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딸아이가 28개월의 종달새로 자라기까지 난 항상 육아와 직장생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갈등속에 허우적거렸으며 지금도 그러하다.

아이가 돌이 지나면서 어린이집에 보내고 어찌어찌 직장생활을 지속했지만 1년 동안 아이는 폐렴부터 시작해 축농증, 열감기, 천식까지 거치며 병원을 수시로 들락거렸고, 점점 성격이 거칠어져 갔으며 세 살이 되도록 기저귀도 떼지 못했으며 ‘더 이상 엄마와 떨어질 수 없다’는 굳은 결심을 했는지 아침마다 어린이집 앞에서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결국 직장 복귀 1년만에 6년 넘게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못먹고 못입더라도 아이가 상처받는 것보단 낫다’는 결심으로 육아에 전념하게 되었다. 두 달 사이에 아이는 기저귀를 더 이상 차지 않아도 됐고, 소리지르고 때리던 버릇이 사라져 잘 웃고 재잘거리는 어여쁜 종달새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든 까닭에 매달 은행빚 갚고나면 적금할 돈을 마련할 수 없었고, 난 아이가 왠만큼 자라 재취업을 하려 했을 때 ‘나이 먹은 아줌마에게 좋은 일자리는 없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결국 어렵사리 다시 직장을 잡았고, 그나마 아이에게 어린이집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 주기 위해 일주일에 며칠만 출근하는 계약직을 자원했다.

그런데, 어느날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와 씻기려는데 아이가 얼결에 바지에다 소변을 실례하고 말았다. 난 ‘아이구!’하면서 옷을 벗기려는데 아이가 갑자기 얼굴이 핼쓱해지면서 조그만 단풍잎같은 손을 싹싹 빌면서 ‘잘못했어요’라는 게 아닌가! 집에서는 그런 식으로 빌게 한 적이 없는지라 어린이집 교사에게 혼날 때마다 그렇게 빌었다는 것을 안보고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윽박지르면 더 안되는게 배변훈련인데, 실수할 때마다 아이는 바르르 떨며 얼마나 빌었던 것일까? 어린이집 교사에 대한 원망이 불같이 일어나더니 ‘이런데다 아이를 두고 내가 직장을 계속 다녀야하나?’라는 해묵은 갈등이 모락모락 피워올랐다. 모진 어미를 만나 가녀린 어린 목숨이 세파를 겪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왔다. 아직까지도 손을 빌고 있는 아이의 손을 꽉 잡고나서 아이를 안고는 ‘그렇게 빌지 않아도 돼. 실수로 쉬가 나와버렸지~이?’라며 아이를 달래는데 내 눈에서 눈물이 그만 뚝 하고 떨어졌다.

출산율이 격감하고 있어서 걱정된다는 정책입안자들에게 소리치고 싶다.

애 하나 키우면서 이렇게도 애간장이 끊어지는데 또 아일 낳아서 아이대로 고생하고 엄마는 못된 어미되고…. 그런 짓을 또 하라고?
임산부가 직장에서 환영받고 있나? 애 낳으면 발벗고 키워주는 사람 있나? 주위 사람들은 애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면서 떼어놓고 직장 다니는 엄마들에게 무정한 엄마라는 비난을 퍼부어대고. 결국 이러저러한 이유로 애키우기에 전념하다 보면 어느새 직장은 먼 곳이 되어버리고, 다시 사회생활을 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렇게 세월 지나면 식구들로부터 ‘능력도 없고 집에서 하는 일없이 무위도식’한다는 꼬리표를 부여받게 되고, 중년 여인의 얼굴엔 우울함만 감돈다.

요즘 여성들 중 누가 이런 인생을 고대하고 있는가? 자식이 재산이 되던 시절은 지나갔다. 여자든 남자든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것을 행복해하며 자식 키우는 것을 노년생활 보장보험드는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임신하고 아이 낳으면 직장생활은 일단 곡예를 하기 시작하고,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도 험난한 길이다. 그렇다고 시부모나 친정부모님께 아이를 떠맡겨야 옳은가? 노년을 손주 뒤치닥거리로 보내시라고? 아니면 한 달에 20만원 받고 휴직하는 방법도 있다고? 아이가 자라는데 필요한 것들이 20만원어치 밖에 안하나? 그 원가계산이 어떻게 나왔는지 알고 싶다. 현실이 이렇게 삭막한데 누가 아이를 선뜻 낳겠는가?

누군가 그랬다. 대한민국 여자들이 똘똘 뭉쳐 1년 동안 아이를 한 명도 낳지 말아야 정부가 그때서야 ‘앗 정말 큰일이군. 빨리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해’ 할거라고.

친구들이나 주위 사람들을 봐도 첫째는 수월하게 낳아도 둘째 낳기는 머뭇거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직장을 다녀야 하는 여성들은 아이 낳는 것 자체를 거부하거나 멀리 미뤄놓기도 한다.

간절히 소망한다. 더 이상 아이가 인생의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아기의 탄생을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기를….
<@zo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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