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성공회대 교수
고양시 킨텍스 입구에는 7월 13일부터 노동자들이 천막을 치고 항의와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아시아 제4위의 전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 최고 수준의 명품 컨벤션센터라는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다. 이용객만이 아니라 고양시민들은 노사분쟁을 조기에 수습하지 못하고 대중에게 노출시키고 있는 경영진의 대응 자세를 답답해하고 있다.

국제회의, 정치 행사, 각종 전시회를 비롯한 대형 이벤트가 연중 개최되고 있는 킨텍스는 고양시의 이름을 전국적으로 널리 알리고 있는 명품 컨벤션센터다. 이 때문에 고양시민들도 이벤트 산업, 문화산업을 비롯한 미래형 고급서비스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킨텍스는 필수적으로 있어야 할 시설이다. 특히 인간이 정성을 쏟아야 고객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고급 서비스 산업은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한국 최대의 사회 현안인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컨벤션센터의 경쟁력인 평판을 유지하려면 시설도 좋아야 하지만 일하는 사람들이 고객에게 좋은 인상을 주어야 하고 일처리를 깔끔하게 해야 한다. 즉, 종사자들이 자부심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는 직장 풍토가 조성되어야 컨벤션센터는 사회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다. 즉,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킨텍스와 같은 고급서비스업에서는 일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자세가 고용관리의 기본이 되어야 하는 분야다. 노동자가 직장에 일체감을 느끼려면 고용관계의 장기적인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현재 킨텍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핵심은 불과 3명의 주차관리원 해고를 둘러싼 분쟁이다. 킨텍스는 하청업체를 내보내고 자회사를 설립해 주차관리를 하기 시작하면서 조합원 10명 가운데 3명을 고용승계하지 않았다. 비조합원 17명은 모두 채용되었다. 따라서 노동운동 탄압이라는 의심을 사는 것도 당연했다. 더구나 이들 3명의 인건비 총액은 연간 5400만원에 불과했다. 킨텍스의 논리는 자회사를 만들어 인원을 줄이면 비용이 절감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주차관리 자회사 사장에는 연봉 8000만원의 킨텍스 퇴직자가 왔다. 결국, 인건비도 절약하고 퇴직자도 챙길 수 있으니 킨텍스로서는 경영합리화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우선 비정규직을 압박하는 킨텍스의 행태는 서울 구의역의 스크린도어 수리기사 사망 사건을 일으킨 서울메트로와 판박이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 해소라는 사회적 과제보다 수익 확보라는 단기 경영 목표가 우선시 되는 상황이다. 물론 킨텍스 경영진은 아직 적자 기업이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홈페이지를 보면 2014 회계연도에 자산 규모 약 2539억원, 당기 순손실 34억원이며, 이는 아직도 4900억원이 투입되는 제3전시장과 호텔 공사가 추진 중인 현재 상태를 감안하면 부실 경영이라고 할 수 없다. 킨텍스의 임창열 사장은 인건비 절감을 주장하기 이전에 인력 규모의 적정성부터 점검하고 노사 대화를 합리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비정규직 주차관리 요원을 희생시키는 직장에서는 이벤트 기획 능력을 발휘해야 할 고급 인재도 정착하지 못한다.

킨텍스는 고양시, 경기도, 코트라가 출자해 설립한 공적 성격을 가진 기업이다. 현재까지 완성된 시설과 대지는 고양시 관할이다. 즉, 킨텍스에서 벌어지는 노동문제에 대한 책임이 경영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공공부문이 책임감을 가지고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 특히 고양시부터 사태의 합리적인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려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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