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 ‘보리와 철새’에서 전시중인 열두 달 어린이 농부학교 사진전

파주출판도시에 자리한 보리출판사 북카페 ‘보리와 철새’에서는 요즘 조금은 특별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사진전이라고 해서 뛰어난 영감을 앵글에 담은, 또는 유명 작가가 찍은 작품사진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전시 공간 곳곳에 놓인 이젤 위에는 지난 한 해 동안 함께 농사를 지은 어린이 농부들의 소박한 모습들이 담겨있을 뿐이다. 그러나 사진 한 장 한 장을 세심히 들여다보면 여느 사진전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색다른 감동이 느껴진다. 사진 속에는 흙이 있고, 건강한 노동이 있고, 그 안에서 자연의 일부가 된 아이들이 있다. 카메라를 의식하거나 일부러 폼 나게 포즈를 잡은 친구는 한 명도 없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표정이 참 해맑아서 보는 이의 마음에도 넉넉한 행복이 전해진다. 

한 해 농사의 모든 과정이 사진속에 담겨
사진속에 담긴 아이들은 파주생태교육원(대표 조영권)에서 운영하는 ‘열두달 어린이 농부학교’ 5기 친구들이다. 작년 한 해 동안 논과 밭, 그리고 숲에서 함께 활동했던 즐거운 시간들을 짬짬이 카메라에 담아 두었는데, 모아놓고 보니 계절의 변화와 함께 한 해 농사의 모든 과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 사진의 소박한 가치에 공감한 보리출판사에서 흔쾌히 공간을 내 주어 보다 많은 이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사진을 살펴보니 어린이 농부들이 한 해 농사의 여러 단계들을 제법 살뜰히 체험한 듯 하다. 논에 물을 가두고, 써레질을 하며 흙을 고르고, 볍씨를 뿌려 모판을 만들고, 모내기를 하고, 김을 매고, 밭에서 채소를 가꾸고, 추수를 하고, 마지막에는 겨울 채비를 하고... 열두 달 단위로 순환하는 농부의 둥근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열심히 농사짓는 모습이 전부는 아니다. 때로는 그저 즐겁게 노는 장면들도 눈에 띈다. 줄을 지어 숲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에선 자연 속에서 가장 예민하게 작동하는 동심의 설렘이 감지된다.   

계절의 변화 속에서 마음이 자란 아이들
사진 속에는 계절과 자연의 변화도 담겨있다. 새싹이 돋는 봄의 신록을 지나 푸르른 생기 가득한 여름, 그리고 침잠의 시간을 준비하는 가을의 색감 속에서 아이들의 옷소매도 짧아졌다가 다시 길어진다. 그 시간을 통과하며 벼가 익고 채소가 여물 듯 아이들의 마음도 한 뼘 더 자랐으리라.
사진들을 담아 낸 액자도 재밌다. 적당한 크기의 나뭇가지를 잘라 프레임을 짜서 안쪽에 나무판자를 덧댄 후 노끈으로 걸이를 만들었다. 비뚤배뚤한 모양 그대로 자연스러운 멋을 풍긴다. 네모 반듯한 틀에 갇히기를 거부하는 아이들의 바람을 상징하는 듯 하다. 사진과 함께 아이들과 함께 만든 만들기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굵기가 서로 다른 덩굴식물로 만든 바구니들도 있고 가는 나뭇가지에 날개씨앗을 붙여 만든 잠자리들도 있다. 덩굴과 노끈, 그리고 새의 깃털로 장식한 벽걸이 액자도 멋지다. 모두 자연에서 얻은 재료에 즐거운 상상력을 더해 만든 작품들이다. 

봄을 기다리는 설렘을 채워 줄 나들이 코스
전시가 열리고 있는 북카페 ‘보리와 철새’는 서로 다른 개성을 뽐내는 공간들이 즐비한 파주출판도시 안에서도 가장 쾌적한 쉼터 중 한 곳으로 손꼽히는 공간이다. 넓은 통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공간 구석구석을 화사하게 채워준다. 테이블의 규모가 제각각이라 여러 명이 함께 들러도 인원수에 맞는 테이블을 찾아 자리를 잡을 수 있어서 좋다. 물론 혼자 들러서 책을 읽으며 차 한잔을 즐기기에도 적합하다. 북카페 뒤편에는 파주출판도시를 감싸고 흐르는 갈대샛강이 우묵한 곳에 물을 가둬 안고 넓은 습지를 이루고 있다. 샛강변을 따라 호젓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차 한잔과 어린 농부들의 행복한 웃음, 그리고 샛강변 산책. 이만하면 봄을 기다리는 설렘을 채워 줄 나들이 코스로 더 바랄 게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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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꿈나무 농사를 짓습니다.”

어린이 농부학교를 운영하는 조영권, 김영금 부부

파주시 월롱에 자리한 파주생태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는 조영권 대표와 김영금 원장은 부부다. 남편은 논과 밭에서 잔뼈가 굵은 농사꾼이자 마을의 이장이며 환경운동 활동가다. 아내는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는 일을 가장 행복하게 여기는 어린이 농부학교의 살림꾼이다.
부부는 함께 논농사, 밭농사는 물론, 사람농사도 짓는다. 나와 이웃,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을 향한 꿈의 씨앗이 열두 달 어린이 농부학교를 통해 매 년 뿌려지고 있다. 해를 거듭하며 서서히 건강한 결실들도 여물고 있다. 지난 대보름에는 그동안 어린이 농부학교를 거쳐 간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 홈커밍데이를 열어 60~70여 명의 졸업생들과 부모님들이 함께 하며 푸근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열두 달 어린이 농부학교의 참가자는 어린이지만, 사실은 온 가족이 함께 입학한다는 마음으로 찾아와 주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농사를 짓는 동안 부모들도 자연을 즐기며 함께 건강한 식탁을 차리기도 하고, 가족과 가족이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가도록 권유합니다.”
단순한 농사학교 너머를 향하고 있는 조영권 대표의 바람에 김영금 원장도 맞장구를 친다. 
“어린이 농부교실을 통해 전해주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궁극적으로는 세상을 살아가는 새로운 관점을 심어주고 싶어요.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와 관계를 맺고 살잖아요. 자연에 기댄 삶, 그리고 친밀한 공동체에 대한 고민이 결국은 하나거든요.”

■ 열두 달 어린이 농부학교 6기 모집
* 모집기간 : 3월까지 (선착순 마감)
* 활동기간 : 2016년 3월~ 2017년 2월까지
* 활동시간 : 월 2회(2.4째 주/ 토요반.일요반) 오전 10시~오후4시 (6시간)
* 모집대상 : 유치반(6~7세), 초등반(전학년)
* 모집인원 :토.일요일반 각각 유치반 8명, 초등반 12명
* 교 육 비 : 유치반 월 15만원, 초등반 월 14만원 (점심, 간식비 포함)
* 교육신청 : 다음카페 ‘파주생태교육원’
* 교육문의 : 김영금 원장 010-9451-1889
  파주생태교육원 (파주시 월롱면 함영골길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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