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함께 뛰는 고양인> 박서정 정발산동주민자치위원

40대 초반에 주민자치위 활동 시작
복지사각지대 주민 위한 사업 고민
“이웃과 도움 나누는 동네 됐으면”

정발산동주민자치위원회 간사, 고양시산악협회 환경보전 이사, 고양평화누리 이사, 정발산동 복지위원, 1촌맺기 나눔기자, 주부시정모니터, 고양시민주민참여예산위원, 고양시 주민참여단….

자신이 하는 일을 쭉 헤아려가던 박서정(49세)씨가 쑥스러운 듯 손사래를 쳤다. 더 나열할 게 있어 보이지만 여기까지. ‘고양시 마당발’임을 입증하고도 남을 만한 활동이다.

고양시 주요 행사나 봉사현장에 자주 얼굴을 보이다보니 그는 종종 오해를 사기도 한단다. ‘시의원 선거에 나오려고 그러느냐’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는 것. 다른 속셈을 갖고 활동하는 것처럼 비쳐질 때 속상하다는 그는 자신을 “그냥 열심히 동네일 하는 사람”으로 봐달라고 했다.

“새벽잠이 없어요. 새벽 5시면 어김없이 눈이 떠지는데 뭐 하겠어요? 남들보다 하루를 더 길게 사니까 더 많은 봉사를 해야죠(웃음).”

그는 2000년에 고양시민이 됐다. 잠깐 지낼 요량으로 고양시에 들어왔다가 아이들을 키우며 살기 좋아 그대로 눌러앉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정발산동에서 사는 인연으로 동네일도 시작했다.

주민자치위원회에 발을 들여놓은 건 2011년. 당시만 해도 40대 초반에 주민자치위원회 활동을 하는 건 드문 일이었다. 정발산동주민자치위에서는 그가 제일 막내였다. 그러다 그 이듬해 주민자치위원들이 대거 교체되면서 평균 연령대가 낮아졌다. 때마침 주민자치위 활동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고양시의 주민자치위가 막 체질개선을 하던 시기였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젊어지면서 활동에 한층 탄력이 붙었다. 그의 말대로, 고양시에서 최근 주목받는 주민자치위 중 하나가 바로 정발산동주민자치위다. 지난달엔 제8회 경기도 주민자치대회에서 ‘빨간 우체통과 나눔 냉장고로 동행하는 돌봄 이웃공동체 이야기’라는 주제로 당당히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발산동하면 대개 ‘잘 사는 동네’로 생각해요. 하지만 급식비 보조를 받는 아이들 수가 상당히 많은 동네예요. 경로당 회비도 없어 야외놀이터를 배회하는 어르신들도 적잖고요.”

‘일산의 비버리힐스’로 불리는 고급전원주택단지도 있지만 그건 일부라는 것. 경제적 수준이 엇비슷한 아파트 밀집지역과 달리 주택과 상가가 많아 주민 간 빈부격차가 꽤 크다는 것이다. 주민자치위가 지난해 나눔 냉장고 이어 올해 빨간 우체통을 설치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주민이 서로 음식을 나누는 나눔 냉장고가 공동체 안에서의 나눔 선순환에 의미를 둔 것이라면, 빨간 우체통은 그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지역공동체 사업이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틈새 계층의 이웃들을 주민자치위가 적극 발굴해 동네 안에서 해결한다는 취지로 마련한 것.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면서부터는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 남루한 옷차림의 주민이라도 보면,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닐까 싶어 말을 걸게 돼요. 빨간 우체통이 활성화돼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이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난해에 경기도 줌마탐험대원 일원으로 히말라야 등반에 나섰다가 7.8의 네팔 강진을 겪으면서 그야말로 ‘죽었다 살아났던’ 그는 “목숨을 하나 더 얻었으니 그만큼 보람 있게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도 했다.

늘 바쁘기만 한 엄마여서 아이들에게 미안한데 지난 여름엔 첫째인 아들이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을 선뜻 그에게 내밀면서 ‘좋은 일’에 써달라고도 했단다. “1촌맺기 나눔기자로 활동하면서 고양시 곳곳에서 따뜻한 정을 나누는 분들을 만나요. 여기가 웬만큼 산다는 고양시인가 갸우뚱할 정도로 어려운 분들도 많이 보고요. 봉사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저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나도 할 수 있죠. 이웃에게 서로 관심을 갖고 도움을 나눌 수 있는 동네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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