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건강 - 치매

운동과 적극적 뇌 활동으로 예방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가장 중요
주변도움과 공공 서비스 활용해야

 

▲ 한현정 명지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 예방과 억제를 위해 적절한 유산소 운동, 뇌 인지활동, 항산화 음식 섭취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너 싸고 좋은 치매 요양원 알고 있지? 나 거기 가볼래. 난 일생을 남들에게 피해 안주고 살았어. 마지막까지 꿋꿋하고 당당하게 남고 싶어.”

‘한국의 어머니’를 상징하는 배우 김혜자가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보여준 소름끼치는 치매환자 연기는 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내가 만일 저렇게 치매에 걸렸다면 과연 어떻게 행동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했다.

가족 중 한명만 걸려도 가족 전체가 고통을 겪게 되는 치매. 통계에 의하면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고, 80대가 되면 3명 중 1명꼴로 치매가 발병한다. “고령화 사회의 그늘인 치매에 대해 바로 알기만 하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강조하는 한현정 명지병원 신경과 교수를 만나 치매의 원인과 치료, 예방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치매의 원인은 무엇인가.
치매는 정상적이던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뇌에 발생한 여러 가지 질환 때문에 기억력, 언어능력, 시공간 지각능력, 문제해결 능력과 같은 인지 기능을 상실하게 돼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상태를 말한다.

그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이라고 알려져 있는 퇴행성 질환이 약 70%로 가장 많고, 뇌출혈이나 뇌경색 같은 뇌혈관 장애로 인한 혈관성 치매, 퇴행성 뇌질환으로 인해 망상·실신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루이체 치매, 알코올성 치매나 뇌손상 후 치매 등이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왜 발병하나.
알츠하이머병은 약 10%정도가 가족력과 같은 ‘유전성’ 질환이지만 대부분이 50세 이후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산발성’ 질환이다.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 단백질이 과도하게 뇌에 침착되거나 타우 단백질(tau protein)에 의한 과도한 인산화, 염증반응 등이 뇌의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면서 발병하게 된다.

 

▲ 한 사람이 치매에 걸리면 소요되는 비용은 1인당 1년에 약 2천만원으로 추산된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6년 10월 4일 현재 치매환자 수는 691,046명이다. 그 중 약 30% 정도는 본인 자신과 가족들도 치매인지 모른 채 살고 있다고 한다.

치매의 초기증상과 진단방법은. 
오래전 기억은 생생한데 비해 며칠 전 일이 기억이 안 나거나, 잘 알던 길에서 길을 잃거나 오랫동안 살아온 집을 못 찾는 길 찾기 장애, 평소 사용하던 단어나 물건 이름이 생각이 안 나는 언어기능 장애, 일상 가전제품 사용이 어렵고 생소하며, 계산능력 장애와 실행증(失行症, 일상적인 동작이나 행동을 수행하지 못함)이 발생하고, 시·공간 구성 능력이 떨어지는 등의 증상이 6개월 이상 꾸준히 지속되면 치매 초기증상이니 반드시 병원에서 정확한 검진을 해야 한다.

치매 진단은 환자의 병력을 청취하고 간단한 인지기능 평가 후에 신경심리 검사와 혈액검사, 뇌영상 검사 등을 통해 최종 진단을 한다. 최근에는 2016년 2월 보건복지부의 신 의료기술로 평가를 받은 ‘아밀로이드 PET-CT' 검사를 통해 뇌 속의 아밀로이드 신경반 밀도를 컬러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알츠하이머 치매의 조기 발견과 진단 정확도도 높일 수 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치매의 원인에는 수십 가지 질환이 있고 그 중 일부는 완치가 가능한 것도 있다. 치료는 약물 치료와 비 약물 치료로 나누어서 진행된다. 뇌 아세틸콜린의 양을 증가시켜주는 약물과 뇌신경 세포를 보호해주는 글루타메이트 억제제 계통의 약물 치료 등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지연시킨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치료 시기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를 하면 치료 효과도 좋고 훨씬 효과가 잘 유지되기 때문이다.

치매 증상을 완전히 중단 시킬 수 있는 약물도 현재 임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향후 5~10년 이내에는 실제 환자 치료에도 쓰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치매가 진행됨에 따라 동반되는 우울증이나 망상, 이상행동 치료를 위해 항 우울제, 항 정신성 약물,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약물 등의 치료도 필요시에는 병행하기도 한다.

우울증 해소와 정서적 안정감을 도모할 수 있는 악기연주, 수공예, 꽃꽂이와 더불어 빨리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 등을 통해 인지기능을 자극해주는 비 약물적 치료도 중요한 부분이다.


나이 들면 어쩔 수 없이 치매가 생기나.
나이가 들수록 치매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노인들이 다 치매환자는 아닌 것도 사실이다. 85세가 되어서도 건강하고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55세 중년이 치매에 걸려 고생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 치매에 대해 ‘나이 들면 다 그렇지 뭐’라는 생각은 잘못된 상식이다. 치매는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질병이다.

▲ 한현정 명지병원 치매진료센터장이 지난 2014년 10월 고양시덕양노인종합복지관에서 ‘바로 알면 극복 가능한 치매’라는 주제로 강의를 펼치고 있다.

 

치매를 예방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없나.
치매를 100% 예방할 수 있는 비법은 없다. 치매에 걸린 의사도 많다. 하지만 치매는 평소에 규칙적인 운동, 뇌 인지활동, 적절한 음식을 섭취하면 상당부분 억제하고 예방할 수 있다.

첫째,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약간 숨찰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주 2~3회 정도 하자. 심폐기능이 향상되면서 면역력도 높아진다. 또한 이러한 운동은 기억과 학습에 관계되는 뇌신경세포를 새롭게 만들어 주어 뇌신경성장인자(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BDNF)를 증가 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둘째, 외국어 습득, 악기연주, 그림 그리기, 독서, 바둑, 장기 등과 같이 지속적 인지 활동을 수반하는 공부나 취미생활을 하면 좋다. 뇌는 쓰면 쓸수록 예비 능력이 더 커진다. 종교모임, 동창모임, 사교모임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뇌가 긍정적으로 자극받아 활발하게 활동한다.

셋째, 자두, 블루베리, 키위, 시금치, 브로콜리 등 항산화 효과가 있는 음식을 많이 섭취하자. 비타민이 풍부한 녹황색 채소나 DHA가 풍부한 등 푸른 생선 그리고 과일, 호두, 잣 같은 견과류도 좋다.


치매환자 가족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치매는 온 가족의 질병이기 때문에 대응법이 중요하다. 갑자기 평소에 안하던 행동을 하거나 기억을 못하는 모습을 보며 ‘날 약 올리려고 일부러 그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속상한 마음에 오히려 환자에게 화를 내거나 윽박지르기 쉬운데 증상만 더 악화시킬 뿐이다.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환자를 기분 좋고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우선 치매라는 것을 담담히 받아들이자. 예전에는 치매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요즘은 치매 환자 보호나 지원 같은 시스템도 잘되어 있고, 조기에 발견하고 의학적 치료를 제때 하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둘째, 환자에게 익숙한 집안 환경을 유지해주어야 한다. 도배를 한다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는 등의 낯선 환경 제공은 금물이다. 방문턱을 없애거나 곳곳에 안전 바 설치, 화재나 낙상을 예방하는 안전 조치를 해두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 주변의 이웃과 지역사회의 협조를 받자. 동네 슈퍼, 약국, 세탁소, 편의점 등에 우리 집에 치매환자가 있음을 알리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적 서비스를 잘 활용하자. 건강보험공단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통한 인지활동프로그램, 장기요양 서비스, 방문간호 서비스와 주·야간 보호 서비스를 활용하자. 고양시치매노인주간보호센터 같은 집에서 가까운 치매노인보호 시설 등을 잘 이용하면 환자와 가족 모두가 좀 더 치매에서 자유로워지며 극복해 갈 수 있다.

 

한현정 교수
진료분야 : 치매 및 기억력장애, 혈관치매, 경련 및 뇌혈관 질환, 두통 및 현훈
경력 :   
명지병원 신경과 과장 및 치매진료센터장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외래교수
미국 UCLA, 알츠하이머병 센터(Alzheimer's disease research center, ADRC) 연수
복지부 지정 노인성치매 임상센터 연구원
국민보험공단 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
보건복지부 치매검진 사업 자문위원
미국 신경과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 정회원
미국 알츠하이머병협회(Alzheimer's Disease Dementia Association) 정회원

 

▶ 치매관련 주요 기관

기관명 / 홈페이지 / 전화번호
보건복지 콜센터 / www.129.go.kr / 129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 / www.nid.or.kr / 1666-0921
경기도 광역치매센터 / gyeonggi.nid.or.kr / 031-271-7021
덕양구보건소 / goyang.go.kr/hospital/dy/index.do / 031-8075-4006
일산동구보건소 / goyang.go.kr/hospital/is/index.do / 031-8075-4086
일산서구보건소 / goyang.go.kr/hospital/iss/index.do / 031-8075-4167
고양시치매노인주간보호센터 / gysilver.or.kr / 031-979-9632

 

[치매에 관한 오해와 진실 5]

1. 건망증이 심해지면 치매가 된다. X
치매와 건망증은 다르다. 건망증은 힌트를 주면 금방 기억해내지만 치매는 힌트를 주어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건망증은 기억에만 관련된 증상이지만 치매는 계산능력, 언어능력, 길찾기, 일상 행동 장애 등 전반적 인지 기능 관련 증상이다.

2. 치매는 노년층에서만 발병된다. X
꼭 노년층에서만 발생하는 병은 아니다. 30세~65세 이전에 파킨슨병과 같은 조기 발병 치매도 비율이 10% 이상이다. 증상도 노인성 치매에 비해 빠르게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여자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 O
알츠하이머병 위험인자를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2배 더 많고 호르몬과 뇌 속 신경세포의 분포도 남녀가 다르다고 알려져 있다. 여성의 평균 수명이 더 길기 때문인 이유도 있다.

4. 머리를 많이 쓰는 전문직 종사자는 치매에 걸릴 확률이 낮다. △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 종사자가 치매에 걸려 큰 실수를 하면 금방 자각한다. 발병 확률의 문제는 아니고 이처럼 전문직일수록 초기발견-조기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봐야 한다.

5. 젊은 층에서 치매가 증가하는 것은 술 때문이다. O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30~40대 젊은 치매 환자 수가 약 60% 증가했다. 알코올 과다 섭취로 인해 우리 뇌의 기억 전반을 담당하는 해마가 손상을 입으면서 발생하는 알코올성치매가 주요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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