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동아리> 백석고등학교 생명과학 동아리 ‘BiC’

“2학년 때 문과를 선택한 후 다른 동아리로 옮겨야 하나, 잠시 고민했어요. 하지만 문과생들은 과학실험을 해볼 기회가 거의 없거든요. 이 재밌는 실험을 그만두고 싶지 않았어요.”(신하영, 2학년)

백석고등학교의 ‘BiC(Biology in Creativity)’는 책속에서 글과 사진으로만 보던 실험을 직접 해보는 교내 생명과학 동아리다. 문과생에게 필요한 스펙과는 거리가 먼 활동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스펙을 챙기려고 들어왔다가는 오히려 중도에 포기하고 나가게 되는 동아리”라는 게 BiC를 이끌고 있는 강연주(2학년, 동아리 부장)양의 설명이다.

 

백석고 'BiC' 부원들이 지난 24일 오후 지역 아동센터에서 진행할 과학실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신하영, 강연주, 양정엽, 권예준, 조서영, 김희경 학생

실험 기획하려면 흥미 필수

 

‘동아리=스펙’이 아니라는데도 BiC는 백석고의 ‘인기 동아리’로 손꼽힌다. 올 초 신입부원 선발에선 16명 모집에 무려 60여 명이 지원했다. 만만찮은 경쟁률을 뚫은 만큼 부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렇다고 선발기준이 까다롭진 않다. 성적순은 더더욱 아니다.

“중학교 수준의 과학상식을 묻는 1차 필기시험과 2차 면접을 거쳐 뽑는데, 제1 조건은 ‘실험을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에요. 동아리 활동이 과학실험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실험에 흥미가 없으면 버티기 힘들거든요.”(강연주)

BiC는 생명과학을 주된 주제로 삼되 물리‧화학 탐구형 실험까지 주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진행한다. 단, 지도교사나 선배가 주제를 정해 일방적으로 끌고가는 강의식 실험이 아니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4명씩 모둠을 구성해 그 안에서 부원 각자 실험주제를 제안하고 채택된 실험을 하는 방식으로 활동이 이뤄진다. 자신이 원하는 실험을 하기 위해선 자료조사를 충분히 해 나머지 부원들의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선배라도 예외가 없다. 실험주제가 채택이 된 후에도 실험구성과 예비실험, 실제실험을 주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어떤 실험을 할 것인지 기획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실험에 관심과 흥미가 없다면 괴로운 활동이다.

강수임 지도교사는 “여러 학교에서 과학동아리를 지도해봤지만, 기획부터 결과평가까지 전 과정을 교사 개입 없이 학생들 스스로 해내는 ‘자기주도적’ 과학동아리는 처음”이라며 자랑스러워 했다.

자기주도적 실험에 대해선 부원들의 호응도 높다. 물리 분야로 진로를 생각해왔다는 양정엽(1학년)군은 동아리에서 기획해본 생물실험에 흥미가 생겨 생물 분야로 진로를 바꿨다. 권예준(2학년)군도 “내가 해보고픈 실험을 다른 부원들에게 설명을 해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더 깊이 있게 조사하고 연구하게 되더라”며 “그런 과정 속에서 실력이 느는 걸 느낀다”고 덧붙였다.

 

우수 동아리 인정받아 학교 지원도 넉넉

BiC는 과학실험을 통한 교내외 재능나눔활동에도 열심이다. 한 학기에 한 번씩 백석고 재학생들을 위한 교내실험교실을, 월 1회 지역의 아동센터를 방문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실험교실을 연다.

김선영 지도교사는 “교내실험교실은 봉사활동으로 인정되는 것도,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것도 아닌데, 평소 실험을 해볼 기회가 거의 없는 재학생들을 위해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며 기특해 했다.

실험 중심의 활동인 까닭에 다양한 실험도구‧재료를 확보하는 게 동아리의 큰 과제. 백석고는 학기 중에 수시로 동아리별 활동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지원 예산을 편성하는데, BiC는 우수 동아리로 인정받아 학교로부터 넉넉하게 지원을 받는 편이다. 그 덕분에 지난해엔 개구리, 올핸 쥐 해부실험 등 다채로운 과학실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해부실험을 하면서 작은 생명체에도 사람과 비슷한 장기가 있다는 사실에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는 강연주양은 “지금처럼 흥미로운 실험을 주도적으로 하면서 장기프로젝트도 해낼 수 있는 동아리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BiC 동아리=2011년 출발해 현재 5기(2학년) 15명, 6기(1학년) 17명, 총 32명이 활동하고 있다. 경기도학생과학탐구올림픽 과학동아리발표대회(2014년, 장려상), 한국과학창의재단 청소년과학탐구반(2012년) 등 각종 교외 대회에 학교 대표로 참가했다. 교내 실험대회, 융합과학 대회, 탐구 토론대회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