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30% 동의, 시에 감사 청구

▲ 올 3월 대책위 측이'주민서명운동을 반대하지 말라'며 아파트에 내건 현수막.

 하자보수금 부당지출 등 지적
입대의에 2000만원 과태료 부과

 
“한겨울에 페인트칠 공사를 하는 곳이 어디 있어요. 그럼 결국 하자가 생기고 보수공사를 추가로 다시 하게 되죠. 수억원짜리 대형 공사가 끝나도 감리를 진행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 A아파트(16개 동, 1192세대) 입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의 이런 행태를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 석연치 않은 공사가 연일 이어지고, 경비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은 최악이었다. 하지 않아도 되는 공사를 강행하면서 정작 써야할 곳에는 돈을 아낀 것. 결국 화가 난 주민들이 직접 나서 비리 문제를 척결했다.

주민의 30%가 동의를 하면 시에 아파트 비리 감사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한 주민들이 주민 동의서를 받아 감사청구를 요청했다. 이어 6월 29일부터 9일간 진행된 고양시 감사에 수많은 문제점이 확인돼 시정명령이 내려졌고, 입주자대표회의 측에는 과태료가 곧 부과될 예정이다.

7월 28일 공개된 감사보고서의 지적사항은 크게 두 가지로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와 관리소 직원의 하자보수금 유용 ▲용역업체 선정 시 부당지출이다. 감사보고서는 시정명령 5건, 행정지도 9건, 과태료 부과대상 4건을 지적사항으로 밝히고 있다.

감사를 진행한 담당 공무원은 “해당 단지에는 공동주택관리 감사와 관련해 가장 큰 과태료인 2000만원을 부과할 예정인데, 20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라며 “이 아파트의 경우 비리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시에 감사를 청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난감한 상황이었다. 때마침 단지 내 경비원들이 소속된 고양파주노동조합이 도움을 줬다.

한성영 고양파주노동조합 위원장은 “입대의의 방만한 예산운영과 불투명한 회계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을 다수의 주민들에게 듣고 난 이후, 주민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주민들의 동의(30% 이상)가 있다면 지자체에 아파트 비리 감사를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경비원들과 함께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그때 적극적으로 합류한 주민들이 지금의 주민대책위 7명이다. 입대의의 비리를 두고만 볼 수 없었던 7명의 주민들이 주도하면서 서명작업은 활기를 띠어, 3개월만에 주민 43%가 감사청구 동의서에 서명했다.

“세대에 방문하면 대부분의 주민들이 ‘부정이 너무 많은 것 같다’며 동의해 주셨어요. 뒤에서 조용히 지지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 대책위 김상윤씨

하지만 상대편의 방해공작이 시작되자 잠깐 주춤할 때도 있었다.

“입대의 측과 실랑이가 벌어지곤 했죠. 어떤 가정은 우리를 오히려 의심하기도 했고, 초인종을 누르면 다짜고짜 경비원을 호출해 따지기도 했지요. 관리소 직원들이 따라다니며 괜히 겁을 주기도 하고요.” - 대책위 안상준씨

대책위 측에 따르면 일부 관리소 직원이 ‘감사 후 문제가 없다고 밝혀지면 당신네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협박성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이 감사청구에 동의하면서 서명을 받아내는 데 큰 걸림돌은 없었다.

서명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김영순씨는 “시의 감사가 있기까지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이렇게 감사결과를 보고받고 나니 속이 다 후련하다”며 “감사를 통해 지적된 시정명령과 행정지도 사항에 대해서는 새로 꾸려진 입대의 측이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양시 주택과 관계자는 “주민들의 요청(30% 이상 동의)에 의해 감사가 진행된 곳이 고양시에서만 지난해 9곳, 올해 3곳이 있었다”며 “비리가 의심되면 단지 내 주민들이 힘을 모아 시에 감사를 요청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양시 아파트 비리가 의심된다면?

① 전체 세대의 30% 이상이 동의하면 고양시가 단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다. 해당지역 구청을 통해 회계사, 주택관리사, 담당 공무원 2명이 팀을 이뤄 회계자료 검토 등의 감사를 진행한 뒤 주민들에게 감사보고서를 공개한다.

② 공사가 진행될 때마다 무상감리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고양시는 2014년부터 고양지역건축사회와 MOU를 체결해 공사규모와 상관없이 요청하는 단지에는 무상감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요구 주체는 입대의가 아닌 일반 주민이어도 상관없다.
문의 : 고양시 주택과(031-8075-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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