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문고, 매월 한 번 밤샘 책다방 연다

 

지난 11일 금요일 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 덕양구 원당시장 맞은편에 있는 커피전문점 탐앤탐스의 아늑한 실내는 소리 없이 책을 읽는 ‘묵독(默讀)’소리로 가득했다. 곳곳에 편안하게 자리잡은 사람들은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묵독하며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는 듯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내가 원하는 책을 질리도록 읽고, 만남의 시간도 가질 수 있다면 너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양문고 김민애 실장은 진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요란한 ‘불금’ 대신 조용히 책에 파묻혀 지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평소 생각만 하고 읽지 못했던 책을 마음껏 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심야 밤샘 묵독파티’를 기획했다.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참가 신청을 받고 평소 읽고 싶은 책도 10권씩 미리 주문을 받아 준비했다. 한양문고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 실장은 평소 문학서적에 빠져 사는 ‘문학소녀’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일을 하기 위해서는 문학책만 붙들고 있을 수는 없을 터. 시사나 사회문제에 관련된 책을 챙겨 읽기 위해 창비 ‘책읽는당’, ‘책벌레 일산’, ‘번역가와 함께 명작 원서 일기’ 등 각종 독서 모임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이유다.  

 

▲ 심야 책다방 묵독파티에 참여해 책을 읽고 있는 황선미씨. 그녀는 정발산동에 있는 벧엘교회에서 정기적인 독서모임도 하고 있다.

새벽 3시. 각자 자신만의 공간에서 책을 읽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잠시 쉬는 시간을 이용해 가벼운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며 나누는 참가자들의 이야기는 다양했다.

“오늘 밤샘 묵독 파티에 오기 위해 퇴근하자마자 2~3시간 잠을 자고 나왔어요.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으면서 책을 읽어본 것이 정말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심야 책다방을 찾은 김준남씨는 같은 독서모임의 박현준 회원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예약하고 이날을 기다렸다. 중학생 형제를 키우느라 책 읽을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는 주부 양명은씨는 “함께 모여 책을 읽으니까 평소 혼자 책을 읽을 때 느꼈던 고립감이 없어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사전에 주문했던 책을 읽기도 하고, 본인이 평소 읽고 있던 책을 들고 와서 보기도 하고, 그냥 빈 몸으로 와서 한양문고가 준비한 추천서를 읽으며 자유롭게 심야 책다방에서 하룻밤을 보냈고, 베이글과 라테로 아침을 함께 하며 다음 묵독파티에서의 만남을 기약했다.

“보통은 사람이 책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때로는 책이 사람을 찾아갈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심야 책다방 묵독파티가 책이 사람을 찾아가는 시간으로 오롯이 자리매김 되기를 바랍니다.”

이날 일반 참가자 중 한 명으로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철학이 있는 도시 : 그림으로 읽는 우리 시대, 한국 도시 인문학』을 손에서 놓지 않고 읽어간 남윤숙 한양문고 대표는 “앞으로 매월 한 번씩 심야 묵독파티를 열 계획”이라며 “책과 독서에 허기진 시민들이 함께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한양문고 심야 책다방 밤샘 묵독파티 참가자들이 읽은 책들과 직접 적은 후기 엽서.

다음 심야 밤샘 묵독파티는 4월 15일 금요일 자정부터 이튿날인 토요일 아침 7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한양문고 블로그나 페이스북에서 참가예약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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