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상만 인권운동가
<실록>의 국어사전 명사 뜻은 ‘있는 사실을 꾸임 없이 그대로 적은 기록’을 의미한다. 나는 고양신문의 지면을 볼 때마다 ‘고양시에서 있는 사실을 꾸임 없이 그대로 적는 또 다른 실록’을 떠 올린다. 그렇게 고양의 있는 사실을 그대로 기록해온 고양신문이 어느덧 만 27년의 창간 역사를 맞이했다. 실로 의미있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한편 내가 고양신문을 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진 않았다. 2007년까지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고양시로 이사 온 후 부터이니 대략 9년여 기간동안 고양신문을 구독한 것 같다.

그리고 그때 처음 접한 고양신문은 기존에 내가 알던 여타의 지역 신문과는 그 격이 달랐다.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 내가 살다가 온 지역 역시 고양시만큼 큰 도시였다. 그리고 그 곳에서는 열 손가락을 전부 펴야 셀 수 있을 만큼 많은 지역 신문이 난립해 있었는데 나는 업무상 매주 발행되는 그 지역 신문을 대부분 다 읽곤 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지역 신문에 대한 ‘불편한 편견’이 생긴 것은 오히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지역 신문이 진짜 신문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편견이 그것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열악한 지역 신문사의 형편에 도움만 된다면’ 지면의 편집 방향과 공익성을 제 멋대로 움직이는 것을 참 많이 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중 하나가 공직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을 인터뷰한 후 그 선거사무소로 몇 백부의 신문을 배송하여 강매하는 경우였다. 그런 비근한 사례가 너무 일상적이었다.

그런데 고양신문은 그렇지 않았다. 신문사의 근간인 고양 지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을 담아 독자들에게 읽을 거리와 공감 거리를 충실하게 담고 있었다. 지역 언론사로서 지방 권력과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한편, 이를 읽는 독자들을 위한 예의 역시 잃지 않았다. 이러한 철학이 기반되어 있기에 그간 수많은 지역 언론사가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대한민국 지역 신문 잔혹사중에서도 고양신문이 창간 27년을 흔들림 없이 이어왔다고 본다.

고양신문이 전해준 그간의 소식을 되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특히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연재 기사로는 원당시장 내 상인들을 인터뷰하여 보도한 기획이었다. 전통 시장을 지켜온 상인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또한 고양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맛집 소개도 흥미로웠고, 또 고양시에 정주하는 평범한 부부들의 이야기와 거주 문인들의 인터뷰 역시 아주 괜찮은 기획이었다.

이처럼 고양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과 생각들이 신문 지면에 녹아 들어가니 글을 읽는 독자의 마음조차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거대한 중앙 언론은 할래야 할 수 없는 이런 류의 기사야 말로 ‘왜 지역 신문이 필요한가’를 단적으로 웅변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구석 구석의 고양시 이야기를 한 호 한 호 실록으로 남기는 고양신문은 ‘또 다른 고양시의 사관’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제, 1989년 태동한 고양신문은 다시 30년 고지를 향해 또 달려 나갈 것이다. 나는 3년후 맞이할 30년 창간 고양신문에 또 다른 기대를 갖는다. 한반도 최초의 볍씨 발굴, 일산신도시 밤가시 초가 보존, 일산선 원당역 유치, 서삼릉 훼손 고발 등 그간 고양신문이 보도하여 남긴 기록이 지역사를 새로 쓰는 역동적 기록이 된 것처럼, 앞으로도 고양신문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사관의 자세로 고양시를 기록해 줄 것을 기대한다.

그리하여 103만 명을 넘어선 고양시민이 찾는 신문, 잔잔한 재미와 감동, 행복을 줄 수 있는 신문이 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처럼 고양신문이 거듭나는 27주년 창간 기념이 될 것으로 믿는다. 늘 그랬듯 고양시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고양시민의 숨결을 담는 멋진 지역신문으로, 더 좋은 고양신문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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