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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가자, 수영복 챙겨라~”문화감상, 물놀이, 역사유적 함께 즐기는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6.08.03 18:19
  • 호수 1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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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서면 고생인 걸 알면서도 방구석을 지키고 있기엔 어딘지 아쉬운 휴가철, 가족들과 부담없이 나서는 한나절 나들이 코스로 어디가 좋을까? 우아한 문화체험, 신나는 물놀이, 의미 있는 역사탐방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해진다. 대체 어딜까? 궁금할 땐 직접 가보는 게 최고. 일산 백석동에서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가니 30분만에 목적지에 닿는다. 장흥유원지에 자리잡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이다.

2014년 문을 연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장흥유원지 안에 자리잡고 있다.

조각공원에서 즐기는 신나는 물놀이

미술관 건물 앞으로는 시원스레 석현천이 흐르고, 뒤편으로는 푸른 녹음이 감싸고 있다. 티켓을 구매해 입장하니 울창하게 가꾼 수목 사이로 근사한 조각작품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추상 조각들도 있지만, 대개는 동물과 캐릭터 등을 소재로 한 흥미롭고 귀여운 작품들이다. 카메라를 든 아빠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예쁜 사진을 남기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물줄기가 춤을 추듯 분출하는 바닥분수는 꼬마들의 차지다. 잠잠하던 물구멍에서 세찬 물줄기가 솟구칠 때마다 아이들의 탄성이 쏟아진다. 나무그늘에 자리를 펴고 누운 어르신들은 장흥숲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느긋한 휴식을 즐긴다.

바닥분수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고 있는 아이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역시 미술관 한가운데를 관통하며 흐르는 석현천 구간에 조성한 계곡 물놀이터. 자연 계곡의 쾌적함에 문화공원의 안전성을 더해 어린 아이와 함께 부담 없는 물놀이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 방문하려면 여벌옷과 물놀이 샌들 정도는 필히 챙겨가는 게 좋을 듯. 잠시 발목만 적시겠다는 생각으로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가도 아이들과 물장난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온몸이 흠뻑 젖기 때문이다.  

장흥숲을 흐르는 석현천 계곡이 미술관을 관통하며 흐른다.

계곡의 시원함에 쾌적함과 안전성을 더한 미술관 경내의 물놀이장.

이곳은 원래 10여 년 전부터 장흥 조각공원 물놀이장으로 운영되다가 지난해 10월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영역으로 통합됐다. 음식물 반입과 조리는 어려워졌지만, 덕분에 보다 쾌적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물놀이와 휴식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멀리 부천에서 가족나들이를 온 김종균씨는 “문화공간과 휴식공간이 함께 있으면서도 관리가 잘돼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조각공원에는 감각적이고 유쾌한 조각작품들이 가득하다.   

부천 소사구에서 미술관을 찾은 김종균씨 가족이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고 있다.

단순함에 깃든 예술혼, 화가 장욱진을 만나다

물놀이장에서 높다란 구름다리를 건너면 잔디언덕위에 하얀색 건물이 자리를 잡고 있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의 본관 건물이다. 건너편의 유쾌한 북적거림과는 대조적으로 호젓하고 차분하다. 건물에 들어서면 한쪽 벽을 장식하고 있는 장욱진 화가의 흑백 사진이 방문객을 맞는다. 사진 속의 편안한 미소가 시원한 통유리창 너머 초록색 잔디의 단조로움과 잘 어울린다.

석현천 건너편 캠핑장에서 바라본 장욱진미술관 본관 건물. 외형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 경이로운 공간을 품고 있다.

매표소에서 구매한 입장권을 한 번 더 제시하고 전시장 안으로 들어선다. 개관 2주년을 맞아 ‘Simple 2016’이라는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심플’은 삶도 예술세계도 단순함을 지향했던 장욱진 화백의 모토다. 회화, 설치, 조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욱진 화가의 ‘심플’ 정신을 새롭게 계승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전시를 꾸렸다. 

미술관 로비에 들어서면 장욱진 화가의 사진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미술관 건물은 경이로운 마법상자 같다. 외형은 단조로워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서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번 새로운 공간이 열리기 때문이다. 창문과 천장의 각도, 크기, 계단의 꺾임, 채광의 변화 등 모든 것이 시각적 쾌감을 안겨준다. 한눈에 보면 단순해보이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무척이나 다양한 느낌과 생각을 품고 있는 장욱진 화가의 작품세계가 현실의 건축공간으로 구현된 듯하다. 국내외의 권위 있는 건축상을 두루 수상한 경력이 당연하지 싶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새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2층으로 향하자 비로소 공간의 주인공인 장욱진 화가의 작품들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미술관의 소장 작품도 있고, 이번 2016 심플전을 위해 새롭게 대관된 작품도 있다. 기자의 마음을 한참 붙든 작품은 전시장과 전시장 사이 복도의 벽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동물가족’이다. 회색 시멘트벽에 소, 돼지, 닭과 병아리를 단순하면서도 천진난만하게 그렸다. 그림 위에는 소의 워낭과 코뚜레도 덩그러니 걸려있다. 원래 이 작품은 장욱진 화가의 아틀리에 벽에 그린 작품인데, 벽 자체를 그대로 박물관으로 옮겨 온 것이란다. 뭇 생명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 작가의 따뜻한 삶의 체취가 묻어있는 듯하다.

 

'동물가족' 1964년작. 장욱진 화가가 아틀리에의 벽에 그린 그림이다.

전시 공간 틈새에 숨어있는 영상실도 꼭 들러보시길. 작은 오두막집 모양의 공간에 관람석이 계단 형태로 돼 있어서 맨 위 자리에 앉으면 천장 낮은 다락방에 들어온 듯 편안한 기분이 된다. 전면에 설치된 모니터에서는 장욱진 화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담은 15분짜리 동영상이 반복해서 상영된다.   

아늑한 오두막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주는 영상실. 장욱진 화가의 삶이 요약된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충절의 혼이 잠들다, 권율 장군 묘

미술관 건물을 나와 측면으로 이어진 잔디밭을 지나 숲 울타리를 건너가면 드넓은 잔디 언덕이 펼쳐진다. 권율 장군의 묘역이다. 행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명장의 위상에 걸맞게 묘역의 넓이가 광활하다. 찾는 발길이 적어 무척 고요하지만, 잠시 순례하듯 선조들의 얼을 새겨보기에는 고요함조차 오히려 적절하다. 묘역의 아래쪽 마당에는 신도비와 비각, 재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잔디 언덕으로 오르는 돌계단을 올라가면 비로소 권율 장군과 시조들의 묘가 단을 달리하며 자리를 잡고 있다. 묘역에 올라서니 눈 아래로 펼쳐진 탁 트인 풍경이 권율 장군의 기개인양 호기롭다.  

대문 앞에서 바라본 권율 장군의 묘역.

돌계단을 따라 언덕을 오르며 권율장군과 선조들의 묘가 나타난다.

나들이 3종 세트 , 맛도 구색도 좋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을 음식에 비유하자면 궁합이 잘 맞는 세 가지 음식이 함께 차려지는 세트메뉴에 가깝지 않을까. 감치맥(감자튀김·치킨·맥주)이나 김떡순(김밥·떡볶이·순대)처럼 말이다. 미술관과 물놀이 계곡에 역사유적까지, 맛도 좋고 조합도 훌륭하다. 새롭게 괜찮은 식당을 알게 되면 지인들에게 소개하고픈 게 인지상정. 기자 역시 조만간 지인들과 함께 다시 들를까 궁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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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특구 장흥, 그 중심에 미술관이 있다”
변종필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관장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을 중심으로 장흥관광지가 고품격 문화벨트로 거듭나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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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 화가가 양주시와 어떤 인연이 있나.
1960년대 중반, 후학을 가르치던 장욱진 화가가 교수직을 그만두고 창작에 몰두하며 자신만의 독특하고도 깊이 있는 작품 세계를 완성한다. 그때 선생께서 아틀리에를 꾸렸던 덕소가 당시에는 양주군에 속해 있었다. 그 인연을 소중히 계승하고자 양주시와 장욱진문화재단, 화가의 유족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 미술관을 세웠다.

미술사에서 장욱진 화가의 위상은.
장욱진 화가는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등 우리나라의 현대회화를 꽃피운 거장들과 동시대에 활동한 작가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현대적인 사조를 선구적으로 선보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대상을 뛰어넘는 초현실적인 예술성이야말로 장욱진 화가의 매력이자 가치다. 그의 작품은 지금 봐도 새롭다. 무척 단순한 듯 보이지만, 작품 안에 사색적이고 명상적인 동양적 세계관이 깃들어 있다. 장욱진의 작품 앞에 서면 어린이든 어른이든 각자의 눈높이에 맞는 감동을 발견할 수 있다.  

1987년작 '길에서'. 따뜻한 색조, 넉넉한 여백과 단순화한 형태가 작가 특유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과 장흥조각공원이 통합됐다. 어떤 이유에선가.
통합 이전, 장흥조각공원은 다수의 물놀이 손님들이 찾는 행락공간이었고, 미술관은 소수의 문화향유층만이 찾는 공간이었다. 두 공간을 과감히 통합함으로써 조각공원은 좀 더 품격 있고 쾌적한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하고, 미술관 역시 일반인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 통합 후 첫 여름을 보내고 있는데 다행히 방문객들의 반응이 좋다.

장흥관광지가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는데.
인기 있는 나들이 명소였던 장흥이 언제부턴가 불친절한 행락지, 모텔 밀집촌 등의 부정적 이미지가 높아졌다. 다행히 몇 해 전부터 예술이 중심이 되는 고품격의 문화벨트로 변신하는 중이다.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장흥아트파크를 시작으로 청암민속박물관, 장흥아트밸리, 송암스페이스센터, 장흥조각레지던스, 장흥자생수목원, 국립아세안수목원 등이 차례대로 문을 열었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의 개관은 장흥의 문화적 가능성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곳을 중심으로 보다 수준 높은 문화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펼쳐질 것이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이 선도하는 장흥의 눈부신 변신을 기대해도 좋다.

■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관람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료 : 성인 5000원, 청소년 이하 1000원 
주소 :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193
문의 : 031-8082-4245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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