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일 동화작가, 소설가
지방자치단체마다 경쟁하듯이 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심볼 마크와 엠블럼을 제작해 시의 각종 홍보물과 현수막 등에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슬로건도 빠지지 않고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필자는 심볼 마크와 엠블럼은 차치하고 슬로건에 대하여 개인적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

고양시의 슬로건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시, 고양’이다. 시 당국자의 말에 의하면 이 슬로건의 뜻에는 ‘외형적 아름다움의 상징인 꽃보다 내면이 깊은 사람과 아름다운 본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더 소중히 하고 아끼는 도시상을 표현하였다’고 했다.

좋은 말이고 좋은 의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말에는 모순이 숨어 있다.

꽃은 꽃 자체로 그 고유의 색깔과 향기로 아름다운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꽃을 감상하고 즐기는 것이다. 그런 꽃에 대하여 외형적이니 내면적이니 하면서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슬로건이 창의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슬로건을 볼 때마다 어느 가수가 부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의 노랫말을 떠올리게 된다. 부끄러운 일이다. 100만 고양시민들이 날마다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접하는 고양시의 슬로건이 유행가 가사를 모방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런 부끄러운 일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한 번 슬로건에 대하여 제고하여 다시 제정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슬로건을 제정할 때에는 시민 공모를 통하여 선정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슬로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것도 그렇지만 슬로건에 무슨 내용을 담았으면 좋은지에 대해 필자의 생각을 말해 보겠다.

고양시는 한강변에 위치하고 있다. 옛날부터 문명의 발상지는 강을 끼고 이루어졌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우리는 알고 있다. 굳이 필자가 세계 문명의 발상지를 말하지 않더라도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고대국가인 삼국시대를 보더라도 백제는 한강변을 중심으로 나라를 세워 부흥했고, 고구려와 한강을 사이에 두고 끊임없는 뺏고 뺏기는 전쟁을 하였다. 나중에는 신라까지 끼어들어 한강은 삼국의 각축장이 되다시피 하였다.

더군다나 고양시가 자리잡은 한강변 대화동에서 5000년 전 선사시대 때의 것으로 보이는 가와지볍씨가 출토 되었다. 이런 사실은 당시에 벌써 이 지역에 사람들이 터를 잡고 벼농사를 지었다는 반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렇다면 고양시는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터를 잡고 농사를 지은 살기 좋은 지역이었다는 것이다. 벼는 인류에게 풍요로운 문명을 선물한 가장 중요한 농작물임에 분명하다. 그런 볍씨가 고양시에서 출토되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자그마치 5000년 전의 볍씨가 말이다.

이는 다시 말해 우리 고양시가 무엇보다 자랑스러워해야 하고 가와지볍씨를 활용한 고양시 브랜드 창출의 소재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유행가 가사를 차용한 듯한 것을 고양시 슬로건으로 사용한다는 건 격에 맞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참다운 고양시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 처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가와지볍씨뿐만이 아니다. 우리 고양시의 대표적인 명산인 북한산도 있고, 유네스코에 등재된 서삼릉과 서오릉도 있다. 더군다나 역대 조선 왕실의 태실이 고양시에 존재한다는 것도 우리 고양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소재인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고양시 슬로건을 제고하기 바란다. 그래서 필자는 5000년 가와지볍씨를 소재로 한 슬로건을 생각하면 어떨까 의견을 내어보는 것이다. ‘5000년 가와지볍씨, 농경문화의 발상지 고양’이라고 말이다.

단순히 필자가 고양시의 슬로건을 예로 들었지만 고양시만을 대표하는 고유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심사숙고하여 활용하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시에서 사용하는 심볼이나 엠블럼, 슬로건은 고양시의 대내외적 이미지 홍보에 사용하는 것이니 만큼, 고양시만이 내놓고 자랑할 만한 고유의 가치를 활용하여야 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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