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일 소설가, 동화작가
시인 엘리어트는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하였다. 시인은 왜 4월을 잔인 하다고 표현하였을까? 물론 시인이 말하는 잔인하다는 표현은 단순히 사전적 의미에서의 잔인한 것과는 사뭇 차원이 다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볼 때 4월은 어느 달보다 아름다운 달이다. 맵고 추운 겨울이 지나고 그야말로 만물이 소생하는 달이 4월이다. 얼어붙은 땅에 새싹이 돋고 나뭇가지에는 물이 오르고 꽃이 피어난다. 산수유와 매화가 앞 다투어 피어나고 그 뒤를 이어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피어나는 달이다.

 이런 아름다운 4월이지만, 사람 사는 세상의 4월은 아름답지만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웃 나라 일본 구마모토에서는 강진이 일어나 많은 재산 피해와 함께 사상자가 일어나고, 그 뒤를 이어 남미의 에콰도르에서도 강진이 일어나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 불상사가 연이어 터졌다.

 우리나라에도 4월은 잔인한 달이기는 매한가지다. 역사적으로 볼 때 1948년도에 벌어진 제주도 4.3 사건은 잔인함을 넘어 야만의 극치이기도 하였다. 제주도민 10분의 1이 넘게 죽임을 당한 이 사건은 아직도 정확하게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에 이르러서야 정부의 공식 사과가 있었지만, 4.3 사태 전말에 대한 진상은 밝히지 못하였다.

 군.경과 서북청년단의 소행으로 벌어진 이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떼죽음을 당하였다. 이런 처참한 사건이 일어난 지 60여 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 제주도민들의 기억 속에 뚜렷이 그 당시의 아픔이 고통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아무리 죽을 죄를 지은 죄인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목숨을 끊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좌익이라는 죄목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무작정 죽이는 이런 만행을 저질렀으니 대명천지에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이런 만행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가 없다. 어떤 이념이나 사상도 사람보다 상위에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비판받는 것은 저들이 핵무장을 위해 핵실험을 하는 것도 있겠지만, 주민들은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는데 천문학적인 돈을 핵실험에 쏟아 붓는 저들의 비인간적인 작태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들의 철없는 짓을 제지하기 위해 국제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저들은 막무가내일 뿐이다.

 4월은 피의 달이기도 하다.  4.19 의거 역시 4월에 일어났다. 이승만 독재에 항거하기 위해 학생들이 맨몸으로 일어난 달이 4월이고, 이승만 정권은 이런 학생들의 의기에 찬 행동에 무력으로 대응했다. 그래서 수많은 학생들이 희생을 당하였다. 이들의 희생은 헛되지 않아 이승만 독재 정권은 붕괴되었다. 민의를 저버린 독재는 국민들의 항거에 의하여 종말을 고하게 되어있다. 그런데도 독재자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탐욕에 눈이 멀어 독재를 이어가다 비참한 종말을 맞이하는 것이다. 요즘 혼돈의 중동 사태가 바로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시리아를 비롯하여 이라크, 이집트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 사람의 독재자로 말미암아 국가가 얼마나 피폐되고 국민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가를 우리는 똑똑히 보고 있지 않은가.

 최근에 끝난 4.13 총선도 집권 여당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따라서 여당의 입장으로 봐서는 여느 달보다 4월은 잔인한 달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당은 총선에서 자기네들이 야당에게 패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하였을 것이다. 그런 독선과 오만한 태도로 국정을 집행하고, 타성에 젖어 안일하게 대처하다 참패를 당한 것이다.

 그렇다고 야당이 여당보다 상대적으로 잘하여서 표를 몰아준 것은 아니다. 경제는 바닥을 기고 있고 청년들은 취업을 못하여 청년실업자 수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에 절망한 국민들의 마음이 표로 나타난 것일 뿐이다.

 아름다운 4월이다. 밖으로 눈을 돌리면 여기저기 아름다운 꽃들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고 있다. 자연의 순리는 어김없이 찾아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순리는 이렇게 자연스런 것이다. 순리를 어기면 부작용이 따르게 되어 있다. 이런 단순한 진리를 사람들은 모르고 욕심을 부리고 자만하고 오만하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에서 배우고 자연 앞에서 겸손해져야 하며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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