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사람들 일산동구 백석동 ‘고양민화협회’ 김정호 회장

“민화는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 것”이라고 말하는 김정호 회장은 21년 전 아들 친구의 엄마가 그리던 민화를 보게 됐다. 처음엔 강한 색채에 거부감을 느꼈으나 세 번째 봤을 때는 편안하게 다가오는 민화에 마음을 흠뻑 뺏겼다.


아들 친구 엄마가 그리던 그림은 일월오봉도였는데, 민화 탄생배경과 더불어 민화 하나하나에 담긴 뜻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마음이 움직였다. 김 회장은 지금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활발하게 민화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홍중기 작가에게 3년간 사사했다.

이후 민화 스승을 찾아다녔다. 그는 “그때만 해도 민화가 보급되기 전이어서 가르치고 배우는 것도 쉽지 않았고, 신촌, 영등포, 시흥까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며 스승을 찾아가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고 회고했다.

그때는 자료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스승과 신뢰를 쌓은 후에 간곡히 청해 얻어낸 자료는 그 시절 너무나 귀한 자료가 됐다. 김 회장은 “그 당시 너무 어렵게 구한 자료였지만 현재는 제자들에게 자료를 선뜻 내어 놓으며 소통으로 발전을 꿈꾼다”고 한다. 10년전 조직한 고양민화협회에는 현재 120여 명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정초에는 한 해 복을 비는 전시(세화전), 4월(모란전), 5월(연화전), 9월(정기전) 등 계절에 따라 민화전을 열며 대중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는 국방부 산하 장병인성교육에 참여해 서부전선 군부대에서 민화체험교육을 할 예정이고, 강남 한 호텔 초대전도 진행되는 등 빽빽한 일정이 잡혀있다.

백석동 노인정에서 5년 동안 ‘생활 속 민화’ 수업을 하고, 주변의 풀들과 어울리도록 초충도를 벽화로도 그린 적 있는 그는 “왕성한 활동 중에 있는 고양민화 회원들이 있어서 이 모든 게 두렵지 않고 가능하며, 회원 중 과반수가 현직 교사들”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청소년 쉼터’를 비롯해 학교 민화동아리 수업을 5년 전부터 정발중, 오마중, 덕이중, 발산중 등에서 진행하고 있고, 교사들에게도 가르치고 있다. 학생 교육에 힘을 쏟는 가장 큰 이유는 감성이 메마른 아이들에게 전통미술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사춘기 아이들의 감성이 풍부해지길 바라서이다.

전통미술의 기초색인 오방색은 세상의 모든 색을 만들어내는 아름다움과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말썽꾸러기 학습부적응 학생들이 민화를 접하면서 모범생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는 민화보급에 대한 김 회장의 남다른 노력의 한 결실이기도 하다. 그의 열정은 대한민국 시서화협회 대상, 대한민국 미술아카데미 최우수 및 특별상, 사)한국민화협회 특선 등 다수의 수상으로 이어졌다.

김 회장은 고양시 찾아가는 평생학습지원 온누리강좌(민화분야)도 6월까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강강술래 옆 Q&A카페(031-963-7718)에서 진행한다. 이곳에서 고양민화협회 모란전(화왕의 외출)이 18일부터 1개월간 열린다.

김정호 회장은 “청소년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감성이 풍부해지도록 민화 교육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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