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촌마을 이은홍 화백 만화책 ‘술꾼’출간

한국 사람은 지난해 1인당 52병의 소주를 마셨다. 주종과 주량과 주벽이야 사람마다 다를 지언정 사람들은 술을 마셔왔고 오늘도 술을 마신다. 그 가운데 한 사람, 강촌마을 사는 이은홍 화백이 『술꾼』(사회평론)이라는 만화책을 냈다.


◇이은홍 화백의 음주이력
그의 ‘음주이력서’에 따르면 술이란 이런 것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술심부름을 하며 남몰래 맛본 막걸리의 시큼달콤한 맛(음주이력서 1, 2)에서, 까까머리 시절 친구 자취방에서 몰래 받아 마시던 술을 거쳐(음주이력서 3, 4), 안주를 돈주고 시켜 먹어야 하는 ‘놀라운’ 서울 인심에서 고달픈 서울살이의 첫 번째 절망감을 맛보지만(음주이력서 5), 동시에 희망이고(음주이력서 6) 세상과의 통로이자(음주이력서 8) 평생의 술친구 겸 아내를 맺어주는 인연의 끈(음주이력서 9)이 되기도 하는 그것이다.

◇경계선을 넘나드는 술꾼 만화가 이은홍
성공회대학교 김창남 교수는 “이은홍이 술에 관한 만화책을 낸다고 했을 때 내 머리에 첫 번째로 떠오른 말은 ‘제격’이라는 것”이었단다. 술에 관한 만화를 그릴 수 있는 사람은 단연 이은홍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김교수는 전한다.
술은 일종의 경계선이며 통과의례다. 신화에 따르면 술은 신의 음료였으며 신이 인간에게 제조법을 가르쳐 준 것이다. 불완전한 인간이 완전하고 영원한 신의 세계로 나아가고 싶은 욕망의 표현이 술인 것이다. 이은홍 화백은 그의 음주이력서에서 밝히는 것처럼 술로 인하여 경계를 넘나들었다. 절망과 희망 사이를, 인생의 신산과 행복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물어 경계 없애기를 술로 경험한 이화백의 경험이 만화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름을 떨치게 한 ‘역사신문’
이은홍은 자칭 타칭 ‘운동권 공식 만화가’였다. 그리고 『역사신문』『세계사신문』(사계절)의 만평을 맡아 서로 다른 시대의 무게를 촌철살인의 풍자와 해학으로 엮어낸 시사만화로 주목받은 만화가다.
그렇게 단련된 그에게 술은 농투성이 부모의 기억(소주가 있는 풍경 1)으로, 통일의 꿈(만남을 위하여, 소주도 하나다)으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깊은 골(이 놈이 세상, 유전양주 무전소주)로, 기지촌 풍경(음주이력서 7:호텔캘리포니아)으로 녹아들면서, 일상과 일상을 넘어서는 역사, 사회와의 소통을 담아내는 도구가 된다.

만화의 ‘시장’과 ‘광장’이 한데 어우러지기를 바란다는 이은홍 화백의 첫 작품집이 ‘술에 관심 있거나 만화에 관심 있거나 아니면 둘 다에 관심 있는’ 독자들과는 얼마나 어떤 소통을 나눌 수 있을까. 책값으로 그련진 소주 두 병도 ‘술꾼’답다.

이은홍 프로필
1960년 전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만화를 봄. 만화 보는 틈틈이 공부와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는 ‘절대적 모범생’으로 전주 신흥고에 입학. 78년 홍익대 미대에 입학하면서 서울살이 시작. 82년 대학 졸업 후 서울노동운동연합 기관지에 ‘깡순이’라는 만화를 연재하면서 전문만화가의 길로 들어 섬.
그후 『역사신문』과 『세계사신문』에 만화를 그렸고, 아내와 함께 꾸민 『글자 없는 그림책』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에 출간한 첫 작품집 『술꾼』은 평소 친하게 지내온 술을 이야깃거리 삼아 세상에 말을 걸고자 함이라고.
지금 강촌마을 5단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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