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틴 활용한 ‘자전거 도시’로의 도약, 무엇이 필요한가

▲ 일산호수공원에서 고양시 공공자전거 '피프틴'을 타고 있는 젊은이들.

시설·규모, 선두주자인 창원시 절반
대중교통으로 활용 낮아 이용률 정체
이용률 증가 앞서 적자 해소 선행돼야
편의성 위한 에코바이크의 노력 한창
“자전거도로 확충 위한 시 의지 필요”


수도권 시민들에게 ‘고양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일산호수공원이다. 호수공원은 젊은 연인들과 가족단위 행락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경기북부 쉼터다.

하지만 외지인들이 이곳에서 새롭게 접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고양시 공공자전거 ‘피프틴’이다. 특히 외지 젊은이들에게 고양시 공공자전거 시스템은 긍정적인 도시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서울에서 온 한 청년은 “일산에는 지하철역마다 피프틴이 있어 자전거를 타고 호수공원으로 편하고 재미있게 갈 수 있다”며 “아파트 공원길을 따라 호수공원으로 가는 길이 지루하지도 않고, 타고 온 자전거를 호수공원에서 반납할 수 있어 이동수단뿐 아니라 호수공원을 둘러보는 레저용으로도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피프틴은 10대 청소년들이 등·하교 하거나 학원에 갈 때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양시 길거리 어딜 가나 교복을 입고 피프틴을 타는 청소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대표적 자전거 도시, 그러나 현실은
자전거 도시로서의 고양시 위상은 국내 2위 수준이다. 고양시는 현재 공공자전거 3000대, 거치대 3500개, 스테이션 138개를 보유하고 있다. 시설과 규모면에서는 자전거 도시의 선두주자격인 경남 창원시의 절반 수준이지만, 호수공원과 중앙로를 중심으로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어 시민들에게 인지도는 실제 이용률보다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용자 수가 정체 상태여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표 참고>.

피프틴을 운영하는 (주)에코바이크의 한평석 대표는 “창원시는 여러 공단을 중심으로 출퇴근용으로 공공자전거(브랜드명 누비자)를 이용하고 있어 활성화 측면에서 보면 꽤나 성공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반면 “고양시는 기업과 공단이 없는 베드타운이라 사실상 악조건 속에서 피프틴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대중교통 수단으로 공공자전거가 활용되지 못하기 때문에 이용률을 높이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이야기다. 도시의 태생적 한계로 어려움이 있다면 결국 주부와 학생들을 위한 대중교통 수단, 또는 도시근교 레저용 공공자전거 확충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피프틴의 활성화 자구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회원과 비회원을 합치면 요일별로 이용자 수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주말에는 호수공원을 중심으로 1회성 이용자가 많고, 평일에는 대중교통으로 이용하는 수가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피프틴 활성화 위해선 ‘투자’가 우선돼야
현재 에코바이크는 두 가지 문제에 봉착해 있다. 첫째는 적자 운영에 대한 반감을 해소시키는 일, 또 하나는 이용률 향상이다.

사실 이용률이 향상되면 그 이윤을 통해 어느 정도는 적자 운영에 대한 부담을 해소할 수 있어 같은 내용으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피프틴은 공공사업이기 때문에 이용료(1시간 1000원)가 저렴해 회원 증가로 적자를 메우기란 쉽지 않다.

현재 피프틴 사업에는 매년 막대한 시 보조금이 투입되고 있어 시의회의 시선이 곱지 않다. 운영자 입장에서는 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큰 압박을 받고 있어 당장은 수익개선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공자전거 활성화 방안 중 수익률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투자’가 돼야 ‘활성화’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즉 ‘적자해소→시설투자→편의성 확대→이용률 증가→수익증대→시설투자’라는 순환구조 속에서 적자해소를 어떻게 하느냐는 ‘이용률 증가’보다 선행되는 문제인 것이다.

올해 고양시는 27억원의 예산을 피프틴에 투입했다. 이는 올해 개관한 고양어린이박물관의 연간 적자 예상 금액인 17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한평석 에코바이크 대표는 “시 보조금 27억원 중 실제 운영자금으로 쓰이는 돈은 12억원이고, 나머지 15억원은 사업에 투자된 대출상환금을 갚는 데 쓰인다”며 “실제 운영 적자폭은 12억원이기 때문에 염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수익증대를 위한 노력도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창원시가 공공자전거에 순수 운영비로만 50여 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보면, 자전거도로 인프라가 부족한 국내에서 공공자전거 임대사업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연령별 이용 현황 결과는 결제방법 때문에 약간의 오해가 있을 수 있다. 10대는 모바일 결제가 안돼기 때문에 실제 사용자보다 통계치에는 적게 잡혔을 가능성이 높다. 대신 결제를 해준 부모 연령대인 40대는 이 자료보다 오히려 적게 이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부터 광고수익 발생, 숨통 트여
피프틴의 한 해 지출액은 대략 25억원. 수익은 13억원이다. 현재 이용자를 통한 수익이 6억원, 버스(택시) 정류장 광고판 수익이 7억원 수준인데, 올해 하반기부터는 옥외 광고 수익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라 적자운영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게 됐고 그에 따른 시설투자도 확대될 전망이다.

공공자전거의 특성상 이용 부담을 사용자에게 느끼게 해서는 사업의 취지가 반감되기 때문에 애초에 수익성은 옥외광고쪽에서 찾아야 했다.

피프틴은 2010년 출범 당시 고양시와의 협약에서 버스정류장과 그 외 옥외광고에 대한 수익금을 운영비로 사용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버스정류장을 제외하고는 모든 옥외광고가 규제 대상이 되면서 사업이 무산된 바 있다. 다행히 올해 ‘옥외광고물 관리법’이 ‘규제’보다는 ‘진흥’에 무게를 두면서 디지털 옥외광고가 이달 7일부터 허용됐다. 고양시에서는 첫 번째 수혜자로 피프틴 운영자인 에코바이크가 광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상은 에코바이크 부장은 “현재 고양아람누리 등 9개 소에 이미 디지털 광고게시대가 설치 돼 있다”며 “이달 시범운영에 들어가고 이후 광고주가 선정되면 월 2500만원 정도의 추가 수익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고양시에 설치된 4개의 ‘교통흐름안내 전광판(VMS)’의 후면을 광고게시대로 사용하는 방안도 경기도의회 조례가 통과되면 올해 후반기부터 가능해진다.
 
사용자 편의 위한 투자 확대 필수
피프틴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편의성 부족이다. 피프틴은 국내 여러 도시에서 벤치마킹할 정도의 시스템이 이미 갖춰져 있지만 사용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은 단발성으로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는 큰 진입장벽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여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면서 하반기부터 이용자 증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먼저 도입된 것은 회원카드를 사용하는 시민들을 위한 ‘원터치 대여 시스템’이다. 5월부터 설치되기 시작한 원터치 시스템은 현재 주엽역을 비롯해 사용자가 많은 20개 스테이션에 우선 설치됐다.

▲ 올해 5월부터 도입된 '원터치 대여 시스템'.
이 시스템의 도입으로 회원카드를 사용하는 이용자는 대여방법이 크게 개선됐다.


이 외에 다음달부터 모바일 앱을 활용한 대여 시스템이 함께 적용된다. 현재까지 1회성 사용자들은 스테이션당 하나의 무인단발기 앞에서 휴대폰 소액결제만을 통해 피프틴을 대여할 수 있었고 대여시간도 1분 이상 소요됐다. 따라서 이용자가 몰리는 주말 호수공원 스테이션의 경우엔 무인단말기 앞에 10여 명의 사용자가 길게 줄을 서 10여 분을 기다리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휴대폰 앱을 이용하면 각자의 단말기(휴대폰)로 결제와 임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불편함이 사라지게 된다.

또 하나의 편의성 증대는 자전거를 새것으로 교체한 것이다. 작년부터 진행된 자전거 교체는 이미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 특히 창원시에 비해 자전거의 디자인과 성능이 뛰어난 부분은 높게 평가해야 할 부분이다.

중장기적으로 계획된 추진사업으로, 하나의 회원 아이디로(즉 저렴한 비용으로) 한 가족(3명 기준)이 동시에 탈 수 있는 가족회원 등록 방안, 한강변에 레저용(MTB) 자전거를 배치하는 방안,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전기’자전거 도입 방안, 2인용 자전거와 자전거 인력거 등을 공원과 강변을 중심으로 배치하는 방안 등 다양한 사업 구상안이 준비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편의성 증대는 투자비 확보가 먼저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운영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점이 있다. 
 

▲ 이용객들이 몰리는 특정 스테이션에서는 10분 이상 기다려야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불편한 결제 시스템은 초기 이용자들에게 큰 진입장벽이다.


도시개발에 자전거 인프라도 고려돼야
피프틴을 활용한 자전거 도시로의 도약은 피프틴의 내부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운영 주체인 에코바이크가 도로 인프라까지 구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피프틴이 생활 자전거로서의 기능, 대중 교통수단으로서의 기능을 갖추려면 결국은 도심에서 이용하는 사용자가 많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편리한 자전거 도로가 먼저 갖춰져야 하고 자전거 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개선 또한 필요하죠.”

에코바이크의 한평석 대표는 고양시가 자전거도로 확충에 대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동시에 삼송·원흥 신도시와 같은 신생 도심에서의 피프틴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일산에서 자전거 동호회원으로 활동 중인 유기만씨는 “일산에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는 ‘K-컬처밸리, 행복주택단지, 테크노밸리, 영상방송밸리’에 자전거 인프라를 내실 있게 꾸며, 녹색 대중교통 수단으로 각광받는 자전거 특화 도시를 만들어 보는 것도 도시를 브랜드화 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짤막인터뷰> 6년째 피프틴 이용하는 김윤미씨

“대중교통과 연계해 환승할인 됐으면”

▲ 김윤미씨.

김윤미(29세·고양시 정발산동)씨는 6년째 한결같이 피프틴을 이용하고 있다. 호수공원 인근에 살기 때문에 이용횟수가 많았다는 김씨는 부모님과 함께 레저용으로, 또는 친구들과의 만남의 장소에 가기 위해, 한때는 출퇴근용으로 피프틴을 이용해왔다. 김윤미씨를 통해 실제 이용자의 요구 사항은 무엇이고 피프틴의 장단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봤다.
 
피프틴을 즐겨 타는 이유는.
가까운 곳에 갈 때는 버스를 타지 않고 운동도 할 겸 피프틴을 애용하는 편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느니 피프틴을 타고 약속장소(호수공원 인근 라페스타, 웨스턴돔)에 가는 게 왠지 기분이 더 좋다. 또 하나는 호수공원에서 자전거 타기를 즐기기 위해서다. 주로 가족들과 함께한다. 갈 때는 자전거로, 올 때는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대중교통 수단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나
편의성을 더 높인다면 대중교통으로의 역할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결제가 빠르지 않다는 점과 버스나 지하철과의 환승할인이 안 되는 점이 아쉽다. 대중교통카드와 통합이 돼 어디서나 충전이 가능하고, 환승할인까지 된다면 이용자 수가 대폭 늘어날 것이다.
 
회원권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이유는.
나를 포함해 주변 사용자 대부분이 초기엔 6개월(4만원)이나 1년(6만원) 회원카드를 만들어 사용했다. 하지만 이용해보니 그렇게 자주는 타지 않아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계절적으로 가을이나 겨울에 회원카드를 결제하면 (추워서)탈 일이 별로 없다. 지금은 휴대폰 소액 결제를 이용하고 있다.
 
스테이션(피프틴 거치대)이 부족하지는 않나.
더 많이 필요하다. 자전거도 많아야겠지만 시내 곳곳에 거치대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왕복이 아닌 편도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중교통과 함께 이용하면 개인 자전거를 가지고 다니는 것보다 이동이 자유롭다. 이런 장점을 극대화 하려면 거치대가 다양한 장소에 설치돼야 한다.
 
모바일 앱이 출시된다고 한다.

앱을 통해 결제가 간편해진다면 많은 시민들이 이용할 것이다. 하지만 모바일 결제가 청소년에게는 막혀 있다는 점이 아쉽다. 또한 모바일 활용에 적극적인 젊은 세대는 좋아하겠지만 오히려 중장년층에게는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 대중교통카드처럼 아주 간편한 결제 시스템이 도입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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