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윤 인문학 작가
담배의 기원은 약 1천 500년 전 마야문명까지 간다. 그들은 담배를 신이 내려주신 선물이라고 추앙하며 온갖 제의와 질병치료에 이용했다. 우리에게 담배가 전달된 것은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서 서양으로 전파된 담배가 일본으로 건너와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대략 1573~1615년 사이다. 일본에서 왔기에 남초(南草)라 불렸다.

조선 정조 시대 작가 이옥(李鈺)은 담배를 워낙 사랑하여 담배의 경전이라 일컫는 <연경(烟經)>을 4권짜리로 지었다. 담배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방법, 담배 피우는 예절부터 담배도구까지 상세히 기록하여 그야말로 담배에 대한 종합백과사전이라 할만하다. 그는 말한다. "나는 담배에 심한 고질병을 가지고 있다. 담배를 몹시도 사랑할 뿐만 아니라 즐기는 사람이다. 그래서 스스럼없이 남들이 비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망령을 부려 자료를 정리하고 저술을 내놓는다." 엄청난 담배사랑이다.

한편 친척을 따라 자제군관의 신분으로 청나라행 사신을 따라 나섰던 박지원은, 북경에 도착하여 태학관에 머물면서 청나라 유학자 곡정 왕민호와 담배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주 재미지다.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곡정은 담배를 ‘천하의 독초’라고 비판하며, “부인과 아이들도 즐겨 피워 마치 맛있는 음식을 먹듯 하고, 이를 피우는 기분이 차로 마시고 밥을 먹는 것보다 좋다”고 말하는 세태에 혀를 차지만, 애연가 박지원은 담배를 옹호하며, 담배를 입에 나는 부스럼을 치료하고, 나쁜 기를 이기고 습한 기운을 제거하는 데 귀신 같은 효험을 봐서 영초(靈草)라 부른다고 말한다. 그때 곡정이 독한 연기를 사람에게 뿜는 것 자체가 공손치 못한 짓이라고 비난하자, 연암은 꼭 그래서만은 아니고 긴담뱃대를 입에 물고서 어른과 마주 대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며 슬쩍 눙친다. 

담배는 예로부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즐겨 피웠던 것이 분명하다.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도 그리 금기사항은 아니었던 듯 싶다. <연경>을 보면 "어린 아이가 한 길이나 되는 긴 담뱃대를 입에 문 채 서서 피운다. 또 가끔씩 이 사이로 침을 뱉는다. 가증스러운 놈!"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긴 담뱃대와 침을 뱉는 것이 문제이지 담배 그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는 듯하다.

내가 왜 이리 길게 담배 이야기를 하는지 눈치 채신 분은 이미 채셨겠지만, 그래도 눈치를 못 채는 시사착오적(?)인 분이 계실까봐 말한다. 백남기 어른 장례식장을 지키기 위하여 모여든 시민 중에 의혈청소년들도 끼어 있었는데, 그들이 담배를 피는 모습이 고까웠는지 언성을 높이는 열혈어른이 있었고, 급기야 경찰까지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호출되는 웃픈 해프닝이 있었다. 그로 인해 SNS상에서 청소년들의 흡연문제가 갑작스럽게 이슈가 되어버렸다.

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비책이 나에게 있다. 그것은 청소년들의 흡연을 허하는 것이다.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시는 분이 계실 텐데 그것은 모순이다. 청소년들은 피우면 해롭고 어른이 피우면 안 해로운 것도 아니라면 흡연의 평등권을 위배하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담배는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전량 제작 판매하는 것이므로 국책사업의 활성화차원에서도 이익이고, 담배 한 갑을 피우면 8억짜리 건물을 소유한 건물주가 내는 세금만큼을 낸다고 하니 애국차원에서도 금할 일이 아니다.

옛날에는 담뱃대가 긴 것을 문제 삼았지만, 오늘날 긴 담뱃대로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은 찾아보기 드물다. 가난한 청소년 흡연자를 위해서는 직접 농사를 지어 담배를 제작해 피울 것을 권장한다. 내가 알고 있는 작가도 자기 밭에서 유기농 담배농사를 지어 말아 피우는데 그 맛과 향기가 제법이다. 그 맛은 내가 보장한다. 게다가 밭에서 농사를 지을 때 담배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물들도 같이 지으면, 자급자족과 농촌인력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 요즘 청년일자리 문제가 큰일인데, 담배로 인해 취업문제가 어느 정도는 해결될 것이 예상된다. 그리고 청소년들의 스트레스가 범죄화 확대되기 전에 담배를 피움으로 긴장감도 완화되고, 범죄도 예방되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흡연을 허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편 청소년들의 앞날이 그리 걱정되는 어른이라면 쪼잔한 흡연문제에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교육과 입시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대인정신을 기르기를 권장한다. 이렇게 웃자고 써놓은 글에 죽자고 덤벼드시면, 당신은 분명히 꼰대다. 우선 자기반성과 정신수양부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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