년 4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의 유명 유기농 유통 업체인 ‘Seeker USA’를 인수하게 됐다.

“씨커는 휴스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통업체죠. 당시 매장 하나당 시세가 400만 불이었는데 제가 68불을 들고 회사 사장을 설득해 결국 인수를 받았죠. 인수하자마자 직원들에게 이익의 25%를 나눠주는 방식으로 운영해 바로 본 궤도에 올려놓았습니다.”

이미 국내에서 인터넷 주문을 받고 있고 내년에는 강남을 시작으로 한국진출도 준비중이란다. 미국내에 대형 매장만 6개가 넘는 성공한 실업가 김씨는 최근 ‘좋은 아빠 노릇 좋은 엄마 노릇보다 쉽다’란 책을 펴냈다.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을 묶어낸 것.

행복한 가정에 성공한 기업인, 이제는 훌륭한 아빠노릇을 자랑까지 하고 있는 그의 삶의 비결은 무엇일까.

“미국 이민가기 전에 중앙대 사진학과 시험쳤다 떨어졌어요. 고등학교 때는 동네 가게를 돌면서 장사 잘되는 아이디어를 팔기도 했죠. 다른 데는 애가 장난친다고 돌려보내고 한곳에서 받아주더군요. 한국에선 학업 경쟁이 치열한 것 같은데 사실 전 공부잘하는 것과 인생 잘사는 건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는 팔불출이란 소리 걱정않고 누구에게나 큰소리로 아내의 미모를 자랑한다. 비오는 날 세아들과 웃음소리 동네 떠나가게 수영을 즐긴다. 자신을 세아이의 아빠로 소개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사소하고 귀찮을 법한 메일에도 친절하게 답장을 보낸다. 이 정도로도 그의 행복 비결을 알아내지 못한 사람이라면 아마 직접 특강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의 메일 주소는 jk9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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