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중인 문화시설 10여개...운영은 누가

고양시는 지역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고양의 오랜 역사와 천혜의 자연환경, 도시와 농촌이 복합된 도농 복합도시로서의 여건 등 다른 자치단체에서는 확보할 수 없는 훌륭한 고정자산을 가지고 있다.

신도시 개발로 새로 이주한 주민들 중에는 중앙 문화를 리더해 온 문화예술 스타들과 창조자, 문화적 욕구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젊은층 고학력 문화 향유자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문화예술 창조자와 향유자의 문화적 갈증이 고양보다 심한 곳도 없다. 이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참여이다. 지역문화의 활성화는 단순한 문화예술의 진흥을 넘어 고양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보다 훌륭한 지역자치를 이룰 수 있는 가장 큰 과제이기에 문화예술 단체는 물론 각 분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고양시 지역문화 행정은 문화공보 담당관실 문화예술 진흥계에서 맡고 있다. 문화예술진흥계는 문화예술 활동 지원을 맡고 있는 문화예술계(직원 3명)와 전통문화 관련 사업과 관광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문화관광계(직원 5명)로 나뉘어 있다. 담당 직원들은 일반 공무원들이며 다른 계와 마찬가지로 정기적인 부서 순환이 있다. 시 예산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은 고양문화원이 대표적이며 특별한 자문기구가 없어 외부 전문가들의 여론을 반영하는데는 취약한 구조이다. 문화관련 지역 조례나 기금은 전무한 상태이며 일반 예산 중 문화사업예산을 중심으로 운용된다. 문화센타 등 문화관련 시설이 많이 건립되고 있지만 주무부서는 건축관련 부서이기 때문에 기획 설계과정이 중요한 문화시설이 건축 후 비효율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주민자치센터 새로운 대안으로
문화행정의 측면에서 오히려 주목할만한 점은 동사무소 문화센터 운영이다. 아파트단지가 밀집한 지역 문화센터의 경우 예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료 강좌를 운영하고 있는데 프로그램 내용과 강사가 좋으면 무료강좌보다 호응이 더 좋다. 올해 주민자치센터를 이용한 주민은 49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중복 합산이나 수치적 과장을 감안하더라도 적지 않은 수다. 지역문화의 저변을 확대하고 지역별로 고른 문화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고양시는 동 문화센터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운영 예산을 늘리고 문화 전문인력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문화센터 운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자치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문화예술 관계자들의 참여가 2.4%에 그친다. 35개동 781명의 자치위원 중 문화예술 관련자는 19명. 35개 문화센터 중 8개 문화센터만이 문화예술 관련자를 자치위원으로 위촉했다. 문화예술 관련자들의 인력 풀을 형성, 적절한 지원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것이 시급하다.

문화시설 예산 3천600억대
고양시 지역문화 예산은 문화예술 활동 지원예산과 문화시설 확충 예산으로 나눌 수 있다.

문화예술 활동 지원예산에는 예총 등 문화예술 단체 주최의 행사지원예산과 무형 문화재 보존 사업 예산, 문화원 운영예산, 시립합창단 운영 예산 등이 포함된다. 문화시설 확충예산은
문화센타와 도서관 청소년 수련원 등 문화관련 시설 건립 예산으로 수년에 걸쳐 장기 투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년도 문화예술 활동 지원예산은 총 16억7천만원 정도로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미미하다.

문화시설 확충 예산은 일산문화센터 1천68억, 덕양문화체육센터 1천993억, 청소년수련관 80억, 도서관 5개소 470억, 일산종합복지관 36억, 장애인종합복지관 32억 등 무려 3천6백억대에 달한다. 신도시 개발 당시부터 계획됐던 각종 문화시설들이 계속 미뤄지다 뒤늦게나마 착공하고 하나 둘씩 문을 열게되는 만큼 예산 규모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이 예산은 종합운동장과 국제전시장, 관광숙박단지, 스포츠몰, 아쿠아리움, 노래하는 분수대, 차이나타운 등 기타 문화 관련 시설 투자비를 제외한 것으로 이를 모두 합치면 무려 3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이 집중된다. 고양시는 막대한 투자비를 충당하기 위해 스포츠몰과 아쿠아리움 차이나타운 등 국제관광 시설에 대한 외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다른 자치단체에서는 엄두도 못내는 막대한 예산이 문화관련 시설 확충에 투자되고 있지만 정작 이 시설들을 어떻게 운영할 지에 대한 대책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고양시 문화정책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들어서고 있는 문화시설의 규모를 볼 때 이를 위한 예산은 과감하게 편성되어야 마땅하다.

각 동 문화센터 예산의 경우 내년에도 5억9천만원에 불과하다. 35개 동으로 나누면 각 동별로 1천685만원, 이를 12달로 배분하면 140만원이다. 작은 공간이지만 지역주민들과 가장 근접한 문화시설인 동 문화센터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인색하다.

연극 영상 부분 부천보다 뒤져
올해 고양시 문화시설에서 이루어진 문화관련 행사는 총 351건이었으며 이들 행사에 참여한 주민은 19만 여명에 달한다. 분야별로 보면 전시가 75건 5만 여명으로 가장 많은 관람객을 유인했고 호수공원과 화정 로데오공원에서의 청소년 공연 축제가 그 다음을 차지했다. 전시활동의 경우 롯데백화점과 정글북 갤러리에서 열린 정기 전시회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연극은 공연 횟수에 비해 관람객이 저조한 편이며 대중공연은 6회에 그치지만 호수공원이나 미관광장에서 열리는 대중노래 공연이 대다수여서 대규모 관람객을 유인하고 있다. 문화공연 참여 규모는 800~1천명이 가장 많았는데 이는 영화상영이 대부분이어서 다른 문화예술 활동과는 좀 구분돼야 한다. 두 번째로 많은 1~2천명 역시 호수공원 등 야외무대가 주축이어서 정확한 비교분석에는 한계가 있다. 이 둘을 제외하면 공연시설에서 펼쳐진 대부분의 공연은 관람객 100명에서 500명 이하로 중소규모 공연장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경기문화재단 기금지원 내역을 중심으로 살펴본 고양시 문화예술 활동은 부천시에 비해 크게 부진한 편이다. 고양은 총 24건에 대해 6천50만원의 기금을 지원 받은 반면 부천은 48건, 1억1천350만원을 받아 지원기금 액수가 고양의 2배에 달한다. 분야별로 보면 문학과 미술분야 등 2개 분야는 지원 횟수와 지원금액으로 볼 때 부천보다 왕성한 활동을 펼쳤고 나머지 8개 분야는 부천에 비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극과 영상 무용분야는 부천이 월등히 앞선다. 부천의 경우 특히 주민들에게 수준 높은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연극과 연주회가 고양보다 월등히 풍성한데 이는 적합한 공연 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공간의 문제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고양시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공연장은 고양시 문예회관이다. 관람석 500석을 갖춘 문예회관은 전문 공연시설이 아닌 공공 행사시설 이지만 제대로 된 공연장 하나 없는 고양에서는 그동안 최고의 무대였다. 그나마 대관을 하려면 몇 달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이곳은 대관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대관 현황을 보면 영화상영 32건, 아동극 공연 9건, 음악공연 38건, 어린이 문예발표 35건, 세미나 강좌 11건, 공무원 월례회 등 기타 공공 행사가 48건을 차지한다. 가장 많은 관객을 유인한 프로그램은 영화상영으로 매회 매진을 기록, 총 2만 여명이 참여했다.

민방위 교육장의 일반 문화예술 공연을 위한 대관 횟수는 17건에 불과하다. 여성회관의 경우 400석 시설이 있긴 하지만 무대가 좁고 지원시설이 전무해 어린이 재롱잔치에만 대관 되고 있는 형편이다. 꽃박람회 전시관은 전시 규모 면에서는 최대이지만 대관료가 비싸고 전시장 면적이 박람회 규모여서 웬만한 문화예술 행사는 개최하기 어려운 상태다.

일산 덕양 문예회관 재검토 시급
현재 추진되고 있는 지역문화 공간은 일산문화센터와 덕양문화체육센터 등 2곳의 대규모 문화시설을 비롯해 청소년 수련관, 5개 도서관, 2개 복지관 등 10여개소에 이른다. 일산문화센터의 경우 시설면적만 1만4천507평에 이르며 2천석 1천500석 대규모 공연장이 2개나 되는 자치단체 최대의 규모다. 덕양문화체육센터 내에 건립되는 문예회관 역시 1500석의 다목적 공연장을 갖춘 대규모 시설이다. 두 곳 모두 공연장과 전시시설, 도서관, 체육시설을 갖춘 복합 문화공간으로 문화에 목말라있는 고양시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신중히 검토하지 않으면 안될 부분이 있다.

첫째는 공연장 규모에 대한 문제이며 둘째는 이들 시설을 효율적으로 이끌어 나갈 운영 주체의 문제다. 문화관련 전문가들은 고양시의 도시규모와 인구수, 문화자원 등을 고려할 때 1천500석 이상의 대규모 공연시설을 3개나 동시에 건립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천만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서울의 국립극장과 예술의 전당도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는데 지역문화 성장이 초기단계인 고양시에서 구체적인 자료조사와 운영방안 없이 대규모 시설에 집착한다면 그 막대한 손실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가지 검토해 볼만한 방안은 일산문화센터와 덕양문화체육센타 문예회관의 기능을 상호보완적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일산은 고급 오페라 전용극장으로 덕양은 대중 콘서트 전용극장으로 각각 1개의 대규모 공연장을 운영하고 나머지 공연장은 가장 수요가 높은 200석 300석 규모의 소규모 공연장과 전시시설, 문화공간으로 살려내자는 이 방안은 고양시 지역문화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덕양문화센타의 경우 완공이 얼마 남지 않아 규모 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일산문화센타의 시설규모 조정이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1500석 콘서트 전용 공연장의 기능을 덕양으로 넘기고 더욱 절실한 공간적 욕구를 수용하자는 이 의견은 타당성이 있다. 문화예술 전문경영자들과 기획자들, 지역 문화예술인들 그리고 행정기관이 긴급한 논의를 전개해 막대한 예산 낭비를 막아야 한다.

공공 문화재단을 설립하라
부천문화재단은 현재 복사골 문화센타와 부천시민회관, 여성회관, 청소년수련관 등 주요 문화시설을 종합적으로 운영함과 동시에 부천시 문화 정책을 생산하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해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조직체계는 시장과 시의원, 예총지부장, 문화원장, 담당국장과 이들이 각각 추천한 1인으로 구성된 이사회와 문화예술 전문 경영자와 기획자가 주축이 된 실무 운영진으로 나뉘어져 있다. 운영의 책임은 이사회에 있고 실제 경영은 공채로 선발된 전문가 집단이 맡고 있는 형태다. 이사진 구성과 관련 단체들과의 갈등 등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지역주민들에게 질높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부천문화재단 관계자는 “하나의 재단이 여러개의 시설을 복합적으로 운영하면서 조직이 비대해지고 각 공간마다의 전문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고양의 경우 일산문화센타와 덕양문예회관을 운영할 수 있는 문화재단과 청소년수련원과 여성회관 운영주체가 각각 독립 법인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부천문화재단은 기금조성 없이 부천시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한 해 예산이 37억원에 이른다. 이 예산은 시설 운영관리비와 인건비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순수 운영예산은 4억원 안팎에 그치고있는 실정이다. 안정적인 재단 운영을 위해서는 지역문화의 활성화를 위한 공공 기금조성 등 재정적 대책도 동시에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표1 각 동문화센터의 프로그램 현황>
문화 복지 주민편익 사회교육 자치활동 사회진흥 영농지원 기타 계
301(61.4%) 10(2.0%) 90(18.3%) 23(4,6%) 38(7.7%) 25(5,1%) 3(0.6%) 0 490(100%)

<표2 각 동 문화센터의 자치위원 분야별 구성 현황>
경제계 관계 교육계 문화예술계 사회복지계 종교계 언론계 기타 계
45(5.7%) 27(3.4%) 12(1.5%) 19(2.4%) 5(0.65%) 3(0.3%) 1(0.1%) 669(85.6%) 781(100%)

<표3 고양시 문화예술 활동 지원예산 규모>
지원대상 2002년 2003년 증감
문화원 3억7천만원 5억2천만원 1억5천만원
예총 및 산하 9개단체 3억3천만원 6억9천만원 3억6천만원
무형문화재(호미걸이) 1억2천만원 1억9천만원 7천만원
시립여성합창단 2억7천만원 2억6천만원 -1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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