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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박구리와 누룩뱀과 물잠자리의 영토공감 공간 (3) - ‘생태시민’들의 낙원, 고양생태공원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6.09.09 21:31
  • 호수 1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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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생태공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생태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호기심 어린 눈길로 풀잎을 관찰하고 있다.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천변에는 작지만 특별한 ‘그들만의 공화국’이 숨어있다. 자작나무 등걸에선 오색딱따구리가 구멍집을 짓고, 소금쟁이가 미끄럼 타는 물웅덩이에선 직박구리가 목욕을 하고, 풀섶에선 메뚜기와 청개구리가 폴짝거리고, 수로에선 맹꽁이와 물자라가 촉촉한 호흡을 하는곳. 인위적 구조물로 가득한 도심에서 추방된 생명들이 하나 둘 깃들어 평등한 ‘생태시민’의 권리를 얻은 땅, 고양생태공원이다. 영토와 시민은 있지만 명문화 된 법률은 있을 리 없다. 자연의 순환 원리가 생태 공화국에 적용되는 유일한 원칙일 뿐.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생태적 감성을 일깨울 수 있는 고양생태공원을 찾았다.

일산서구 대화동에 자리한 고양생태공원의 입구.

자세히, 천천히 들여다보기
고양생태공원의 넓이는 불과 18000여 평에 불과하다. 호수공원이나 정발산공원 등 규모가 큰 근린공원에 익숙한 기자의 눈에 고양생태공원의 사이즈는 아담하게 느껴진다. 크기도 크기지만 공원이라고 하기엔 어딘지 엉성한 느낌이었다. 흙길가엔 잡초가 자라고, 나무들도 제멋대로 가지를 뻗고 있어서 잘 다듬어진 공원 풍경을 기대한 이들에겐 실망감을 줄 수도 있을 듯. 하지만 이런 느낌은 시민들의 휴식을 목적으로 하는 근린공원과 생태의 보존과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생태공원의 태생적 차이를 간과한 탓이다. 우리 눈에 예쁘게 보인다고 자연이 건강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생태공원의 진가를 발견해내려면 좀 더 세심한 시선이 필요하겠다. 자세히 보고, 천천히 봐야 비로소 그 진가를 보여주는 게 생명의 비밀 아니던가.
탐방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키 큰 고사목이다. 다른 공원이라면 일찌감치 베어졌을 죽은 느티나무는 까치를 비롯한 여러 새들의 휴식처 겸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숲 속에도 죽은 나무의 잔해들이 치워지지 않고 방치된다. 작은 벌레의 집이 되고, 작은 벌레들은 다시 양서류나 조류의 먹이가 되기 때문에 생태환경의 한 요소로서의 가치가 크다는 게 공원을 안내해 준 이미숙 코디네이터의 설명이다. 죽음조차도 순환 고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느티나무 고사목의 당당한 위용. 새들의 휴식처이자 전망대 역할을 한다. 

생태 시민들이 연출하는 흥미로운 풍경들
세심히 살펴보니, 구석구석에 숨은 생태시민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나뭇가지 사이로는 거미줄이 가득하다. 약을 치거나 인위적으로 제거하지 않으니 다양한 종류의 거미들이 모여 든 것. 거미줄이 많다는 건 그만큼 날벌레들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다양한 새들이 모여드는 건 당연한 얘기다. 꾀꼬리, 파랑새, 때까치 등 지금까지 관찰된 종이 82종이나 된다. 풀섶에서는 누룩뱀, 무자치, 유혈목이 등의 뱀도 자주 출몰해 방문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다행히 독이 없는 녀석들이고, 항상 생태해설사가 인솔하며 탐방객들을 안내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연못 위의 횃대에선 청호반새와 물총새가 물고기를 사냥하려고 날카로운 눈매로 수면을 응시하는 긴장감 가득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생태공원의 젖줄인 생태하천에선 수많은 수서식물과 수서곤충, 물고기가 살아간다. 생태공원을 끼고 흐르는 대화천 둔치를 통해 들어오는 고라니와 너구리도 당당히 출입증을 가진 생태 시민의 한 축이다.
 자작나무 숲에서는 오색딱따구리가 번식을 한다. 생태공원의 운영 전반을 조율하는 이미숙 코디네이터는 얼마 전 누룩뱀이 나무에 기어올라 오색딱따구리의 알을 강탈해가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누룩뱀 역시 생태시민의 일원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반대로 작은 뱀들은 때까치에게 잡혀 아까시나무 가시에 턱하니 걸리기도 하니까.

풍요로운 생명의 노래가 들리는 듯 한 생태연못의 풍경. 어리연과 수련이 가득하다. 

운영 주체가 된 자원봉사 손길
공원이 자리한 땅은 원래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자투리로 남은, 무단 투기된 쓰레기가 쌓여 있던 나대지였다. 버려진 땅을 생태 교육의 공간으로 부활시키기 위해 조성 단계에서부터 친환경적 가치를 하나하나 실천했다. 아파트 단지 공사로 뽑혀질 위기에 처한 나무들이 이사를 와 새로운 거처를 얻기도 했고, 공사현장에서 나온 자연석을 옮겨 와 암석원을 꾸미기도 했다. 버려진 땅에 버려질 것들이 모여 들어 겨우 존재하는 생명들을 위한 작지만 유일무이한 낙원이 만들어진 것.
고양생태공원은 정체성과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몇 가지 원칙을 견지한다. 자연이 제 나름대로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조성된 공원 환경에 최소한의 인공적 손길만 더한다. 제초제나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점도 같은 이유에서고, 사전 예약을 통해서 입장객의 숫자와 시간을 제한하는 것도 생태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새롭게 입주하는 생태시민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공원을 가꾸는 30명의 인력과 생태해설사 60명을 100% 자원봉사자로 운영한다는 점이다. 물질적 보상도 없이 일 년 내내 지속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 일에 누가 자원을 할까 싶지만, 의외로 자원봉사자를 새로 뽑을 때마다 경쟁률이 3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단순 봉사만 하는 게 아니라 고양생태공원의 운영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생태와 관련한 여러 가지 수준 높은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보상은 생태의 종합적 보고인 고양생태공원을 사계절 내내 감상하고 누릴 수 있다는 특권과 자부심인 듯.

생태공원에서 건강한 텃밭을 가꾸는 자원봉사자들.

생태공원 텃밭에서 열매를 터뜨린 목화솜. 가을이 깊어가면 장관을 이룬다고.

사전 예약 통해서만 탐방 가능
고양생태공원에는 어떤 프로그램이 있을까? 일반 시민들이 가장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상시탐방은 생태해설사와 함께 생태공원을 2시간동안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인원은 1일 200명으로 제한된다. 연 중 내내 진행되지만 워낙 인기가 높아 조기 마감되기 일쑤라 수시로 기회를 엿봐야 한다. 계절탐방은 절기의 특색에 맞춘 탐방 프로그램이다. 계절마다 풍성하게 제공되는 자연의 부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놀이와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여름에는 외래풀을 가지고 천연염색을 하고, 가을에는 짚으로 소품을 만드는 식이다. 특화탐방은 참가 대상의 다양화를 꾀한 프로그램이다. 소외계층이나 장애인, 지역아동센터 등을 대상으로 힐링캠프, 에코티어링, 별자리관찰, 세밀화교실 등의 테마수업이 진행된다. 모든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신청할 수 있다.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이 반가운 요즘. 저마다 ‘지옥에서의 한 철’을 버텨냈다며 호들갑이지만, 생태 시민들은 지난 여름동안 오히려 어느 해보다도 풍성한 결실을 준비했다. 게으름도 엄살도 없이 정직한 순환의 시계가 돌아가고 있는 직박구리와 누룩뱀과 물잠자리의 영토를 잠시 방문해 잊었던 생명의 리듬을 회복해보자.

고양생태공원 조성 초기부터 구성과 운영을 디자인한 이미숙 코디네이터. 건강한 공원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하다.

고양생태공원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로 315
전화 : 031-924-7341
홈페이지 : ecopark.goyang.go.kr

 

생태공원의 덩굴터널에는 수세미와 작두콩이 실하게 열렸다.

연못에 설치된 조류 탐조대에서 숨소리를 죽여가며 새들을 관찰하고 있는 꼬마 탐방객들.

여유롭게 생태공원을 거닐고 있는 탐방객들을이 노란 꽃송이에 인사를 건네고 지나간다. 

고양생태공원의 강의실과 사무실이 있는 건물 옥상에서 내려다 본 생태공원의 풍경.

생태공원으로 들어서는 길가에 핀 수크령이 가을 느낌을 성급하게 호출하고 있다.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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