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성당 두봉주교 강연

“물질과 행복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내 것이 무슨 소용입니까. 우리가 더불어 잘 사는 것이 우선 이고 그 다음 내가 있습니다. 우리를 위해 내 것을 나누는 기쁨,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습니다”

80이 훌쩍 넘어버린 파란 눈의 주교는 온 몸으로 이야기했다. 물질이 행복의 조건이 되어버린 세상을 향해 쏟아내는 두봉 주교의 강연은 입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구쳐 우러나오는 절절한 감성이었고 호소였다.

지난 12월 27일 두봉 주교는 작은 짐 꾸러미를 3개나 들고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 돕기 재활용품 매장을 찾았다. 청빈한 삶터 한 공간에 자리잡고 있던 성모상과 그림, 조각과 도자기…

줄 수 있는 것 다 가지고 오신 듯하다. 매장을 한바퀴 둘러보고 강연자의 자리에 앉은 주교는 자신이 겪은 일들을 하나 둘씩 설명하며 나눔을 이야기했다.

주교의 사례는 아주 작고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였다. 술자리에서 행복이 도대체 뭐냐고 논쟁을 벌이다 새벽 2시에 주교를 찾은 이웃 사람들, 기형아 출산이 우려되니 검사를 해보자는 의사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어떤 아이든 소중하게 기르겠다고 마음먹은 젊은 부부…

작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지만 두봉 주교의 마음속에 한번 담기면 귀하고 소중한 삶의 교훈이자 감동으로 승화돼 다시 세상으로 나오는가보다.

온전한 내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부모로부터 나누어 받은 것이 내 몸입니다. 내 몸도 온전한 내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물질 또한 내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의 것입니다. 내 것은 나누어야 진정한 가치가 생깁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입니다. 행복은 물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나눔에 있습니다. 나누어야 사람입니다.”
주교는 단순한 생각을 이야기하지지 않았다. 일관된 원칙으로 체계화 된 사상을 설파했다. 바로 나눔의 사상이다.

두봉 주교는 원래 한국사람들은 더불어 살아온 민족이라고 강조하고 ‘우리’라는 말에 대한 느낌을 덧붙였다. 프랑스나 다른 나라의 경우 우리라는 단어가 극히 제한되게 사용되지만 한국은 ‘우리 집’ ‘우리동네’ ‘우리회사’ 등등 ‘우리’라는 말이 숱하게 많이 쓰인다며 이는 한국의 오랜 전통이자 민족성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의 이 본성을 잘 살리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말로 매듭 된 주교의 강연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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