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오리온, 2015~2016 프로농구 챔피언 등극

   <사진제공 KBL>

고양 오리온, 전주 KCC 꺾고 2015~2016 프로농구 챔피언 등극
고양체육관 가득 메운 팬들과 함께 승리의 기쁨 만끽

고양 오리온이 2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5-210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정규리그 우승팀인 전주 KCC를 상대로 120-86의 대승을 거두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시리즈 전적 4승 2패, 오리온의 둥지인 고양의 팬들 앞에서 승리의 축배를 들어올린 완벽한 승리였다. 오리온 구단으로서는 2002년 이후 14년 만에, 2011년 고양으로 연고지를 옮긴 이후로는 5년 만에 맛보는 첫 번째 챔피언 타이틀이다.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축제의 정점을 찍다  

결승전은 한바탕의 흥겨운 축제였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앞서고는 있었지만, 5차전에 이어 6차전까지 내 주게 되면 KCC의 홈인 전주에서 파이널 게임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홈 관중이 지켜보는 고양체육관에서 승부를 결정짓기를 선수와 팬 모두가 간절히 염원했다. 역전극을 기대하는 전주 KCC 원정팬들도 대거 올라와 고양체육관 상단 일부를 흰색 물결로 채우며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경기가 시작되자 오리온 선수들은 펄펄 날았다. 상대가 오리온 공격의 핵인 잭슨과 헤인즈의 방어에 집중하는 틈을 타 토종 슈터들의 외곽포가 연이어 터지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특히 허일영은 1쿼터에만 3점슛 세 개를 꽂아 넣어 기선 제압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상승세를 탄 오리온의 기세는 2쿼터에도 이어져 전반 종료 휘슬이 불었을때는 이미 스코어가 65-40, 역대 챔프전 전반 최다 점수를 기록했다.  

3,4 쿼터에서 KCC는 마지막 추격의 고삐를 당겼지만 역부족이었다. 리그 최장신인 KCC의 하승진은 시리즈 내내 자신을 괴롭혔던 오리온 이승현의 패기를 끝내 넘어서지 못하고 실수를 연발했다. 대세를 확신한 오리온은 서서히 경기를 축제 모드로 몰아갔다. 플레이오프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조 잭슨이 여러 차례의 파이팅 넘치는 돌파로 상대 수비진을 헤집으며 체육관을 열광의 도가니를 만들었다.

결국 4쿼터 후반 추일승 감독은 출전선수 전원을 교체하며 모든 선수들에게 출전기회를 배려하는 여유를 보여주기도 했다. 경기 종료가 다가오자 관중들도 모두 일어서서 카운트다운을 함께 했고, 종료 휘슬이 울리자 축포와 꽃가루와 함께 팬들이 쏟아내는 기쁨의 함성이 체육관을 가득 채웠다. 최종 스코어는 120-86. 챔피언결정전 최다 득점 타이 등 각종 기록도 쏟아낸 완벽한 축제였다. 경기 내내 뜨거운 응원을 보냈던 홈 관중들도 경기가 끝나고도 한참동안 자리를 지키며 우승 축하 세리머니를 함께 즐겼다.

롤러코스터 시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돌이켜보면 파란만장했던 시즌이었다. 2015~2016 시즌을 시작하며 오리온은 초반 돌풍의 주인공이었다. 오리온으로 이적하며 최고의 기량을 꽃피운 애런 헤인즈와 놀라운 성장세의 이승현, 백전노장 문태종을 중심으로 한 최고의 팀워크는 타 팀의 추격을 불허하는 철옹성이었다. 17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단 2패, 시즌 최고 승률 우승의 가능성까지 조심스레 점쳐지기도 할만큼 천하무적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헤인즈의 부상과 함께 위기가 찾아왔다. 한순간에 분위기는 급전직하, 시즌 초에는 상상도 못한 연패가 이어지며 순위도 추락했다. 하지만 추일승 감독은 특유의 지도력을 발휘하며 흔들림 없이 팀 분위기를 추스렸다. 팀을 위기에서 구한 건 단신의 포인트가드 조 잭슨이었다. 시즌 초 국내 리그와 팀의 특성에 적응하지 못했던 잭슨이 오리온 동료들과의 호흡에 감을 잡자 드디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위기 때마다 놀라운 돌파력과 패스로 공격의 물꼬를 트며 팀 플레이의 중심이 되었다.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간간이 가공할만한 탄력으로 꽂아넣는 덩크슛은 올 시즌 KBL리그의 일등 상품이 되기도 했다. 마침내 기다리던 헤인즈마저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시즌 초의 찬하무적 본색을 되찾기 시작했고, 결국 3위로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플레이오프 이후의 성적은 더 놀라웠다. 원주 동부와 울산 모비스를 각각 3연승으로 연파하며 결승에 올라 정규리그 우승팀 KCC마저 완벽하게 제압했다.

고양, 프로농구의 새로운 메카를 꿈꾸다

이번 우승을 계기로 오리온은 고양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포츠 구단으로 확고히 자리매김을 하게 됐다. 사실 2011년 고양으로 연고지를 옮길 때만 해도 분위기는 냉랭했다. 오리온에 대한 팬심이 드높았던 대구를 떠나 농구의 불모지에 가까운 고양으로 연고지를 옮기는 것에 대해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체육관을 비롯한 인프라는 훌륭했지만, 정작 주민들은 고양시에 프로농구단이 있다는 사실에 별 관심이 없는 듯 했다. 하지만 구단의 꾸준한 투자와 시의 적극적 협조에 힘입어 서서히 관중석이 채워져 갔다. 무엇보다도 어린이와 가족 팬을 겨냥한 맞춤형 마케팅 전략이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농구장을 단순히 농구 경기만을 구경하는 곳이 아닌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나들이 코스로 만들어 갔다. 덕분에 주말이면 아이들의 손을 잡은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팬덤의 성장과 함께 성적도 상승해 2013년부터는 매 년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정상 등극을 향한 도전을 이어왔다. 마침내 2016년, 고양에 둥지를 튼 지 5년만에 체육관을 가득 채운 홈 팬들과 함께 샴페인을 터뜨릴 수 있었다. 고양체육관을 농구의 새로운 메카로 만들려는 팬들의 열망을 등에 업고 고양에서 새로운 전설을 창조하려는 오리온의 야심찬 도전이 비로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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