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만 인권운동가

▲ 고상만 인권운동가
나에게는 장성한 아들과 이제 고3이 되는 딸이 하나씩 있다. 군을 제대하고 대학을 복학한 아들은 이미 떨어져 살면서 간혹 전화로 안부나 묻는 사이가 되었지만, 고3인 딸은 여전히 내 품안에서 함께 산다. 그런 딸과 함께 뉴스를 보다보면 차마 민망해서 채널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요즘이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15년 12월 21일의 일이었다. 동네 수퍼에서 한 여자 아이가 빵을 훔치다가 주인에게 들켰다. 그런데 수퍼 주인은 이해가 가지 않는 아이 몰골을 보고 경찰에 신고하게 된다. 한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그날, 아이는 반바지에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이었다고 한다. 더구나 11살 아이가 4살 아이 평균 몸무게인 16kg 밖에 되지 않았다니 상상하면 참담할 뿐이다. 이후 아동 학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아이의 친부와 동거녀 등의 진술은 믿고싶지 않은 ‘아동 잔혹사’였다. 이들이 아동을 학대한 것은 지난 2012년 9월경부터 였다고 한다. 만 3년 넘게 아이가 당한 일은 너무나 끔찍했다. 일상적인 폭력과 굶주림. 그런데 그 이유가 더욱 참담했다. 게임 중독자인 아빠와 동거녀는 배가 고픈 아이가 쓰레기 통을 뒤져 음식물을 먹었다 해서 때렸다고 한다. 배고픈 아이에게 ‘밥을 준 것이 아니라’ 때렸다는 이들을 어찌 표현해야 할까. 더구나 그런 아이를 앞에 두고 친부는 음식을 배달시켜 혼자만 먹었다하니 할 말을 잊게한다.

하지만 끔찍한 아동 학대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장기 결석 아동 전수 조사’에 착수한다. 상상 할 수 없는 비밀이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2월 3일, 경기도 부천에서는 사망한지 무려 11개월이 지난 여중생이 백골 상태로 자신의 집에 방치되어 충격을 줬고, 이어 같은 달 15일에는 7살 딸을 의자에 묶어 놓고 친모와 또 다른 여자가 번갈아가며 폭행, 끝내 아이가 숨지자 이 범죄 사실을 감추기 위해 야산에 암매장했음이 5년만에 밝혀지기도 했다. 정부의 ‘장기결석 아동 전수 조사’가 없었다면 영원히 은폐될 비극이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건이 너무 많아 일일이 다 열거하는 것이 고통스럽고 불편하다. 가장 최근에 벌어진 평택 원영이 사건은 너무도 끔찍해서 사건의 전모를 살펴보는 것도 두려울 지경이다. 아이가 오줌을 쌌다는 이유로 락스와 찬물을 붓고 냉골의 화장실에 장시간 방치하여 끝내 죽게한 그 사건은, 지금 이 나라에서 아동의 인권은 어디에 있나 한숨짓게 한다. 이런 사건이 연일 이어지니 아이와 함께 뉴스를 보는 것이 어찌 편할 수 있을까.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그렇다면 아동학대를 가장 많이 하는 가해자는 누구일까?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계부나 계모일까? 아니다. 놀랍게도 1위는 친부였고, 그 다음 2위는 친모였다. 아동 학대 가해자중 무려 82%를 친부와 친모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아동 학대로 지난 5년간 목숨을 잃은 어린이는 모두 68명. 2010년 3명에서 2011년 13명, 2012년 10명, 2013년 22명, 그리고 2014년에는 20명이었다. 5년 새 무려 5배가 증가한 것.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나는 어린이를 ‘인격의 객체로 여기는 의식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말 잘 듣게 때려서 바꾼다는 잘못된 교육관을 버려야 한다. ‘내가 맞기 싫으면 아이도 맞기 싫은 것’이다. “그럼 교육은 어떻게 시키냐?”고 묻는다면 답은 간단하다. 어른이 모범을 보여라. 자기는 옆으로 걸으면서 자식 ‘게’에게는 똑바로 걸으라는 우스개 이야기는 ‘틀린 교육’이다. 부모가 모범을 보이면 아이도 바르게 큰다. 더 이상 교육과 아동학대를 구별하지 못하는 부모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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