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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의 저수지를 품은 안상철미술관공감 공간 (4) - 풍경 근사하고 공간은 더 멋지네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6.09.22 21:05
  • 호수 1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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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유원지를 지나면 나타나는 기산저수지 도로가에 자리한 안상철미술관.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간판을 지나치기 쉽다.

본격적인 마이카시대가 열린 80년대 중후반, ‘환상의 드라이브코스’와 같은 제목을 단 책들이 자가운전자들에게 인기를 끌던 때가 있었다. 그런 책들에 빼놓지 않고 소개됐던 길이 구파발에서 일영방향으로 이어지는 371번 지방도였다. 교외의 자연을 감상하며 일영유원지와 장흥유원지라는 낭만적인 나들이 장소를 들를 수 있는 코스였기 때문이다. 드라이브 코스의 끝은 대개 장흥유원지에서 말머리고개를 넘어가면 당도하는 기산저수지였다. 책에 등장하는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홀연히 나타나는 호수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잔의 맛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운운하며 끝나는 추천사는 결코 빈 말이 아니었다. 그렇게 기산저수지는 한 세대의 기억 속에 추억 속 쉼표처럼 자리매김한 명소였다.

안상철미술관에서는 기산저수지의 호젓한 풍경이 온전히 조망된다.

갈 곳도 많고 볼거리도 많아진 지금은 나들이코스보다 저수지낚시의 명소로 더 각광받고 있지만, 여전히 기산저수지로 향하는 길에는 가벼운 설렘이 동반된다. 장흥유원지 언덕길을 오르며 만나는 익숙한 이름의 카페들도 반갑고, 말머리고개를 넘으며 뒤돌아보는 북한산 봉우리의 자태도 장관이지만, 몇 해 전부터 기대감을 부풀게 하는 공간이 하나 추가됐기 때문이다. 겸손한 모습으로 산정의 저수지를 품고 있는 안상철미술관을 찾았다.

계단을 따라 신비롭게 이어지는 공간

그 곳에 미술관이 있었던가?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안상철미술관 건물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도로와 접한 주차공간 끝에 미술관의 입구만 아담하게 돌출해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치장과 눈에 띄는 간판의 상업 공간 사이에서 안상철 미술관의 소박한 외양은 너무 소심해보일 정도다.

문을 밀고 들어가 작은 프론트를 통과하면 곧바로 계단이다. 계단을 천천히 내려서자 노출콘크리트와 석재, 철제, 돌멩이 등 자연 재료 그대로의 질감을 살린 건축물의 속살이 커다란 통유리를 통해 비로소 시야에 들어온다. 계단과 경사는 연속해서 우측으로 꺾어지며 방문객을 로비와 다목적실, 제1·제2·제3 전시실로 차례대로 인도한다. 아래쪽으로 점점 내려가는데도 실내는 오히려 자연광으로 더욱 화사해진다. 오후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남서쪽이 기산저수지 방향으로 환하게 트여 있기 때문이다. 지형을 자연스럽게 활용해 겸손하고도 아름다운 건축물을 설계한 이는 바로 공간의 주인공인 동양화가 안상철 화백의 아들인 건축가 안우성이다. 자연과의 교감을 예술적 자양분으로 삼았던 안상철 화백의 지향을 건축 속에 오롯이 담아낸 듯.

제1전시실. 저수지 방향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이 화사하게 실내를 채운다.

기산저수지의 호젓한 풍경 한 눈에

전시공간이 시작되기 전에 만나는 다목적실은 기산저수지를 조망하는 멋진 포인트다. 시원한 통유리창을 통해, 또는 테라스로 나가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기산저수지의 풍경이 정겹고 평화롭다. 석양이 물드는 시간이 찾아오면 더욱 황홀한 장면을 연출할 듯. 기산저수지의 은빛 물결 너머로는 저수지를 둘러싼 능선이 시원스레 조망된다. 드넓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실내에는 예술가들의 창작물이, 창 밖에는 자연의 창작물이 공존하는 공간. 작은 건축물이지만 감히 기산저수지를 ‘품고’ 있다고 표현해도 누가 되지 않으리라. 

다목적실의 창 너머로 기산저수지와 건너편 능선의 모습이 보인다.

동양화가 안상철 화가의 예술혼 기려

미술관이 자리잡은 기산저수지 인근에는 동양화의 대가 연정(然靜) 안상철 화가가 만년에 자연을 벗 삼아 작품 활동을 하던 아뜰리에가 있었다. 안상철 화가는 평면수묵화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으며 작가로서의 황금기를 열기도 했고, 만년에는 반입체와 입체 작품으로 표현의 양식을 넓혀가기도 했다. 1993년 타계한 후 유가족과 후학들이 그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붙인 미술관을 건립하게 된 것. 2008년 문을 열었고, 2013년에는 경기도 지역 사립미술관으로 등록이 되었다.

제2전시실. 유일하게 자연채광이 직접 미치지 않는 곳.

제3전시실. 건축물의 조형미와 채광, 그리고 전시된 예술작품들이 멋진 하모니를 이룬다.

미술관에는 화가가 만년에 심혈을 기울였던 조형작품인 ‘영(靈)’ 시리즈가 전시돼 있다. 죽은 나무등걸에 독특한 채색 작업을 더해 삶과 죽음, 소멸과 영원의 순환을 아우른 작품이다. 생명이 떠나갔지만 오묘한 신비의 기운을 품고 있는 작품들은 마르지 않는 작가의 영감처럼 공간의 아우라를 단단히 붙들어준다.

 

제1전시실 초입에서 만나는 안상철 화가의 사진. 아래 조형작품은 그가 만년에 남긴 영(靈) 시리즈. 

잔디마당 내려서니 비로소 건물 진면목 드러나

계단을 오른쪽으로 예닐곱번은 꺾어 내려왔을까. 제3전시장에서 또 한 층을 내려오면 비로소 건물의 맨 아래층이다. 반투명 유리문을 여니 미술관의 앞뜰. 기산저수지가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마당 한가운데에서 뒤를 돌아보니 비로소 미술관 건물의 모습이 온전히 한 눈에 들어온다. 계단과 전시장을 통과하는 여정의 끝에 다다른 저수지와 잔디마당, 그리고 건물의 진면목. 건축물의 설계와 구조가 주는 매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실감한다.

잔디마당으로 나가는 출구. 옆에 놓인 작품도 역시 안상철 화가의 작품이다. 문 밖엔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잔디마당으로 나가 뒤를 돌아봐야 비로소 미술관 건물이 멋진 얼굴을 제대로 보여준다.

잔디마당 가운데를 따라 디딤돌 삼아 줄지어 박혀 있는 둥근 덩어리맷돌을 차례대로 밟아 물가로 다가간다. 수면 위 좌대에 앉은 낚시꾼들은 잔물결에 살랑이는 찌를 느긋하게 응시하고 있다. 내가 그들을 구경하듯 그들도 나를 구경하고 있을까? 마당 끝에 선 나들이꾼과 좌대 끝에 기댄 낚시꾼 사이로 가을 오후의 게으른 햇살이 부서진다. 계절이 좀 더 무르익으면 그만큼 더 깊어질 저수지를 보러 한 번 더 안상철미술관에 찾아오리라.

안상철 미술관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 권율로 905
031-871-0739
www.ahnsangch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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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섬유예술 8색전
10월 30일까지 안상철미술관에서 전시
 

안상철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現 섬유예술 8색전'을 강상하고 있는 관람객들.

올 가을 안상철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는 ‘現 섬유예술 8색전’이다. 제목 그대로 섬유를 소재로 한 표현작업의 예술적 가능성에 대한 오늘날의 관심과 경향을 8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살펴보는 전시다. 예술과 공예, 창작과 실생활의 경계를 넘나드는 최근 현대미술의 경향에 따라 섬유 역시 예술작품으로서의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소재라는 것이 작품을 기획한 동기가 됐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모두 섬유예술 전공자들. 출발점은 같지만 활용하는 섬유의 종류와 기법, 개념과 주제는 저마다 다르다. 직조와 편물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에 천착하기도 하고, 그물짜기와 바느질 등의 꼼꼼한 수작업으로 자신만의 표현기법을 완성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테크놀로지와 결합한 첨단 프린팅 기법을 활용한 유니크한 작품도 눈에 띈다. 차례대로 일별하니 섬유라는 소재가 지닌 다양한 매력이 무척이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프리즘을 통과한 서로 다른 빛깔이 화사하게 어우러지는 느낌이랄까.

All of us / 전경화 / 비닐섬유 - 광택과 질감이 금속처럼 느껴지지만, 놀랍게도 가는 비닐을 늘려 얻은 섬유와 철사를 이용한 작품이다.

   
전시장을 찾으면 큐레이터와 에듀케이터가 작품 해설을 곁들이며 관람을 돕는다. 전문가가 건네는 한두마디의 힌트가 작품 이해의 재미와 쾌감을 배가시켜준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와 양주시의 공·사립박물관 미술관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행사다. 입장료는 3000원. 경기도민이면 할인이 적용되어 1000원이다. 

영광과 환희 / 한정임 / 실크 - 작가는 늘어뜨린 직물과 현란한 색채의 향연을 통해 샤머니즘의 영감을 표현했다고 말한다.

Genom Project (부분) / 안지만 / 인공펠트 - 순수미술과 상업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작품. 컴퓨터를 이용한 특수 프린팅한 화면 속에서 조명과 시점에 따라 현란하고 다양한 형태가 드러난다.  

108 / 윤순란 / 혼합매체 - 108개의 사람 형상을 한 조형물로 108개의 감정과 행동을 표현했다. 각각의 사람마다 작은 이름표가 붙어있어 무릎을 치게 만든다.  

現 섬유예술 8색전
전시기간 : 10월 30일까지
입장료 : 3000원 (경기도민 1000원)

해설이 있는 전시설명회
일시 : 9. 28(수) / 10. 26(수) 오후 2시
입장료 : 무료
문의 : 학예실 (031-874-0734)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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