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복선전철 사업이 고양시의회 특위의 고양시 구간 지하화 요구 결의로 다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구간의 지하화 요구는 오래전부터 거론되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현실불가론이니 반지하화니 하면서 논의만 무성한 채 유야무야하게 지금에 이르렀던 사안이다. 고양시의회가 이 사업에 대한 올해 고양시 부담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재검토에 발벗고 나섰다는 점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그 동안 철도청은 막대한 추가 공사비, 공사기간 연장, 화물 운송의 한계 등의 이유로 지하화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한편 고양시의회는 도심지 지상화로 소음, 건널목 교통장애 등 심각하게 주민의 생활권을 침해할 뿐더러 서울 구간은 지하화 하면서 고양시 구간만 지상화를 고집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신 실크로드의 개척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차대한 국책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원인을 우선 정부와 철도청의 고압적 태도에서 찾는다. 고양시민의 지하화 요구가 거셌음에도 불구하고 턱없는 소리라고 무시했거나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겠지 하는 모르쇠와 무사안일이 지금의 사태를 불렀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철저히 재검토해야 한다. 철도청은 지상화가 불가피하다면 그 이유을 분명히 밝히고 고양시민을 설득해야 한다. 고양시 구간은 서울시 구간과 비교해서 지상화할 수밖에 없다는 차별성의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 주거지역과의 근접 거리, 공사 기간, 소음도, 교통장애 정도 등의 비교가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 이 같은 객관적 근거가 없이 밀어부치기로 일관한다면 고양시민은 크게 반발할 것이다.
한편으론 많은 시민들은 지하화의 긍정적 부문은 인정하지만 공기가 늦어진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시의회는 서울 구간의 지하화 공사와 동시 착공한다면 공기가 별 차이가 없다는 주장도 있는 만큼 지하화에 따라 공사기간이 얼마나 연장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또한 지하화가 오히려 환경적 측면에서 부정적이며, 장래에 공간적 여지를 남기지 못해 후세에 부담을 준다는 주장도 있다.
고양시를 비롯한 지역구 의원, 시민단체 등 책임있는 의사결정 집단들은 자신의 견해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민감한 문제이기에 어정쩡하게 넘어가 그 책임을 면하려는 기회주의자의 속성을 버리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사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이 같은 논의들을 공청회와 같은 여론 통합장치를 통해 집약하고, 싸워야 할 일이 있으면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
고양시는 지금 이 문제뿐 아니라 분구, MBC방송국 이전, 한강변 철책철거, 출판단지 용도변경, 사격장 이전 등 시급히 결정해야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속시원하게 의사를 표출하고 이를 공론화하여 의사결정하고, 반대했던 사람도 깨끗이 승복하는 과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원안이 정치적 이해관계로 수정되고, 시민단체가 반대하니까 안되고, 지역주민의 반발이 거세다고 갈피를 못잡고 주저앉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기에 집행부는 그 면피를 위해 형식적 여론조사, 혹은 주문형 용역조사에 의존하려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 기회에 찬반의 주장을 피력하고 실질적인 여론이 수렴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시쓰탬화 하는 방안도 찾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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