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백호 회산서당 훈장
지난달 22일 책꽂이로 쓰던 5단 오픈장에서 새둥지를 발견했다.

원래 책꽂이로 사용하던 것을 안채 대청과 부엌문 사이에 놓아두고 주로 작업용 물품과 청소용품 등을 쇼핑백에 담아 넣어 두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언제 부터인가 장갑을 내려고 쇼핑백을 뒤지거나 아니면 대청을 드나들 때 새가 머리위로 날아 나오곤 했는데, 처마 밑에 앉았다 날아 나오는 줄만 알았다. 굴뚝새 등이 처마 위 지붕 빈 공간에서 사는 경우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맨 윗칸 쇼핑백에서 작업용 장갑을 꺼내다 새가 그 뒤에서 날아 나오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쇼핑백을 들어냈더니 헌 책을 7~8권 쌓아 놓은 위에 마른 풀잎 등으로 지어놓은 새둥지가 보였다. 의외의 상황에 깜짝 놀라 쇼핑백을 급히 제자리에 놓아 새둥지를 가려주고 물러났다. 어떻게 내가 늘 지나다니고 수시로 물품을 꺼냈다 넣었다 하는 곳에 새가 사는지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봄으로 접어들면서 새가 계속 집안을 오고 가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귀한 손님이 세들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새를 찍어 인터넷에서 확인해 보았더니 딱새였다.

새둥지를 발견하고 3일 후 시간이 나서 새둥지 앞 쇼핑백 내용물을 빈상자로 채워 원래의 모습으로 놔두고 그 앞을 합판으로 막아 주었다. 물품을 꺼낼 때마다 새들이 놀라 날아 나오기 때문이었고, 들고양이 등 야생동물이 많이 사는 곳이기에 혹 해를 입을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이렇게 작업하는데 딱새 부부는 근처를 날아다니며 감시했다. 지난번에 새가 너무 놀랄까 보아 자세히 보지 못했었는데 이날 보니 새알이 7개 다정히 모여 있었다. 내가 낳은 알도 아닌데 무슨 보물을 얻은 듯 마음이 뿌듯했다. 공사가 끝나자 딱새 부부는 곧바로 들어가 확인하고 안심 했던지 딱새 어미만 둥지에 남고 딱새 아비는 사냥을 나가는 것 같았다.

딱새의 색은 갈색이 주종을 이루는데 아비는 머리에 하얀 반점이 있고 딱새 어미는 날개를 접으면 날개에 하얀 반점이 있다. 울음소리는 주로 몇 가지를 그 때마다 다르게 내는데 일반적으로 울 때는 “딱다르르르! 딱다르르르!”소리로 운다. 아마 이 울음소리 때문에 딱새라 부르는 것 같다. 부부간에 다정하게 대화를 나눌 때는 거센 음이 빠지고 “닥다르르르! 닥다르르르!”우는 경우도 있는데 잘은 모르지만 마음에 있으면 그 소리조차 다정하게 변하는 것은 새도 인간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기분이 좋아서 그러는지 “작작작! 작작작!”우는 경우도 있는데 필자처럼 일천한 지식으로 그 뜻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하게 아는 것은 경계음이다. “끼∼ 익! 끼∼ 익”하는 쇳소리를 반복해서 내서 위험을 알린다.

이달 5일 부부 새가 번갈아 벌레를 물어 오는 것을 보고 아기 새들이 알을 깨고 나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태어 난지 얼마 안 된 아기 새 여섯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이달 7일에는 집 주위를 청소하다 빈 옆집 대문 앞에 죽어 있는 딱새 새끼 1마리를 발견했다. 놀라서 새둥지에 가 보았더니 딱새 새끼가 한 마리 줄어 있었다. 걱정이 되어 일이 손에 안 잡혔다. 저절로 죽어서 딱새 어미가 가져다 버린 것이면 괜찮지만 혹 야생동물이 죽여서 가져다 놓은 것이라면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야생동물이 해쳤다면 누가 그랬을까 생각하다가 고양이가 가장 근접하다고 판단했다. 이 집이 필자가 이사 오기 전에 비어 있었는데 그 때 고양이 천국이다가 자기들 근거지를 잃은 것에 대해 서운한 감정이 있을 수 있는 일이기에 그랬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마침 딱새의 경계음이 들렸다. 그래서 급히 가 보았더니 함석으로 이은 나무청 지붕위에 고양이가 올라가 있는 것이 아닌가! 나뭇가지로 양철 지붕을 쳐서 쫒았는데 마치 대포를 쏘는 소리가 났다. 딱새 새끼가 죽은 것이 다 저놈 탓이려니 하여 너무 크게 친 탓이었다. 그런 다음 집 주위의 구멍들을 찾아 다 막았다. 뒤에 생각한 일이지만 만약 고양이가 아기 새를 해쳤다면 한 마리만 해치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사실이 그렇다면 때를 잘못 만나 봉변을 당한 고양이에게 미안한 감정도 있다.

8일 즈음 들여다보니 소리는 안 내고 먹이를 달라고 입을 벌리더니만 뒤에 다투어 먹이를 달라는 소리를 냈다.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더니 16일 오후 세상이 궁금해 밖을 내다보고 있는 아기 새를 발견했다. 해질 무렵 드디어 아기 새 한 마리가 날아 내려 부엌문 앞에 서있었다. 가까이 가서 핸드폰으로 기념촬영을 해 주었다. 그리고 둥지 쪽을 보았더니 아기 새 네 마리가 장판둥치 위에 줄지어 날아 내리려 대기하고 있었다. 그 순간을 기념해주기 위해서 그들도 사진을 찍어 주었다. 이 아기 새들은 어려서부터 필자를 보아서 인지 50cm 앞에 가도 놀라지 않는다. 어미 새의 성화에 드디어 다섯 마리 모두 마당으로 날아 내려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 디뎠다. 5월 17일 집 주위에서 훈련하고 다음날은 뒷산으로 훈련장소를 옮겨갔는데, 그날부터 밤이 되어도 딱새들은 둥지로 돌아오지 않았다. 텅 빈 둥지를 보노라니 마음이 허전하였다. 그래도 멀리 가지 않고 온갖 새소리 사이로 딱새의 소리가 들리니 그게 고맙고 위안이 되었다.

그렇게 나간 지 일주일 뒤인 23일 작은방 아궁이 손질을 하고 있는데 딱새 부부가 날아와 기쁜 소리로 울며 마당을 한참 날아다니다 갔다. 입에 벌레를 물고 있는 것을 보면 아기 새들이 아직 사냥을 잘하진 못해서 지금도 먹이를 먹여 주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아기 딱새들은 우물곁에서 놀았다.

딱새가 둥지 튼 곳은 [주역] 리괘 “행한 것을 보아 상고하되 그것으로 주선하면 크게 선하고 길하리라.(상구)”부터 ;태괘 “‘소(小)가 가고 대(大)가 오니 길하여 형통하다’는 뜻은 천지가 사귀어 만물이 통태하고 상하가 사귀어 그 뜻이 같아지기 때문이다(단전)”는 대목이 나와 있는 쪽이다. 그동안 힘든 일이 많았었는데 상서로운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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