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시 덕양구 대곡초 학생들이 1년간 농사지은 벼를 지난 21일 수확하고 있다.


[고양신문] 가을 추수가 한창인 요즘 고양시 덕양구 대곡초등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벼 수확을 하며 들판에서 한바탕 축제를 벌였다. 지난 20, 21일 양일간 170여 명 전교생이 모두 참여한 이번 행사는 혁신학교인 대곡초의 정식 교과과정 중 하나로, 학생들은 교사와 학부모들의 도움으로 1년간 직접 농사지은 벼를 베고 새참을 즐기는 생태수업에 참여했다.

이날 학생들은 낫으로 벼를 베고, 옛날 방식으로 ‘홀테’를 사용해 벼훑기를 했다. 홀테 이빨 사이로 우수수 떨어지는 알곡을 보고 까르르 웃기도 하고, 낫질을 하면서는 허리가 아프다고 선생님에게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들판에 앉아 갓 탈곡한 볏짚을 이용해 ‘새끼꼬기’를 했다. 연약한 볏짚이 단단한 줄로 변하는 모습을 본 학생들은 “손바닥으로 슥슥 비비니깐 밧줄이 되네요”라고 감탄하며 직접 새끼꼬기에 도전했다.

150여 평의 논에서 진행되는 논농사 체험은 올해 4년째로 혁신학교인 대곡초의 대표적인 생태체험 수업이다. 해마다 4월이면 논에 들어가 고사리 손으로 직접 모를 하나하나 심었고, 여름철이면 피(잡초)를 뽑으며 논에서 사는 동식물들을 관찰했다. 낟알이 익어가는 가을이 오면 학생들은 허수아비를 만들어 들판에 세웠고, 저마다의 소원을 리본에 적어 허수아비 옷깃에 매달았다. 가장 특별한 날은 역시 벼 베는 날이다. 추수하는 날 학교에서 논까지 걸어서 30여 분 되는 마을길에는 꽹과리와 장구 소리가 요란스레 울려퍼졌다.


▲ 추수하는 날은 학교에서 논까지 30분 거리를 풍물놀이를 하며 온다.

학부모와 아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가을걷이를 축제처럼 즐기고 있다.


강경순 대곡초 교장은 “풍요를 상징하는 가을철에 왜 마을에서 축제를 했는지 아이들이 직접 느껴보라는 의미에서 이날은 특별히 풍물놀이패가 길놀이를 한다”며 “힘든 농사일을 통해 노동의 가치를 체험하고 생명의 소중함과 음식에 대해 감사할 줄 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는 현장학습”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솔(6년, 학생회장)양은 “날씨 좋은 날 야외에서 친구들과 뛰놀며 수업해서 너무 기분 좋다”며 “책이나 TV에서만 봤던 벼농사를 직접 지어보니 처음에는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이제는 저도 4년차 농부라 낫질도 잘하게 됐다”고 말했다.

벼농사 체험은 수확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렇게 농사지은 햅쌀로는 떡을 만들어 마을에 돌린다. 논농사 수업을 총괄하고 있는 옥흠 교사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11월 11일은 가래떡데이”라며 “이날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수확한 쌀로 떡을 만들어 이웃과 함께 나눈다”고 말했다.


▲ 가을걷이를 하는 논 앞으로 경의선 열차가 지나간다.

자녀들이 1학년과 3학년에 재학 중이라는 손선영씨는 대곡초 교사이자 학부모다. 혁신학교인 대곡초 인근에 공동육아를 함께했던 부모들이 중심이 돼 ‘영주산마을협동조합’이라는 마을공동체를 만들었다.

이 조합의 일원이기도 한 손선영씨는 “활동적인 마을공동체와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학교 교육과정 때문인지 70여 명에 그쳤던 학생수가 최근 6년 사이 170명으로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명과 환경교육 중심으로 펼쳐지는 벼농사 체험을 통해 우리 아이들과 마을주민들, 그리고 선생님들이 함께할 수 있어 더없이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 대곡초 학생들이 직접 만든 허수아비. 허수아비에는 '참새야 많이 먹으면 안돼, 벼야 잘 자라' 등 학생들의 소원을 담은 리본이 달려있다.

 

▲ '홀테'로 벼훑기를 하는 모습.

.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