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남 소설가·고양작가회의 회장
작년 문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표절과 모방이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화두가 금년에도 이어지고 있는 마당에 얼마 전 작품 훼손을 당한 작가의 발언이 또 화제로 떠돌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지, 문학작품의 진정성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와 같은 행위는 단연코 작가적 양심을 저버린 파렴치한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타의든 자의든 간에 문학작품이 작가 고유의 창작물이라는 점에서 놓고 볼 때 이는 무단 절취에 해당되는 것임으로, 비판을 받아 마땅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일은 어제 오늘 처음 일어난 일이 아니다. 벌써 오래 전부터 일부 지각없는 작가들에 의해 여러 차례 음성적으로 자행된 바 있으며, 그것이 밖으로 노출 될 적마다 또한 호된 비판이 뒤따랐던 것 역시 작금의 현상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그와 같은 비윤리적인 처사도 결국은 관대를 앞세운 다수에 의해 시간이 지나면서 유야무야 넘어갔던 게 사실이다. 그러므로 따지고 보면 이와 같은 현상의 책임은 그것을 정확히 처리하지 못하고 묵과한 작가 다수와 독자들이 짊어져야 할 공동의 몫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 외에도 문학계에 암적인 존재가 또 하나 있다. 그것은 그동안 문학계에서 관례처럼 묵인해왔던 문학작품의 훼손에 관한 문제이다. 더구나 이는 표절이나 모방처럼 작가의 자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타의에 의해 조작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욱 크게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작가와 사전 합의 아래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이럴 경우에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 편집을 맡고 있는 책임자가 작가의 작의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의도대로, 혹은 출판사나 신문사가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사전 동의 없이 훼손하는, 일테면 일방적인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문제이다. 이럴 경우 작가의 작의를 벗어난 그 작품이 작품성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분명해진다. 작가의 정신적 피해와 명예에 대한 손상, 경제적 손실 따위는 그 다음 문제이다. 그렇다면 이것이야말로 권력형으로 둔갑한 갑이 휘두른 폭력이며 횡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문학작품은 작가의 고유권한이다. 또 하나의 작가 자신이라고 해도 틀린 게 아니다. 그러므로 문학작품은 그 누구도 작가의 동의 없이 함부로 수정하거나 첨삭해서는 결코 아니 되는 불가침적 존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방과 표절, 작품훼손 같은 불미한 사건이 잊을 만하면 다시 불거져 나오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이는 아마도 작가나 출판사가 자신이 지니고 있는 역량보다 더 크고 높고 많은 것을 대중들로부터 얻고자 하는 포퓰리즘적 발상이 근원이라고 추론된다. 그러나 이는 작품의 진정성이란 작가의 개별성에서 나온다는 것을 모르는 무지의 소치에서 비롯된 것이다.

금년 들어 문학계는 경사를 맞았다. 소설가 한 강이 세계 3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영국의 맨부커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는 그만큼 우리 문학계가 이제는 세계로 발돋움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한편에서 모방과 표절, 작품 훼손 같은 하위문학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은 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작품은 작가의 생명과 다름없다. 산고와 같은 고통을 통해 탄생한 그 작가의 피와 살이며, 혼이다. 그렇게 볼 때 요즘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가수 조 모씨의 미술작품에 대한 대작 공방 역시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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