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재성 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장.
 ‘고양팔현’의 위대한 사상과 정신을 예산 삭감으로 마감하다니!

‘고양팔현’ 추강 남효온·사재 김정국·복재 기준·추만 정지운·행촌 민순·모당 홍이상·석탄 이신의·만회 이유겸 선생을 모시는 추향제 봉행을 위한 지방보조금 신청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고양은 역사와 인물을 통해서 볼 때 충절과 호국정신을 간진한, 강직한 선비의 고장이었음이 많은 인물과 사건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문봉서원에 배향된 고양팔현은 조선시대의 현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공인으로서의 역할과 그 덕행을 몸소 실천했으며, 자연인으로서도 훌륭한 인품을 갖춘 강직한 선비의 표상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1688년 숙종 14년에 서원을 창건하여 위패를 모시는 한편 지방의 고등교육 기관으로서의 일익을 담당하며, 팔현의 학문과 정신세계를 무한 계승하던 곳이 ‘문봉서원’ 이었다. 그러던 서원이 안타깝게도 고종 2년(1865) 대원군의 서원 철폐 정책으로 훼철되고 말았다.

문봉서원에 배향된 이 여덟 분의 선비들은 단순히 고양 땅과 연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서원에 배향된 학자들이라기보다 이들의 인품과 업적이 조선조를 대표하던 선비로 손꼽히는데 부족함이 없을 뿐 아니라 올곧은 선비의 모범으로서 귀감이 되었기 때문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예로부터 역사가 없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했다. 고양시에는 역사의 현장이 곳곳에 많아 남아있다. 고양팔현의 위대한 사상과 정신문화 계승 장이 바로 문봉서원이다. 선조들의 위대한 정신이 깃들어 있는 문봉서원의 복설은 고양팔현의 가치 창조의 원동력으로서 오늘을 사는 우리가 계승 발전 시켜야할 소중한 무형의 유산으로 고양인의 자부심으로 문봉서원에 배향된 고양팔현의 삶과 발자취를 재조명 해 봐야 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우리에게 ‘지식’은 그 자체가 ‘생존경쟁’의 무기이며 경제 활동의 하나가 돼버린 것을 볼 때, 독서 즉 끊임없는 지식의 연마 ‘지식의 공적 기능’, ‘지식인의 공공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 숙연함과 부끄러움을 느낄 따름이다. 조선조 선비로써 고양팔현이 그토록 많은 기록과 저술을 남긴 것도 상생의 경세제민의 방법을 모색하기 위함이었지 요즘처럼 타인과 경쟁하기 위한 서적 발간의 새로운 메카니즘의 추격, 추월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고양의 팔현은 고매한 인격과 봉공의 의리실천이 필수불가결의 요건이며 정신이었다.

이렇듯 현대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도시자족의 기능은 물질 만의 기능이 아니라 정서와 도덕이 일정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때 비로써 자족 기능을 갖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사회는 물질만능주의와 배금사상이 인간을 지배하는 이상주의로 가득 차 있다고 할 수 있다.

유장한 역사를 가진 문화민족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歷史)와 문화(文化)를 얼마만큼 잘 보존하고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데 있다고 한다. 고양시에서는 5000년 농경문화를 한반도의 중심인 고양으로 재조명하여 홍보하면서 자랑으로 삶고 있다. 유구한 역사의 뿌리 찾기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전통문화의 단절을 초래하는 고양시 전통문화 정책은 퇴보하고 있다.

고양시청문예회관에서 매년 11월 11일 있었던 고양팔현 추향제 봉행를 이제는 더 이상 계승 할 수 없게 되었다. 지난달 25일 11명의 심사위원으로 구성된 고양시 지방보조금 심사단은 고양팔현 추향제에 대한 보조금사업 신청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다. 전액 삭감된 법적 근거가 있다면 무엇인지 반드시 밝혀야 될 것이다. 법적인 근거 없이 심사위원 재량권만으로 했다면 재량권 남용에 해당 된다. 전통문화의 단절을 가져오는 이러한 분배식 고양시지방보조금 심의는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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