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80여명, 백남기 농민 추모제 열어

일산문화공원, 화정역광장에 분향소 운영

 

 

故 백남기 농민 추모문화제가 지난 5일 오후 7시 일산문화공원에서 열렸다<사진>. 고양시 시민단체들이 마련한 이날 추모제에는 시민 80여 명이 모여 시민발언과 시, 노래로 추모의 마음을 나눴다. 1시간 넘게 이어진 추모제는 백남기 농민을 죽음으로 몰고간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백남기 농민이 생전에 즐겨 불렀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함께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고양시에는 일산문화공원과 화정역광장에 故 백남기 농민 분향소가 설치돼 시민들의 조문을 받고 있다.

이날 추모제에서 조정 시인이 낭독한 자작 추모시를 옮긴다.

 

추모제를 마친 시민들이 일산문화공원 평화의 소녀상 옆에 마련된 고 백남기 농민 분향소 들러 조문을 하고 있다.

 

어디에 있느냐, 꽃다운 역사

 

잘못 살고 있는 것 같다 / 아무래도 너는 잘못 살고 있다고 요즘 / 허공이 내 귀퉁배기를 툭툭 친다 / 내가 뭘 / 뭘 그리 잘못 해서 / 숲을 잃은 새처럼 웅크린 채 / 이토록 여러 해를 / 아픈 소식과 / 슬픈 기별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

 

이틀 농사 믹해불 셈치고 / 쌀값에 대하여 무슨 방도를 찾으러 서울에 온 농부가 보니 / 뇌성벽력 속에 물대포 터지는 광화문통은 / 작달비 쏴아 내달리는 보성 들판이나 같았다 / 우주 군단 같은 차벽이 / 저 통치자와 농부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 누구든 길을 뚫어야지 논에 물꼬 트는 일은 내가 평생을 해온 / 내 일이여

 

농업은 전문직이나 농부는 하잘 것 없이 부서지는 과녁이었다 / 정조준된 물대포가 그의 머리를 부쉈다 / 그는 / 들에서 죽었다 / 한 농부가 들에서 뇌성벽력 비바람과 싸우며 / 물꼬 트다가 죽었다

 

나는 죽음을 소비하는 대머리 독수리 혹은 하이에나 / 오늘 밤도 나는 잘못 살고 있는 것 같다 / 저 논에 물꼬 막히고 터지고 나락 허리 부러지고 들이 난장 된 줄 알면서 / 마루에 쭈그려 앉아 봉초나 빠는 건달 / 어쩌끄나 / 떠나보내지도 못 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 나는 추모나 하고 있다 

 

조정

200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이발소 그림처럼', 산문집 공저 '그대, 강정'

2011 거창평화인권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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