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당시 변압기 세대당 1kW 미만
변압기 용량, 현재 기준의 1/3에 못미쳐
“단지별로 노후 변압기 교체사업 시급”

고양시 아파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1990년대 지어진 이른바 ‘신도시’ 아파트의 정전사태가 단지별로 언제든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94년 이래 최악의 가마솥 무더위 속에 연일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고양시 아파트 곳곳에서 변압기 과부하로 인한 정전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올 여름 2시간 이상 정전피해를 본 단지는 시에 보고된 건만 5건으로 피해 세대가 약 4000세대에 이른다. 1시간 이내의 짧은 정전 피해를 본 가구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지별 정전사태의 원인은 노후한 변압기에 있다. 90년대 지어진 아파트는 세대당 전력사용량 0.6~0.9kW를 기준으로 변압기가 설치됐지만, 현재 시공하는 아파트는 세대당 3kW를 기준으로 변압기 용량을 산정하고 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세대별로 대형 가전제품이 늘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전력을 쓰는 건 에어컨이다. 90년대 보급률이 50% 미만이었던 에어컨은 현재 가구당 80%를 웃돌고 있다.

가구당 전력 사용량 기준치는 3배 이상 늘었지만 25년 전 설치된 노후한 변압기가 단지별로 아직도 쓰이고 있기 때문에 결국 변압기 교체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단지내 정전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에 대한 주민 대부분의 관심이 덜해 변압기 교체 사업은 정전사고가 일어난 후에야 인지하는 실정이다.

▲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90년대 건설된 일산 신도시 아파트의 변압기는 내구연한(약 15년)을 초과했으며, 사용용량도 현재 기준의 1/3 수준이다.

일산서구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요즘 단지 내에 ‘정전이 우려되니 에어컨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방송이 나오고 있는데, 국가적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를 걱정하는 방송이겠거니 생각하며 넘기기 십상”이라며 “단지 내 노후 변압기 문제로 정전이 일어나는 것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고양시 시민안전과의 한 관계자는 “올해 정전이 발생한 단지도 사고 이후 변압기를 교체했는데, 용량을 늘린 게 아니라 새 변압기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라며 “완전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단지별로 변압기 용량을 현실에 맞게 늘려 설치할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변압기 용량을 늘려 설치하기 위해서는 고압전선과 변전실 공간을 확보해야 해 시간과 비용(약 3억원 이상)이 상당히 발생하기 때문에 전력 사용량이 적은 시기에 미리 손봐야 여름철 정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고양시도 아파트 정전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강화하고 있다. 단지별 안전점검과 절전 안내를 홍보하고 있으며 유관기관의 관계자 회의를 통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다. 또한 한전이 지원하는 노후변압기 교체사업 보조금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결국 변압기 교체는 아파트 입주자들의 결정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입주민들의 시설투자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수다.

시 관계자는 “신도시 아파트 입주민들은 장기수선충당금을 통한 변압기 교체사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수도배관만 교체할 것이 아니라 정전사태 예방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변압기 시설개선을 강제하도록 하는 법령 개정도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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