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산 고양시조계종주지협의회 회장
춘분(春分)이 지나서 그런지 바람이 한결 부드럽고 훈훈하다. 우수가 지나면 대동강 얼음이 녹고 경칩이 지나면 개구리들도 겨울잠에서 깨어난다고 한다. 춘분은 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날로 이날부터 낮이 길어지고 밤이 짧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완연한 봄은 왔건만 남과 북은 지금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연이은 도발은 남한은 물론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게 했다. 남한에서는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에서는 대북제재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결과로 치달았다.

유엔제재 외에도 미국은 나름의 대북 제재(secondary boycott)를 시행하는 법을 발동하여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개인이나 회사는 미국과 거래를 하거나 영업을 할 생각을 말라는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전했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전 세계가 참여하는 이번 대북제재는 그야말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강력한 대북제재가 아닐 수가 없다.

이러한 남북한 군사적 긴장상태에서도 고양시 식사동과 주교동 일대에 걸쳐있는 현달산에서는 지난 3월 12일 통일미륵대불 점안법석이 열렸다. 지역 기관장을 비롯한 수백 명의 주민들이 참여한 이번 법석은 남북평화통일과 국운융성 그리고 호국영령 천도도 함께하는 뜻 깊은 자리였다.

미륵(彌勒,Maitreya)은 평화를 의미한다.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면 난세에는 백성을 구제할 미륵이 출현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러한 믿음을 이용하는 위정자들이 출현하기도 하였는데 궁예는 자칭 미륵이라며 백성을 다스리려고도 하였다.

몇몇 전문가들은 이번에 점안된 미륵불을 통일신라부처님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려시대 이곳에는 사찰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오고 있다. 어쩌면 그 이전부터 존재했었는지 모른다. 다만 정확한 기록이 없을 뿐이다.

식사동(食寺洞)이라는 지명은 고려 마지막 왕 공양왕이 이성계에게 왕권을 물려주고 이곳으로 도주하던 중 사찰에서 먹을 음식과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을 제공했다는 이야기로부터 유래한다. 그렇다면 이전부터 사찰이 있었고 주변에는 탑이나 수호신처럼 고을을 지켰을 미륵부처님이 존재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정을 해볼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런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어쩌면 도망치는 패주를 숨겨준 죄를 물어 사찰이 폐사가 되고 탑이나 석불이 파괴되거나 땅에 묻혔을 수는 있다. 실제로 발굴되는 대다수의 불상들이 다 그렇기 때문이다.

 

▲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 현달산 정상에 모셔진 통일미륵대불.
이번에 봉안된 불상도 오랫동안 땅속에 묻혀있던 흔적이 역력하다. 머리와 몸통에 조금의 상처는 발견되지만 형태와 자태는 거의 환상적이다. 우리나라 석질은 대부분 단단한 화강석이다. 바위에 새기는 불상은 많으나 통돌로 이렇게 조각하기란 쉽지 않았으리라 짐작이 간다. 미륵불을 기증하신 분에 따르면 옛날 일제시대에 현달산 정상에서 발굴하여 반출되었다는 설이 있어서 길상사에 기증하게 되었다는 말씀을 참고 한다면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미륵불을 길상사에 모시게 된 동기는 기이하다. 오년 전 길상사에 노스님 한 분이 오셨다. 그 분은 우연히 길상사에 들르셨는데 이곳에 미륵불이 오실 것을 예언하시며 그 미륵불은 땅속에 묻혀계셨던 분으로 뒷산정상에 모셔졌던 부처님인데, “그 부처님이 다시 오시면 뒷산 정상에 모시는 날부터 남북 평화통일이 시작 된다”라는 말씀을 남기고 갔다. 실제로 오년이 지난 2015년 9월에 불심이 지극한 신사분이 미륵불을 길상사에 기증 하셨다.

지금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극점에 이른 모든 것은 새로운 변화를 의미한다. 곧 우리는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미륵부처님의 뜻이라면 평화통일이라는 큰 선물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기대를 해 본다. 새봄이 오듯 남과 북에도 새로운 평화의 물결이 넘쳐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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