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남 소설가·고양작가회의 회장
금년만큼 폭염경보가 계속되고, 보름이 가깝도록 열대야로 밤잠을 설친 해는 드물다는 게 기상청의 보고이다. 그런데 금년 여름이 다른 때와 달리 더 덥다고 느낀 것은 비단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정권 말기인 연초부터 이미 그 불길한 조짐이 보였지만, 여름에 접어들면서 나라꼴은 정말 말이 아닐 정도로 혼탁해졌다. 끝 간 데 없이 추락한 국가 지도자들의 도덕성과 정직성이 날마다 귀를 어지럽게 하는, 이른바 총체적 난국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를 통틀어 어디 한 군데 깨끗한 데가 없었다. 국민이 애써 만들어준 여소야대의 20대 국회는 개원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저들만의 계파 싸움으로 진흙탕이 되어버렸고, 가장 청렴해야 할 판검사들은 자기들끼리, 혹은 있는 자들과 결탁하여 저지른 부정부패 등이 백일하에 드러나기 시작했으며, 국민의 미래인 청소년들의 교육을 맡은 행정당국의 모 고급공무원은 민중을 개와 돼지로 취급하는 막말을 하여 지탄을 받고 쫓겨난 실정이다. 청와대 민정수석 모 씨가 연루된 사건은 전입가경으로 불신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그 외에도 이 여름 우리를 더욱 찜통 속으로 내모는 것은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특히 날마다 대치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의 힘겨루기는 정말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의 염원인 평화 통일까지 실종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울 정도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행한 8·15 특별담화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이는 결국 국민의 열망은 외면한 채 해볼 테면 해보자는 것이었으며, 눈높이를 맞춘 것이 아니라 다분히 깔보고 능멸하는 태도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향하는 통일이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국민은 그토록 통일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가. 이는 물론 궁극적으로는 70년 동안 잘려 있는 허리를 다시 잇는 분단의 극복을 의미하지만, 그것은 과거로의 복귀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창조적 과업을 뜻하는 것으로, 그것이야말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지리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민족 국가를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즉, 지리적으로는 국토의 통일을 의미하고, 정치적으로는 국권의 단일화, 경제적으로는 민족 경제의 대통합을 의미한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국민의 대통합을 의미하고, 문화적으로는 동질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통일의 필요성이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낙관적이라고 할 수가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지금까지 노력하며 쌓아올린 모든 수고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론 이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남쪽에만 있다는 것은 아니다. 원론적으로 따지자면 그보다는 오히려 세계 질서를 무시하고 핵과 탄두미사일 실험 등을 막무가내로 행하여 지구촌을 경악케 한 북쪽이 더 져야 한다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통일을 대전제로 놓고 볼 때 그것을 굳이 따진다는 것은 오히려 방해 요소가 될 뿐, 어느 쪽에도 하등 이익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인지해야 할 점이다.

 통일의 사전적 의미는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방법 또한 반드시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평화적으로 이루지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하나가 되더라도 그로 인해 입을 상처는 어쩜 영원히 치유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이에 편승한 우리 행정당국의 처사이다. 물론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불철주야 뛰어야 할 행정당국이 지금까지 추진해오던 통일정책마저 잃은 채 국민적 총화도 없이 안보를 담보로 사드 배치를 허용한 것은 납득되지가 않는 부분이다. 철학 없는 그 기민성이 오히려 우리를 더욱 무덥게 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통일은 결코 주변국들의 몫이 아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70여 년 동안 가슴앓이를 해온 것은 오직 당사자인 우리 민족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 해결 또한 주변국들이 아니라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 민족이 감당해야 할 몫 아니겠는가. 이제라도 행정당국은 듣는 귀를 열고 목표가 있으면 길이 생긴다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 한 번 상기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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