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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관찰하다, 놀이를 발견하다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6.07.22 15:17
  • 호수 1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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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놀이터 : Seek & Find'
헤이리블루메미술관 9월 18일까지

 

파주 헤이리 블루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관찰놀이터' 전시

 

수많은 볼거리가 쏟아지는 정보화시대, '홍수에 마실 물이 귀하다'고 뭔가를 차분히 들여다볼 시간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파주 헤이리 블루메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의 제목은 ‘관찰놀이터’다. 전시에 참여한 네 명의 작가들은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 관찰하고 있을까?

주관적 관찰의 자유를 즐기자
조종성 작가가 제시하는 관찰법은 ‘동양화적 세계관’에 닿아있다. 그림 속에 담긴 풍경의 디테일은 무척 사실적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구성은 원근법이나 현실성에 얽매이지 않고, 작가 자신이 주관적으로 바라본 자연의 요소들을 자유롭게 배치했다. 그림을 천천히 관찰하다보면 이상적으로 구현된 풍경 속을 작가와 함께 거니는 기분이 든다. 도교에서 말하는 소요유(逍遙遊)의 경지랄까. 관찰자의 주관이 존중되고, 결과물보다는 과정의 재미를 놓치지 않는 동양화의 태도가 작가가 세상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중앙에 전시된 집 모양의 조형물 역시 정형적이지 않다. 비례가 일그러져 있어서 보는 각도에 따라 다채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주관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려는 작가의 자유로운 의지가 관람자에게도 묘한 쾌감을 전달한다. 

 

 

산수화와 한옥 조형물을 하나의 세트로 작업한 조종성 작가의 작품 '이동시점에서 본 집'.

 

 

서양화와 달리 동양화는 바닥에 깔아놓고 그림을 그린다. 화가의 시점에서 본 동양화 화폭을 족자 형태로 담아 낸 작품. 

 

탁본으로 포착한 현대의 풍경들
정희우 작가가 선택한 관찰 기법은 탁본(拓本)이다. 옛 조상들이 뭔가를 관찰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수단이었던 탁본 기법으로 가장 현대적인 공간인 강남의 구석들을 기록했다. 도로위의 차선 마크, 아파트 담장, 길바닥의 맨홀뚜껑 등이 작가의 꼼꼼한 탁본작업에 의해 무척이나 새로운 이미지로 포획된다. 강남대로의 실제 풍경을 동양화 기법으로 옮겨 놓은 작품도 재밌다. 마치 ‘월리를 찾아라’ 시리즈의 강남 스트리트 동양화 버전을 보는 듯하다. 작품 안에서 누군가는 거리 전체의 풍광을, 누군가는 건물을, 누군가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를, 누군가는 빌딩숲을 오가는 사람들을 주목한다. 작품 자체가 관찰과 기억이 뒤섞이는 흥미로운 놀이터다.

 

강남의 아파트 담장, 거리의 맨홀뚜껑의 형태를 탁본을 통해 포착한 정희우 작가의 작품. 

 

 

입체패널 위에 수채화 기법으로 재현해 낸 강남대로의 풍경.

 

감각의 다양화, 재미의 확장
삐에로 & 승민C 두 명의 작가가 함께 작업한 '마음으로 들여다보기'는 관찰에 사용하는 감각의 경계를 확장시켜주는 작품이다. 커다란 코 모양 구조물의 한쪽 콧구멍 속으로 공업용 내시경을 집어넣어 작가가 숨겨놓은 소품들을 찾아보게 하는가 하면, 다른쪽 콧구멍에는 손을 집어넣어 안에 있는 물건들의 다양한 감각을 즐겨보도록 했다. 시각적 정보가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촉각만 의존한 관찰의 경험은 두려움과 재미를 동시에 던져준다. 자연스레 시각정보에 대한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일상의 감각을 돌아보게 된다.

 

코와 눈, 그리고 손의 촉각. 다양한 감각으로 세상을 관찰하라고 권하고 있는 삐에로 & 승민의 작품 '마음으로 들여다보기'.

맨 안쪽 방에는 모래가 잔뜩 깔려 있다. 작은 모래삽으로 모래를 파헤치며 놀다보면 바닥에 숨어있는 그림이 나타난다. 즐거운 놀이의 과정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이미지들이 드러나고, 그렇게 발견된 것이 누군가에게 의미로 다가오는 과정이 예술의 창조와 유희성을 생각하게 만든다.

 

전시를 준비한 블루메미술관 김은영 학예연구실장은 “현대미술에서 작가는 미학적 놀이 전문가”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놀이의 기본은 관찰이 아니겠냐는 얘기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놀기 위해서는 뭔가를 관찰해야 한다. 놀만한 장소를 관찰하고, 가지고 놀 도구를 관찰하고, 함께 놀 친구의 기분도 관찰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대미술을 감상한다는 얘기는 좀 더 특별한 놀이를 위해 놀이 전문가인 작가들이 관찰해 낸 세계를 잠시 엿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현대미술이 조금은 만만하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관찰놀이터 : Seek & Find'
일시 : 9월 18일까지
장소 : 헤이리 블루메미술관
문의 : 031-944-6324

 

아이와 함께 전시장을 찾은 일행이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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