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정길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
21일 오후 서울역에 사드배치를 반대하기 위해 상경한 성주군민들 2000여명이 집회를 열었다. 이들의 가슴에는 파란리본이, 손에는 태극기가 들려있었고, 목에는 동네와 이름이 적힌 명찰을 걸고 있었다. 외부세력이 아니라 성주군민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15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THAAD) 배치 지역으로 선정된 경북 성주를 갔다가 달걀·물병 세례를 당한 다음날 MBC에서는 “외부 세력 개입”을 수사한다고 말했고 이후에 수많은 언론과 종편에서는 “외부인사, 불법세력”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경찰이 수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성주군에 주민등록지를 두지 않은 다른 지역참가자는 외부인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사드배치문제에 반대하고 일은 반드시 성주주민들만 해야하는가? 사드문제 반대는 성주주민외에는 할수 없는가? 이해당사자가 성주주민들 만인가? 사드배치로 인해 중국과 수출액이 26.1%나 차지하며 무역흑자도 600억달러에 이르는 경제적 이익에 큰 피해가 발생하는데 그것은 성주주민만의 문제인가?

사드배치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로 군사적 긴장이 높아져 한반도가 공격의 타겟이 되어 그야말고 불바다가 된다면 그것이 성주군만의 문제인가, 사드배치로 인해 북한은 더욱 핵무장을 강화할 것이고 남북갈등이 고조되고 민주주의가 위축되고 방위비 분담이 늘어나면 그것이 성주군만의 문제인가. 그래서 통일의 가능성이 더욱 멀어지고 분단이 고착화되면 그것이 성주군만의 문제인가? 아니 반대로 성주군민들만의 반대와 저항으로 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는가?

사드문제의 이해당사자는 성주군민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그 피해와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주민들은 누구든 어디서든 반대하고 개입하고 참여할 권리가 있다. 만일 성주에 주소지를 둔 군민만이 자기 지역에 대한 결정권한을 갖고 있고 그 외에는 외부세력이 라고 한다면, 성주에 주소지가 없이 사드배치를 결정한 대통령이 외부세력이다. 성주에 주소지가 없는 총리, 국방장관, 미국 모두 외부세력이다. 주민들에게 의사를 묻는 동의 과정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그들이 바로 ‘외부세력에 의한 불법행위’를 한 사람들이다.

이러한 <외부세력개입론>은 지역주민들이 요구와 저항을 고립시키는데 자주 써먹던 프레임이다. 세월호때도 그랬고 강정 때도 그랬고 밀양 때도 그랬다. 더 멀리 가자면 1980년 광주 때도 그랬다. 권위적인 정권일수록 지역주민들의 절박한 항의와 저항을 외부와 분리하고 지역을 고립시켜 진압해왔던 역사적 사례는 많다. 이런 전제주의 권력의 민중저항에 대한 일상적 해법은 <분리하여 통제하라>이다. 그래서 자신들끼리 분열하게 하여 서로 싸워 약화되면 권력은 힘을 덜들이고도 쉽게 무력화시킬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외부세력론을 유포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우선 성주군민 스스로 결백을 증명하느라 전전긍긍하게 된다. 그래서 스스로 자기 검열단들을 만들어 외부세력을 색출하겠다고 혈안이 되어 자신들끼리 서로 감시하며 의심하게 된다. 그래서 스스로 자중지란이 일어나 내적인 단결이 와해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들을 돕기 위해 온 사람들은 위험하고 나쁜인물로 규정하고 외부단체의 연대와 지원, 협력을 거부하며 스스로 약화되고 고립화되어 성주군민만의 외로운 싸움으로 위축되어 버린다.

설령 백보 양보하여 지역주민들만이 이해당사자라고 해도 외부세력이 그곳에 개입하면 안되는가? 가해자는 막강한 돈과 정보와 권력을 갖고 밀어붙이는데, 피해가 예상되는 가난한 지역주민들이 판단할 정보도 없고 해결할 자원동원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들을 돕기 위해 주변사람들이 나서는 일이 뭐가 문제인가?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곤란한 처지의 사람을 도우며 살아왔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불원천리 가서 돕는게 인지상정인데 그걸 외부세력이라고 호도한다는 것은 인본주의사회에서 할짓이 아니다.

1980년 국보위에서 노동운동을 탄압하고 외부세력의 개입을 금지하겠다고 만든 <제3자 개입금지>조항은 악법으로 결론나서 이미 2007년 폐기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집시법에 외부세력은 집회에 참여할 수 없다는 조항이 없다. 외부세력을 규정하기 어렵고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집회시위를 외부세력이라고 해서 제한할수 없다. 사드문제에 관한한 한반도의 누구도 외부세력이 될 수 없다.

그러니 저들이 말한 모든 '외부세력'들이여, 사드문제에 개입하자.

유정길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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