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상옥 작가, 유화 30점 고양시민에 기증


“고양신문에 제일 먼저 연락했어요. 그래야 가장 필요한 데로 그림이 갈 거 같아서….”

원상옥(90세) 작가가 안방과 거실에서 그림 30점을 골라 취재진에게 내줬다. 그림 뒷면에 ‘96년 북한산 백운봉’, ‘98년 설악산 장군봉’, ‘98년 창릉천’ 등 그림을 그린 연도와 장소를 꼼꼼하게 적어둔 작품들이다.

“요 며칠 전에도 행주산성이랑 철원 순담계곡에 스케치 하러 다녀왔어요. 산이랑 계곡은 봐도 봐도 좋죠. 누군가도 이 그림을 보며 ‘좋구나’ 해주면 더없이 기쁘겠어요.”

원 작가가 자신의 유화 30점을 고양신문에 기증했다. 그림을 갖고 싶어하는 시민들에게 나눠 달라는 뜻을 담아서다. 마음 한켠엔 다른 속내도 있었다.

“비록 전공자는 아니지만 온 정성을 다해 그린 그림이에요. 이 다음에 내가 없어진 후 그림이 갈 데 없어 그냥 버려지면 슬픈 일이잖아요.”

그는 건설업계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재능을 인정받았던 그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국내 출장길에 나설 때마다 스케치북을 꼭 지니고 다녔다. 그러다 90년대 초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서울에서 고양으로 이사를 하면서 그림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행주사생회(행주일요화가회 전신) 창립(1992년) 회원을 비롯해 한국풍경화회, 한국토요화가회 회원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는 주로 산과 계곡, 바위를 즐겨 그린다. 아흔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아직까지도 힘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그의 작품 기증을 도와주고 있는 김용우 행주일요화가회장은 “지금도 춥거나 덥거나 상관없이 누구보다 열심히 야외 스케치에 나설 정도로 열정적인 분”이라며 “자신이 그리는 자연을 그대로 품에 안고 사는 작가”라고 소개했다.

원상옥 작가의 기증 작품은 고양시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고양시 사회복지기관과 시설에 각각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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